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수학적 사고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더없이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구현할 수 있겠다” 이는 이규봉 교수의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경문사, 2022)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며 느낀 글쓴이의 생각이다. 한 달 전쯤 저자인 이규봉 교수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다. 그는 “살아온 날을 정리해 볼 겸 정년퇴임을 앞두고(2023년 2월) 쓴 책이니 천천히 읽어보라”라고 덧붙였다. 책을 사거나 받은 경우, 성미 급한 나는 어지간히 바쁜 일이 아니면 앉은 자리에서 날밤을 새워서라도 다 읽고 마는 성격이지만,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책은 아니었다.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대충 제목을 살피고 본문을 대강 훑어보았다. 아뿔싸! 수의 결합법칙과 노동조합, √2와 복사용지, 비유클리드 기하와 다름, 부등식과 무한의 세계 비선형오차와 나비효과 등등 제목이 심상치 않은 데다가 본문에도 ‘⨍(x+y)≠⨍(x)+f(y)’ 이런 방정식이 요소요소에 등장한다. 아이쿠, 이걸 내가 읽어낼 수 있을까 싶어 일단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어 폈다가 다시 덮길 두어 차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어(?) 책을 폈다. 그런데 그건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가을에는 여름에 적합한 장르라는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책 읽는 재미를 알려줄 추리소설 한 권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 맬빈 커쇼,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지만 주로 역사책을 읽고 자기 전에는 시를 즐기는 평범한 주인공이다. 그는 오래전 서점 블로그에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며 실패할 염려가 없는 살인 리스트를 뽑은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글을 썼다. FBI로부터 그 ‘리스트’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가 있다는 의심을 받으며 소설은 시작된다. 추리소설의 고전들에서 단서를 찾아가며 이야기는 마치 씨실과 날실이 엮이듯이 현재의 사건과 연결되고,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뒤쫓는 재미를 알아가려는 순간,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당연히,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하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손에 잡힐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 듯한 탁월한 묘사에 다른 세상으로 빠져드는 몰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소설에 언급된 것처럼 ‘추운 겨울밤에 읽기 좋은 추리소설’ 같은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도미와 아랑. 삼국사기 <도미전>에 나오는 이 부부는 한국 설화에서 가장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세기의 한 쌍’이다. 백제 개로왕이 용모가 아름다운 아랑을 보고 욕심이 일어, 남편 도미의 눈을 멀게 하고 강제로 취하려 하자 도망친 아랑이 다시 도미와 해후하여 고구려 땅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절절한 사랑은 후대의 많은 작가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우물이 되었다. 월탄 박종화는 이 설화를 바탕으로 단편소설 ‘아랑의 정조’를 썼고 최인호 작가도 이 소설, 《몽유도원도》를 길어 올렸다. 머리말에서 그는 ‘우리나라 설화 속에서 이와 같이 피처럼 절실하고, 죽음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일찍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라며 한 편의 고서화를 보는 것 같은 ‘고졸한’ 느낌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머릿말) 나는 《몽유도원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설화 중에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하나쯤 빌려와 낡은 고서화를 보는 것 같은 고졸한 느낌의 소설 하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줄임)… 제목을 ‘몽유도원도’라고 한 것은 조선 세종 때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노닐던 도원경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문과형 뇌’와 ‘이과형 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문과와 이과를, 문학과 과학을 별개의 것처럼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문을 제기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 세계 고전 13편에 담긴 당대의 과학과 기술을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한다. 오천 년 전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조선 중기 허균의 <망처숙부인김씨행장>, 21세기 SF 소설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선별한 문학 작품 속에 담긴 역사적/과학적 배경과 인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저자가 술술 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화약과 증기기관과 같이 역사 저편의 옛 기술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알고리즘 등 현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과학적 이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과학적 발견은 때때로 시대를 초월한 진리에 가깝게 여겨져 그 배경이나 맥락에 대해 생소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 헨리 소설 속 뉴욕 거리를 동시대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이 거닐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안다면, 전기의 빛으로 낮과 밤을 환하게 비춘 화려한 20세기 도시 풍경의 이면 속에서, 부조리와 서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심각하다! 책을 읽다가도 30분을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눈과 손이 간다. 요즘의 스마트폰은 인터넷, 카메라, 텔레비전, 네비게이션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아침 알람을 시작으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 8초라고 한다. 기사를 읽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8초가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다. 이 책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와 심각성을 알려준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다 못해 점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해가는 인류,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디지털 단식’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잠깐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산만함의 원인인 스마트폰의 부작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잠깐 멈춤’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기 러 기 - 메리 올리버 풀밭과 우거진 나무들 위로 산과 강 너머로 그러는 사이에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 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간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네가 상상하는 대로 자신을 드러내며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들뜬 목소리로 너에게 외친다 이 세상 모든 것들 속에 너의 자리가 있다고 지난주 우리는 24절기의 열일곱째 ‘한로(寒露)’를 보냈다. ‘한로’는 이름처럼 찬 이슬이 내리는 날이다. 《고려사(高麗史)》에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물고~”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여름새 대신 기러기 등 겨울새가 날아오는 때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혼례에는 신랑이 목기러기를 받아 상 위에 놓고 절을 두 번 하는 ‘전안례(奠雁禮)’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남편이 아내를 맞아 기러기처럼 백년해로하고 살기를 맹세하는 것이다. 우리 겨레는 기러기가 암컷과 수컷이 한번 만나면 평생 다른 것에 눈을 주지 않고 한쪽이 죽으면 다른 쪽이 따라 죽는다고 믿었기에 전통혼례에 기러기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기러기아빠’라는 사람들이 있다. 조기유학 열풍으로 자녀교육을 위해 아내와 자녀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가 쓴 《新 경세유표》를 읽었습니다. 강 교수는 대만정치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베이징대학과 중국인민대학 등에서 강의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대만대표부와 상하이 총영사관을 거쳐 주중국대사관 외교관을 12년 동안 지낸 중국통입니다. 그렇기에 《G2시대 중국법 연구》, 《중국인의 상술》, 《차이니즈 나이트 1ㆍ2》 등의 중국 관련 책들을 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면서 모두 30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新 경세유표》는 올 1월 말에 나온 책입니다. 《경세유표》라면 우리가 잘 알듯이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도중 쓰신 책 아닙니까? 다산은 썩어빠진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체제 등을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고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경세유표》를 쓰셨지요. 그러니까 《新 경세유표》라면 강 교수가 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쓴 책임을 직감할 수 있겠네요. 강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나는 의문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학문은 세상의 모든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렇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나오는 말처럼,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볼수록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우리 옛집도 그렇다. 한옥 지붕 처마의 유려한 곡선에서, 강건한 주춧돌에서, 야트막한 담장에서 문득,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있다. 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인 지은이 구본준도 그런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쓴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에는 우리 옛집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사실 그도 처음에는 전통 건축을 취재할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동료 기자가 갑자기 출장을 가면서 동료가 기획해두었던 기사를 얼떨결에 대신 쓰게 됐다. 가끔은 이런 예기치 못한 일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길이 된다. 지은이는 처음에는 너무나 막막했지만, 신기하게도 건축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 옛집이 좋아졌다고 한다. 어느새 우리 옛집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그는 전국을 돌며 취재했고, 발로 뛰며 찾아낸 우리 건축 이야기를 누구나 읽기 쉬운 재밌는 글로 풀어냈다. 이 책에는 한옥에 대해 나름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도 ’이건 몰랐을 것 같은‘ 몇 가지 대목이 있다. 우리 옛집에 다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제576돌 한글날을 맞아 언론에는 “시어머니도 못 찾는 이상한 '아파트 작명법'”, ““00000 트리플에듀 삽니다”…너무 긴 신축 아파트 이름”, “기억하기도 어려운 아파트 영어이름” 같은 기사들이 보인다. 실제 어느 곳이나 새로 지은 아파트 이름들을 보면 참으로 이상하고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름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 이름에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어ㆍ이태리어ㆍ라틴어ㆍ스페인어까지 등장하거나 영어 몇 개를 합성하여 이상한 이름을 짓기도 한다. 예를 들면 포스코건설이 요즘 내놓은 이름 '오티에르(HAUTERRE')는 프랑스어 '오티'(HAUTE)'와 '테르(TERRE)'가 붙은 합성어로 “고귀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뜻이라는데 설명을 듣지 않으면 도저히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뿐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래미안 원페를라'라는 이름이 보인다. 하나를 뜻하는 영어 '원'(One)과 스페인어로 진주를 뜻하는 '페를라'(Perla)를 합쳐진 이름으로 하나밖에 없는 보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서울 서초구의 재건축 단지에는 '래미안 원펜타스'라는 이름도 등장했다. 역시 하나를 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병(病)> - 허홍구 너는 누구냐고 물었습니까? 이름은 병이지만 여러 형제가 있어요 앞뒤가 꽉 막혀 소통되지 않는 곳을 찾아들어요. 막힌 공간에 병이 든다는 것은 다 알잖아요 소통이 없으면 몸도 맘도 괴롭고 답답해요 공기도 통해야 하지만 피도 잘 통해야 하고 마음도 잘 통해야 서로 사랑하게 되잖아요 고집불통 불평불만 욕심 많고 질투하는 맘은 스스로 어둡고 답답한 공간에 갇히게 되지요 한 번뿐인 인생인데 건강하게 살다 가야겠지요 마음 활짝 열어놓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세요. 조선시대는 기록의 나라였는데 세계문화유산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따위가 그 증거다. 그런데 그건 나랏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개인들도 기록하고 또 기록하면서 살았다. 그 가운데 노인병 다스림의 기록 《정청일기(政廳日記)》도 그 하나다. 《정청일기》는 영의정이면서 영중추부사인 75살 노수신의 병을 다스리는 상세한 기록이다. 1588년(선조 21년)부터 시작해서 1590년 3월 11일까지 병색이 깊은 노수신의 건강상태와 음식 그리고 약 수발 상황이 자세히 쓰여 있다. 기록을 보면 날마다 먹은 식사는 밥을 위주로 탕국, 구이, 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