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재난은 모두에게 똑같지 않았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파도는 얕은 숨을 쉬고 있던 사람은 질식시켰지만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의미와 경험으로 다가왔다. 재난은 약자에게만 가혹했다. 이 책은 '긱 경제(Gig Economy,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 상황)' 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겪었던 여러 어려움을 인터뷰를 통해 세심하게 보여준다. 직접 고용되어 일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휴업수당, 고용유지 지원금 등의 사회제도적 보장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소득 상실 또는 실업을 혹독하게 겪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들이 겪은 고통은 단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며 구조적인 문제이다. 책의 2부에 해당하는 ‘현장 분석’에서 팬데믹 이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여 온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어느 정도 코로나19에서 벗어나게 된 지금, 조용히 얕은 숨을 참던 이들이 다음 위기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재난의 위험을 혼자 견뎌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립중앙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보통 삼일운동이라고 하면 널리 알려진 유관순 열사, 민족대표 33인 등이 떠오른다. 이들은 당시 교육을 받은 엘리트층으로, 삼일운동에 참여한 사람들 중 소수의 지식인에 속한다. 역사는 대체로 지배층 또는 지식인들의 시각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민중의 이야기는 잘 다루지 않는데,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삼일운동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민중들을 부각시켰다. 민중들의 삼일운동에 관한 사건기록이나 판결문에는 ‘남이 시켜서’, ‘모르고’ 등의 이유를 들면서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20살의 직공 황인수처럼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조선 민족이 만세를 부르는 것은 정의로운 것이며, 이를 억압하는 것은 세계평화를 망치는 것이라고 떳떳하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가난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국경을 넘은 최홍백, 천도교인 최천복, 농민 홍석정, 철공 정영업과 우피 중개업자 정재철, 남대문역 만세 시위의 주역인 서울의 운수노동자와 노동회, 서당 훈장 오윤환, 시각장애인 심영식과 이달근, 거지 1명과 45명의 아이들, 머슴 이영쇠와 이덕명 등 농민, 노동자, 상공업자, 노비 등으로 뭉뚱그려지는 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꿉친구 분이 - 허홍구 기억 더듬어 찾은 이름 일곱여덟 살쯤에 옆집 살던 분이!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할매가 되었더라 옛 동무가 생각났다는 듯 날 보고 무심히 던지는 말 “옛날에는 니가 내 신랑했다 아이가” 이칸다. 찌르르한 전류가 흐르더라. *이칸다= 이렇게 말하더라(경상도 방언) 한 블로그에는 “57년 전 헤어진 뒤 반세기 만에 ‘깨복쟁이’와 통화했다.”라는 얘기가 보인다. 여기서 ‘깨복쟁이’란 “옷을 다 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함께 놀며 자란 허물없는 친구”를 뜻한다. ‘깨복쟁이’와 비슷한 말로는 불알친구ㆍ소꿉동무 등이 있고 한자성어로는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옛 벗 곧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친구를 뜻하는 ‘죽마고우(竹馬故友)도 있다. 어렸을 때 이웃에 살던 그리고 옷을 벗고도 부끄럽지도 않던 소꿉친구와는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모래 집짓기 따위를 하며 놀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늘 빼먹지 않았던 것은 소꿉놀이였다. 현대에 오면서 소꿉놀이도 발전하여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에서 소꿉놀이 꾸러미를 쉽게 살 수 있지만, 예전엔 그저 풀이나 흙이 먹거리를 대신했고, 그릇이나 솥은 조개껍데기가 대신했다. 그리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정철수(1924~1989)선생은 용인에서 포은 종손으로 태어나 일제강점기 말, 강제로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학병 탈출 1호가 된 독립운동가다.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에 따르면 “1945년 1월, 중국에서 조선의용군 화북조선인민위문단 (朝鮮義勇軍 華北朝鮮人民慰問團)대표로 활동하였다”는 공적이 소개되어 있으며 2011년 대통령표창으로 서훈을 받은 바 있다. "폭설처럼 쏟아지는 눈에도 아랑곳없이 열차는 서서히 제남역에 도착하더니 짙은 연기와 함께 깊은 한숨을 토해내었다. 그리고는 70명 남짓한 인원이 열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열차에 남은 학병들이 저마다 정들었던 친구의 이름을 불러 대었다. “철수, 몸조심하게!”, 정철수가 고개를 돌려 보니 조그마한 창문에 여럿이 매달려 정철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철수는 친구들에게 미소로 답했다. 그의 눈가에 눈물[淚]인지 눈물[雪]인지 모를 물기가 가득했다." -140쪽- 이는 정철수 선생의 격랑의 생애를 집대성한 고철 정철수 평전 《격랑만리》 (조성우 지음, 큰길 출판) 속의 한 대목이다. 정철수 선생은 일제강점기와 항일투쟁, 반우파 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우리나라와 중국 대륙에서 벌어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은 2022년 네 번째 사서추천도서 8권을 8월 1일(월) 발표했다. 이번 사서추천도서는 ⌜유령의 마음으로⌟⌜잠자는 추억들⌟(문학), ⌜가구, 집을 갖추다⌟⌜낯선 삼일운동⌟(인문예술), ⌜나는, 휴먼⌟⌜숨을 참다⌟(사회과학), ⌜경이로운 수 이야기⌟⌜마음챙김 미술관⌟(자연과학) 등문학․인문예술․사회과학․자연과학 분야별로 2권씩 선정됐다. ⌜낯선 삼일운동⌟은 삼일운동에서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한 민중에 대한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책은 농민, 노동자, 상공업자, 노비 등으로 뭉뚱그려진 개개인의 삶을 당시의 일기, 잡지, 신문, 사진, 판결기록 등 생생한 자료로 저술하였다. “33인은 만세 시위 참여자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참여자를 잘 모른다. 참여 민중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라는 책 속 한 문장처럼 삼일운동의 주인공은 민중임을 다시한번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 외 추천도서의 관련 정보는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 (www.nl.go.kr / 자료검색 / 사서추천도서)에서 제공된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선정 관계자는 “광복절과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발표된 사서추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 속 등장인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정신분석 전문의가 영화 속 인물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한 책이다. 모두 34편의 영화를 5개의 주제로 나누어 개인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서부터 사회적 흐름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영화의 내용을 핵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도 영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 속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영화에 나타난 시대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수많은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지금의 우리를 되짚어보고 한 뼘 깊이 이해하며 각자에게 보이지 않던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영화 속 인물의 내면을 분석하면서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자기 내면의 성찰을 통해 위로를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추천도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 지 매 - 김태영 아무리 어리버리 해도 애기 하나 낳아 봐라 그러면 아지매가 되는겨. 니들이 아무리 젊어도 아지매 만큼 빠르지 않더라 밥하고 청소하고 얘기보고 이거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아지매 되기 쉬운 것이 아녀 밤새 젖 물린 채 꾸벅꾸벅 졸고 입술이 부르터지고 비몽사몽 해도 애기 울음소리는 기똥차게 듣지 아지매가 되어야 그렇게 용감해지는 겨. ‘아줌마’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성인 여자를 친근하게 또는 낮추어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라고 풀이한다. 곧 '아줌마'라 하면 친근함도 있지만, 부정적인 정서가 더 강한데 실제 모습은 어떻든지 똥똥한 몸매에 파마머리를 하고 화려한 몸뻬를 입은 모습이 연상된다. 그것뿐이 아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뛰어가며 자리 잡기, 대형마트에 가면 시식 마당을 헤집고 다니는 억척스러움도 담겨 있다. 흔히 촌스럽다고 표현할 정도의 행동거지에 긍정적인 것이 있다면 강한 생활력이 포함되는 정도다. ‘아저씨’가 그저 나이가 들고 혼인한 남성이라는 평범한 느낌을 주는 것과는 다른 모습인 것이다. 최근 미국 한인 아줌마들의 '아줌마 이엑스피(Ajumma EXP)'의 춤 공연이 화제다. 미국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밀레니얼은 과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기중심적이고, 게으르고, 의지가 약하고 참을성이 없는, 이룬 것 없이도 인정받기를 원하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젊은이들’ 일까? 저자는 “밀레니얼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세대가 아니다” 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밀레니얼은 오히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세대이고, 일을 잘하려고 끊임없이 배우는 열정적인 세대이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왜 일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려는 걸까?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세상이 그들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은 풍부한 경험을 원하며, 과거와는 다른 채널과 방식으로 배우며 성장한다. 즉, 교육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배움의 습관을 바꾸며 일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밀레니얼 세대가 어떻게 배우고 일하며 성장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배움의 습관을 바꾸는 다섯 가지 트렌드 뿐만 아니라 성장하고픈 밀레니얼을 위한 가이드도 제시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바꿔 놓은 일과 공부, 새로운 커리어 학습법을 통해 앞으로 이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성장시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 주신다면 물질적으로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로는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당신은 훌륭한 화가의 아내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화강암에 그린 듯한 독특한 질감의 그림으로 사랑받는 ‘국민화가’, 박수근이 혼인 전 부인에게 보낸 편지다.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처럼, 박수근은 혼인 뒤에도 아내와 자식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다. 집안 살림은 늘 어려웠다. 그는 생전에는 개인전을 해보지 못하고, 죽은 뒤에야 뒤늦게 지인들의 도움으로 유작전이 열릴 만큼 빛을 보지 못한 화가였다. 박수근의 딸들은 ‘아버지의 그림이 팔리는 날이면 쌀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소금물에 밀가루 반죽을 뜯어 넣은 수제비를 먹곤 했는데, 밥보다 수제비를 먹는 날이 많았다’라고 회고한다. 그래도 참 행복한 가정이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그림책을 사 줄 수 없었던 박수근 부부는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냈다’. 남편은 그림을 그리고 아내는 글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모두가 지쳐 있다. 더 이상 지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숨 가쁘게 살아가는 중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쉬면서도 쉬지 못한다. 전쟁 같은 하루를 마치고 겨우 한숨 돌리는 순간에도 머릿속은 내일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휴가를 가서도 메일을 확인하고 메신저의 알람은 그칠 줄 모른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은 배웠지만 왜,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휴식에 관한 그림 에세이다. 휴식이 필요할 때면 물이 있는 곳을 찾았고 물에 기대 쉬었던 저자가 휴식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소중한 거라고 이야기 하며 물과 수영을 통해 휴식에 관해 이야기하고 휴식을 전한다. 16세기의 그림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수영 그림들이 가득하다. 바쁜 일상에 중독되어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완전한 휴식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