[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나오는 말처럼,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볼수록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우리 옛집도 그렇다. 한옥 지붕 처마의 유려한 곡선에서, 강건한 주춧돌에서, 야트막한 담장에서 문득,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있다. 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인 지은이 구본준도 그런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쓴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에는 우리 옛집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사실 그도 처음에는 전통 건축을 취재할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동료 기자가 갑자기 출장을 가면서 동료가 기획해두었던 기사를 얼떨결에 대신 쓰게 됐다. 가끔은 이런 예기치 못한 일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길이 된다. 지은이는 처음에는 너무나 막막했지만, 신기하게도 건축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 옛집이 좋아졌다고 한다. 어느새 우리 옛집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그는 전국을 돌며 취재했고, 발로 뛰며 찾아낸 우리 건축 이야기를 누구나 읽기 쉬운 재밌는 글로 풀어냈다. 이 책에는 한옥에 대해 나름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도 ’이건 몰랐을 것 같은‘ 몇 가지 대목이 있다. 우리 옛집에 다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제576돌 한글날을 맞아 언론에는 “시어머니도 못 찾는 이상한 '아파트 작명법'”, ““00000 트리플에듀 삽니다”…너무 긴 신축 아파트 이름”, “기억하기도 어려운 아파트 영어이름” 같은 기사들이 보인다. 실제 어느 곳이나 새로 지은 아파트 이름들을 보면 참으로 이상하고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름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 이름에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어ㆍ이태리어ㆍ라틴어ㆍ스페인어까지 등장하거나 영어 몇 개를 합성하여 이상한 이름을 짓기도 한다. 예를 들면 포스코건설이 요즘 내놓은 이름 '오티에르(HAUTERRE')는 프랑스어 '오티'(HAUTE)'와 '테르(TERRE)'가 붙은 합성어로 “고귀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뜻이라는데 설명을 듣지 않으면 도저히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뿐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래미안 원페를라'라는 이름이 보인다. 하나를 뜻하는 영어 '원'(One)과 스페인어로 진주를 뜻하는 '페를라'(Perla)를 합쳐진 이름으로 하나밖에 없는 보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서울 서초구의 재건축 단지에는 '래미안 원펜타스'라는 이름도 등장했다. 역시 하나를 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병(病)> - 허홍구 너는 누구냐고 물었습니까? 이름은 병이지만 여러 형제가 있어요 앞뒤가 꽉 막혀 소통되지 않는 곳을 찾아들어요. 막힌 공간에 병이 든다는 것은 다 알잖아요 소통이 없으면 몸도 맘도 괴롭고 답답해요 공기도 통해야 하지만 피도 잘 통해야 하고 마음도 잘 통해야 서로 사랑하게 되잖아요 고집불통 불평불만 욕심 많고 질투하는 맘은 스스로 어둡고 답답한 공간에 갇히게 되지요 한 번뿐인 인생인데 건강하게 살다 가야겠지요 마음 활짝 열어놓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세요. 조선시대는 기록의 나라였는데 세계문화유산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따위가 그 증거다. 그런데 그건 나랏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개인들도 기록하고 또 기록하면서 살았다. 그 가운데 노인병 다스림의 기록 《정청일기(政廳日記)》도 그 하나다. 《정청일기》는 영의정이면서 영중추부사인 75살 노수신의 병을 다스리는 상세한 기록이다. 1588년(선조 21년)부터 시작해서 1590년 3월 11일까지 병색이 깊은 노수신의 건강상태와 음식 그리고 약 수발 상황이 자세히 쓰여 있다. 기록을 보면 날마다 먹은 식사는 밥을 위주로 탕국, 구이, 마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아파도 아파도 그대만을 사랑하리라 나 아파도 나 아파도 영원히 그대만을 사랑하리라 끝없이 펼쳐진 아득한 인생이란 그 길 위에서 나 그대의 손을 잡았어 영원히 함께일 줄 알았어 계절은 바람 따라 가고 태양은 노을 따라 가는데 나는 얼만큼 얼마나 기다려야 그대와 함께 갈 수 있나 혹시나 오는 길 잊어버렸나 정녕 되돌아오는 길 잊어 버렸나 - 임형주 작사/ 이상훈 작곡 <영원(永遠)> - 임형주가 장희빈을 목놓아 불렀다. 그리고 책까지 펴냈다. 왜 이 사실을 여태 알지 못했을까? 장희빈을 주제로 장편 에세이를 펴낸 그의 열정을 이제야 알게 됐다. 우연히 책방을 둘러보다 발견한 수확이다. 이 책,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는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인 임형주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장희빈 이야기다. 사람들이 흔히 ‘악녀’, ‘희대의 요부’라 알고 있는 장희빈에 대한 재해석은 그동안 누누이 시도되었지만, 이 책은 그 가운데 특별히 돋보이는 ‘장희빈 변론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장희빈이 과연 그토록 악녀였는지, 다만 남편과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던 여인이 권력투쟁에 비참하게 희생된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장희빈은 타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 반 자 - 고정애 거리에서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네거리에 이르러 의견이 갈렸다 목적지까지 A는 왼쪽 B는 오른쪽 오른쪽이 정답인데 A가 더 우기는 통에 180도 반대로 가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티격태격 서로 옳다며 잘못되게 가기도 하는 A 그리고 B 내 안에도 그 두 사람 살고 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의 작품 가운데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청춘은 아름다워라》, 《유리알 유희》 등을 읽었지만, 특히 당시 우리나라에 《지와 사랑》이란 이름으로 뒤쳐 펴낸 책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인상 깊게 읽었다. 소설에선 나르치스(지성)과 골드문트(사랑)란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실제 사람의 마음속에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내용으로 기억되고 있다. 사람은 평생 끊임없는 내면의 갈등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사실 인생이란 크고 작은 갈등과 선택 속에서 헤매다가 죽는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은 도덕이나 규칙 속에서 살게 마련이지만, 그런 삶 속에서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 곧 욕망과 쾌락이 불쑥 고개를 내밀어 혼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문예춘추사가 9월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펴냈다. 저자 ‘웬디 미첼’은 7년 전인 2014년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게 됐다.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 당사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진짜 치매 이야기,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한마디로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의 기록이다. 웬디 미첼처럼 최근 ‘젊은 치매 환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치매는 병의 진행이 급속하지는 않아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선명히 이어지는 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설령 치매 환자가 돼도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은이의 조언이다. 그리고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은이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면서도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아주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 즐거움의 하나가 바로 ‘기록’이다. ‘치매’라는 어두운 영역을 밝은 곳까지 끌고 나와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전자책 보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저는 그동안 종이책을 고집하다가 최근에 전자책을 사서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은 종이책을 넘길 때의 그 감촉, 그리고 펼친 책에 코를 박을라치면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는 종이향은 결코 전자책이 줄 수 없는 종이책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것뿐인가요? 펜을 들어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그을 때 펜을 통해 손가락에 전해져오는 미세한 떨림 등은 저에게 종이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요즈음 어쩔 수 없는 필요성 때문에 전자책을 보기 시작하였는데, 전자책도 나름 좋더라고요. 제가 전자책을 보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저는 지방 재판에 갈 때마다 재판기록뿐만 아니라 오가는 중에 보려고 항상 책 한두 권은 가지고 다닙니다. 그런데 요즈음 지방에 갈 때마다 아내랑 동행하면서 가방이 빵빵해졌습니다. 간식거리도 넣고 냉동실에서 꺼낸 물도 몇 병 넣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조금 큰 갤럭시탭을 사서 재판서류도 전자화하여 여기에 넣고, 책도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갤럭시탭에 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전자책을 보기 시작하였는데, 전자책은 전자책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추 분 - 정양 밤이 길어진다고 세월은 이 세상에 또 금을 긋는다 다시는 다시는 하면서 가슴에 금 그을수록 밤은 또 얼마나 길어지던가 다시는 다시는 하면서 금 그을수록 돌이킬 수 없는 밤이 길어서 잠은 이렇게 짧아지나 보다 어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이었다. 그런 뜻으로 우리는 추분을 중용(中庸)의 도를 생각하게 하는 날로 받아들인다. 더함도 덜함도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해가 진 뒤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빛이 남아 있어서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이때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추분 이후부터 동지까지 양기보다는 음기가 점점 더 성해져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마음속에 따뜻한 모닥불을 지펴나가야만 한다. 추분 무렵 고구마순은 물론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도 거둔다. 또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벼를 거두고 그 밖에 잡다한 가을걷이도 한다. 이때 농촌을 가보면 붉은 고추, 노란 호박고지, 검은깨 등을 말리느라 색색이 아름답다. 또 추분이 지나면 날이 쌀쌀해지므로 예전엔 이불솜을 트기 위해 솜틀집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겨울나기 채비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전하, 부디 성군이 되시옵소서.” 사극에서 울려 퍼지는 이 대소신료들의 목소리는 조선의 임금이 일상적으로 들어야 하는 간언이었다. 조선의 임금은 공부해야 했다.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유가사상의 핵심이었고, 조선의 군주는 ‘내성외왕(內聖外王)’, 곧 안으로는 성인이고 밖으로는 임금이어야 했다. 지금은 성인이 아니라도 성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임금의 덕성이라 보았다. 이 성인이 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바로 공부였다. 요즘이야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하라는 말은 잘 듣지 않지만, 옛날 임금은 참 힘들었다. 왕세자 시절부터 임금의 자리를 내려놓을 때까지 끊임없이 ‘경연(經筵)’이라는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공부해야 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자, 만백성의 어버이이자,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이어야 했던 ‘극한직업’이 바로 조선의 임금이었다. 역사학자 오항녕이 지은 이 책,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은 조선의 독자적인 군주 교육 시스템이었던 경연이 문치(文治)의 수단으로 어떻게 제 역할을 했는지, 조선의 경연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이러한 경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세세히 짚는다. 청소년도 읽을 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해님의 의상 - 차홍렬 진종일 중노동을 한 해님이 귀가하면서 벗어놓은 의상 산에도 들에도 바다에도 도회지 빌딩 숲에도 서울역사 지붕 위에도 걸어놨네 객지에서 가난을 짊어지고 떠도는 사람 명절에도 부모 형제 있는 고향에 못 가는 사람들 입고서 금의환향(錦衣還鄕)하라고 햇빛 가운데 가시광선은 여러 가지 빛깔로 되어 있지만, 모든 색의 빛이 거의 균일한 세기로 동시에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면 백색광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 백색광 가운데서 비교적 파장이 짧은 푸른색 계열이, 파장이 긴 붉은색보다 산란이 더 잘 되는데 그래서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그러나 해가 지평선 부근에 있을 때는 햇빛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경로가 길어져서 산란이 잘 되는 푸른빛은 도중에 없어지고 붉은빛만 남는다. 이 빛이 아래층의 구름 입자 때문에 흩어지면서 구름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노을’이라고 한다. 온 나라에는 전라남도 영광의 노을전시관, 충청남도 아산의 선장포노을공원, 충청남도 태안의 노을지는갯마을, 충청남도 보령의 노을광장, 경상남도 통영의 평인 노을길 등 환상적인 노을을 볼 수 있는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 그러나 여기 치홍렬 시인은 그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