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항상 경영자들이 경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위기! 기업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고, 국가에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등 위기관리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평소 위기관리를 빈틈없이 해야 실제 위기가 왔을 때 실기(失期)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조선에도 이런 위기관리 비법이 있었을까. 물론이다. 군주의 역량에 따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은 끊임없는 기록과 관리를 통해 위기에 대비했다. 비록 시간이 흐르며 대응체계가 형편없이 무너져 종국에는 나라를 잃었지만, 조선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주 체계적으로 대응한 사례가 많다. 이 책, 《조선의 위기대응노트》는 마치 기출문제를 풀 듯, 그러한 위기대응 사례를 한 건 한 건 살펴보며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좋은 통찰력을 얻는 책이다. 역사와 경영의 만남, 꼭 필요하면서도 어려운 이 과제를 지은이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훌륭히 해내고 있다. 책은 모두 20개 사례로 구성했다. 위기라고 해서 꼭 전쟁이나 재난 같은 급박한 상황만 다루지 않고, 사전의 정의처럼 ‘안정을 흔드는 급격한 변화, 또는 결정적으로 중대한 순간’까지 모두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영화를 감상하면서 미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다. 저자는 미국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을 시대순으로 배치하였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기도 한 역사 속 주요 인물들을 통하여 그들의 갈등와 성취를 살펴볼 수 있다. 영화 〈1492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시작으로 〈서부 개척사〉의 서부개척시대와 골드 러시, 〈늑대와 춤을〉의 인디언 박해, 〈노예 12년〉의 흑인 노예제도, 〈게티즈버그〉의 남북전쟁, 〈언터처블〉의 금주법, 〈신데렐라 맨〉의 대공황, 〈D-13〉의 쿠바 미사일 위기, 〈아폴로 13〉의 아폴로 계획,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워터게이트 사건, 〈플래툰〉의 베트남 전쟁,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이라크 전쟁 등등 미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나온다. 저자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알면 영화를 보게 되는 관점이 다양해지고 깊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의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이 책은 『명작 영화와 함께 읽는 역사와 인물』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다. 팍스 아메리카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국제 갈등을 명작 영화를 통하여 살펴보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첫눈 오는 날’ 일부) 지난 11월 22일은 첫눈이 온다는 소설이었다. 부산대학교 박물관이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 ‘소설(小雪)’을 맞아, 우리떡과 민속놀이 전통나눔으로 양산시민들과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산대학교 박물관은 ‘소설’을 맞아 낮 11시부터 우리떡을 나누고 민속놀이를 체험하는 '따뜻한 첫눈이 내리는 날, 소설(小雪)' 행사를 연 것이다. 행사장에서는 다양한 전통떡(4종) 시식과 박물관 소장 민속문화재를 딴 미니 에코백(4종) 꾸미기 체험, 민속놀이인 윷놀이ㆍ투호ㆍ활쏘기ㆍ제기차기ㆍ팽이치기 체험 등을 했다고 한다. 소설 무렵은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볕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제가 어제 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오랫동안 묵혀두고 있다가, 잠실나루역 앞 ‘서울책보고’에서 드디어 살 수 있었던 책 《잠수복과 나비》에 대해서 말씀드렸었지요? 그때 같이 산 책에 《반쪽의 고향》도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오랫동안 목록 속에 잠자고 있다가 ‘서울책보고’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 책은 1996년 7월 30일 나왔으니, 26년 만에 돌고 돌아 저에게까지 왔네요. 이 책의 저자 이상금은 일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15살에 해방을 맞으면서 고국으로 오신 분입니다. 저자는 이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오랜 세월 재직하다가 1993년에 일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반쪽의 고향》이란 제목으로 내셨습니다. 제목이 왜 《반쪽의 고향》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책은 일본어로 일본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서문을 보니 저자는 일본 청소년의 21%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면서, 저자 가족의 생활사를 통해서 일본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구체적인 역사를 그들에게 읽히고 싶었답니다. 이야기 자체가 일본에서의 성장사(成長史)이고, 저자 또한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태극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국기, 태극기도 한때는 용기의 상징이었다. 태극기를 높이 들어 올리는 것은 그 자체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태극기는 곧 독립운동이요, 독립운동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나 그때도 과감히 태극기를 들었던 여성들이 있다. 자칫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면서, 민족과 조국을 위해 용기를 냈던 이들이 있다. 이 책 《태극기를 든 소녀 1》은 그 여섯 명의 지극한 용기에 바치는 헌사다. 의병가를 지어 의병의 사기를 드높인 의병대장 윤희순. 이화학당 교사이자 목숨을 걸고 고종의 비밀문서를 파리로 가져간 김란사. 기모노 속에 2.8 독립선언서를 숨겨 들여온 김마리아, 3.1운동의 불씨를 고향에서 이어간 유관순. 독립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려 손가락을 자른 남자현. 전투기를 몰고 조선총독부를 폭격하려 했던 권기옥. 이 책은 이 여섯 명의 의로운 여성들을 차례차례 되살려낸다. 이야기를 읽어주는 듯 친근한 어투로 그들이 겪었을 고뇌와 삶의 고통을 풀어내, 어른도 그 아픔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폭력과 탄압이 난무하던 시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을 첼로 - 정진규 가을 첼로는 해 지는 기인 능선을 지니고 있다 소리의 윤곽이 뚜렷하다 능선 위 서 있는 나무들의 각자가 보인다. 그저 통주저음(通奏低音)으로만 젖던 제 슬픔을 비로소 가볍게 추스른다. 처음처럼 슬픔의 모서리를 문지르는 손, 와서 닿는 살갗이 차끈하다. 정신이 든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처음부터 등장한 첼로 음악을 리학성이 수학을 풀 때마다 듣는다. 리학성은 그렇게 첼로 음악을 들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추스른다. 리학성은 마치 우리의 전통악기 아쟁의 산조처럼 마음이 아프지만, 펑펑 울 수 없을 때 첼로 음악을 듣고 추스르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연주되는 첼로 음악은 가장 종교적이며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 J. S. 바흐의 위대한 첼로 작품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가운데 ‘프렐류드’였다. 서양 클래식 연주에서 저음역을 맡는 첼로라는 현악기는 따뜻한 음색과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울림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라는 악기의 깊이와 규모를 체험할 수 있는 장대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래 이 음악은 19세기 말까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장 도미니크 보비(1952~1997)가 쓴 《잠수복과 나비》를 읽었습니다. 참, 이 책에 대해 말하기 전에 제가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된 지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저는 책을 읽다가 나오는 참고문헌이나 언론에 나오는 서평을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적어둡니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도 이렇게 목록에 적어두고요. 《잠수복과 나비》도 이 가운데 어떤 경로로 제 살 책 목록 속에 들어간 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오랫동안 제 목록 속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절판된 책이라 당최 살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잠실나루역 앞 ‘서울책보고’에서 드디어 이 책을 살 수 있었습니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헌책방으로, 여기에는 많은 헌책방이 서가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때도 아산병원에 문상가다가 들러 검색대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고 검색하는데, 어? 검색 결과 창에서 《잠수복과 나비》가 반짝반짝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검색 결과가 알려주는 서가로 달려가, 드디어 2008년도에 나온 《잠수복과 나비》를 제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잠수복과 나비》를 쓴 장 도미니크 보비는 세계적인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길 가다가 문득 올려다보니 창문에 붙인 글씨가 눈에 띈다. <옷 고치미 수선실> 요즘엔 옷 수선하는 곳도 점차 사라져 가지만, 수선집의 이름도 영어를 써야만 유식하게 보이는지 패션, 수선하우스, 스타일 핏, 리폼, 빈티지리클 같은 이름이 마구 등장한다. 그래도 패션이나 하우스는 뜻이나 짐작할 수 있지만 ‘스타일 핏’이니 ‘리폼’, ‘비티지리클’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제 옷 수선도 영어를 모르면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옷 고치미 수선실>란 이름 알아듣기 쉽고 예쁘지 않나? 제발 <옷 고치미 수선실>처럼 우리말을 사랑하는 수선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 면 - 허홍구 당신은 누굽니까? 늑대입니까? 양입니까? 언 듯 언 듯 더럽고 치사한 나의 얼굴도 보입니다 이제 우리 가면을 벗어 던집시다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그믐 전날, 탈을 쓴 방상씨(方相氏)가 <처용무(處容舞)>를 추면서 잡귀를 쫓아내는 놀이 곧 <나례(儺禮>를 했다. <처용무>는 신라 헌강왕 때 처용이 지었다는 8구체 향가 ‘처용가’를 바탕으로 한 궁중무용이다. 《삼국유사》의 <처용랑ㆍ망해사> 조에 보면 동해 용왕(龍王)의 아들로 사람 형상을 한 처용(處容)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 천연두를 옮기는 역신(疫神)으로부터 인간 아내를 구해냈다는 설화가 있다. 그런데 처용무의 특징은 자기의 아내를 범하려는 역신을 분노가 아닌 풍류와 해학으로 쫓아낸다는 데 있다. 우리 역사에 보면 <나례> 말고도 탈 곧 가면을 쓰고 놀았던 탈놀이들이 많은데 크게 황해도 지방의 ‘탈춤’, 중부지방의 ‘산대놀이’, 영남지방의 오광대ㆍ들놀음[野遊], 동해안지역의 ‘별신굿놀이’ 등이 있다. 그 탈놀이 가운데 고성오광대를 보면 말뚝이를 내세워 신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낙타? 웬 낙타?’ 우리 역사에 낙타라니? 낙타가 등장할 만한 일이 무에 있을까 조금 의아할 수 있지만, 맞다. 있었다. 낙타는 생각보다 우리 역사에 꽤 여러 번 등장한다. 대부분 신기하게, 그리고 조금은 슬프게 빼꼼히 얼굴을 내밀곤 했다. 이 책, 《신기하고 조금은 슬픈 역사 속 낙타 이야기》는 ‘낙타’라는 생경한 동물을 소재로 우리 역사를 바라본 책이다. 어린이책이지만 소재가 워낙 재미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낙타 특집’이다. 우리 역사에 처음 낙타가 ‘문제적 동물’로 떠오른 건 고려 태조 왕건 때였다. 발해를 멸망시킨 요나라가 고려에 친선의 뜻으로 사신 삼십 명과 낙타 쉰 마리를 보냈는데, 거란(요나라)이 옛 고구려를 이은 발해를 멸망시킨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왕건은 낙타를 모두 굶겨 죽였다. (p.24-25) 10월에 거란에서 사신을 통해 낙타 쉰 마리를 보냈다. 왕이 말했다. “거란이 예전부터 발해와 화목하게 지내다가 문득 다른 생각을 내어 옛날의 약속을 버리고 하루아침에 멸망시켰다. 잘못이 심하니 이웃으로 삼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신 삼십 명을 섬으로 귀양 보내고, 낙타는 만부교 밑에 매어 놓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