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번 책은 산악계 원로이신 이용대 전 코오롱등산학교 교장님이 쓰신 수필집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산정한담(山頂閑談)》은 산악계 원로가 지나온 산악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쓴 글들입니다. 그래서 책 표지의 부제에는 ‘산 위에 올라 인생을 돌아본다’라고 되어 있네요. 선생은 책을 여는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등산을 시작한 지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혈기 넘치던 젊은 날 나의 산은 위험한 짓거리와 마주하는 치기로 가득했다. 여러 차례의 추락으로 죽지 않을 정도의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내면에서 솟구치는 산을 향한 열정을 꺾지 못한 채 오늘도 산에 오르고 있다. (가운데 줄임) 이번 글의 내용 대부분은 산과 사람의 이야기와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알피니즘의 정체성, 산악인들의 사사로운 일상과 그들의 등산 활동이 배경이며, 이전 저서에서 못다 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주변 산사람들과 부담 없이 나누는 산정한담(山頂閑談)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삶의 터전마저 산기슭으로 옮겨와 둥지를 마련한 지 40년, 아직도 강북에 사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지만, 산의 품에서 떠날 수 없는 것이 내 고집이다. 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검계! 이름만 봐도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오늘날의 조직폭력배와 유사한 검계는 도성 안팎의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든 조선 후기의 비밀 폭력조직으로, 양반 세력가의 자제들도 많이 가담해 온갖 나쁜 일을 저지르곤 했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나 포도대장 장붕익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장붕익은 26살 때 무과에 급제한 뒤 조선 영조 때, 오늘날의 경찰청장 격인 포도대장으로 활약하며 검계를 일망타진했다. 그는 전조선 후기 유명한 포도대장 집안이었던 인동 장씨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기운이 넘치고, 작은 일에 얽매이거나 남에게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 장하현은 숙종 때, 장붕익은 영조 때, 손자 장지항은 영ㆍ정조 때 각각 포도대장을 지냈으니 가히 포도대장 명문가라 할 만했다. 이 책 《포도대장 장붕익 검계를 소탕하다》은 장붕익이 1725년~1735년 포도대장으로 있던 시절, 포도청에서 실제로 벌어졌거나 일어났을 법한 사건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한 책이다. 장 대장의 참모 격인 김 종사관, 특별 대원인 이 포교와 팔봉, 남이, 막동이 등이 등장해 각종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이 흥미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其四(기사) 士本四民之一也(사본사민지일야) 사(士)도 본래 사민 가운데 하나일 뿐 初非貴賤相懸者(초비귀천상현자) 처음부터 귀천이 서로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네 眼無丁字有虗名(안무정자유허명)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헛된 이름의 선비 있어 眞賈農工役於假(진가농공역어가) 참된 농공상(農工商)이 가짜에 부림을 받네 이 시는 조선 후기 시ㆍ서ㆍ화 삼절(三絶)로 일컬어진 문신ㆍ화가이며, 서예가인 자하(紫霞) 신위(申緯)가 1820년 나이 52살에 춘천부사(春川府使)에서 물러나 경기도 시흥의 자하산장(紫霞山莊)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현실세계에 대한 인식을 노래한 것 가운데 한 수다. 신위는 초계문신으로 발탁될 만큼 촉망받았다. 초계문신은 37살 이하의 당하관(정3품 아래의 벼슬아치) 가운데 젊고 재능 있는 문신들을 의정부에서 뽑아 규장각에 위탁 교육하고, 40살이 되면 졸업시키는 인재를 양성하던 제도다. 신위는 1815년 곡산부사로 나갔을 때 피폐한 농촌의 현실을 확인하고 농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조정에 세금을 탕감해달라는 탄원을 하였으며, 1818년에 춘천부사로 나갔을 때는 그 지방 토호들의 횡포를 막기 위하여 맞서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산골작이 오막사리 나즌굴뚝엔 몽긔몽긔 웨인내굴 대낮에솟나 감자를 굽는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눈이 뫃여앉아서 입술이 꺼머케 숱을바르고 넷 이야기 한커리에 감자하아식 산골작이 오막사리 나즌굴뚝엔 살낭살낭 솟아나네 감자굼는내 - 윤동주 ‘굴뚝’ 1936년 가을- 이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이 만 19살 때 쓴 시로 산골짜기 오막살이에서 친구들과 감자를 구워 먹는 모습이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굴뚝>을 비롯하여 <고향집>, <오줌싸게 지도>, <애기의 새벽>, <이런날>, <무얼 먹구 사나>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 시인의 시 스무 편과 간도 지역의 당시 사진 200여 장을 곁들인 책 《동주의 시절》(간도사진관 시리즈 1권, 도서출판 토향)이 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신간 《동주의 시절》에 소개되고 있는 사진은 류은규 사진작가가, 글은 도다 이쿠코 작가가 쓴 것으로 어제(29일), 이 작가들을 만나러 인천관동갤러리를 찾았다. 류은규, 도다 이쿠코 씨는 부부 작가로 이들은 1993년부터 중국 헤이룽장성 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과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손꼽히는 《금병매》(전 10권)가 문예춘추사에서 국내 처음 완역본으로 펴냈다. 음란과 인정(人情) 사이에서 인간 운명의 정곡을 찌르는 ‘천하제일기서’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금병매는 4대 기서 가운데서도 은밀하고도 기이한 서사가 매혹적임을 의미한다. 다른 3대 기서가 영웅호한이나 초인적인 인간의 삶을 그려낸 것과 달리, 금병매는 평범한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삶을 세태 속에 녹여내는 현실 드라마다. 작가 소소생은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부패와 인간의 모순, 도덕의 타락 등 사회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모를 들춰내고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작품에 담았다. 소설이 바로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면,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 소설의 역할, 그 진수가 《금병매》인 것이다. 너무도 생생한 인물 묘사는 물론 당시 명나라 시대 중국의 참모습을 그야말로 제대로 반영하며 탁월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당시 부패한 정치인의 적나라한 성생활을 풍자한 것으로 금병매는 출간된 이후 청대에는 민간의 풍속을 해치는 음서로 낙인찍혀 출판ㆍ유포가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병매가 단순히 ‘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옛 그림.’ 어쩐지 근엄하기도 하고,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공부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옛 그림’은 한동안 내가 선뜻 다가가기 힘든 대상이었다. 이런저런 그림을 자주 접하면서도, 그리고 심지어 우리나라 ‘옛 그림’을 심심찮게 보면서도, 묘하게 낯설고 어려운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이렇게 막연하고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옛 그림’은, 이 책을 계기로 계속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되었다. 처음에는 진중한 느낌 때문에 다가가기가 망설여져도 막상 대화해보면 잘 통하는 친구처럼, 옛 그림에 담긴 오묘한 맛과 신묘한 뜻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책,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는 뒷면에 있는 소개 문구 그대로, ‘다정한 입담으로 청중을 사로잡은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강연집’이다. 그가 강의했던 내용이 네 장으로 정리되어 네 번의 특강을 듣는 기분이다. 지은이는 ‘이야기에 담긴 연희성은 역시 말로 해야 흥이 돋는다. 글로 단장하려 하니 제스처만 남고 교감이 날아간 느낌이다. 귀에 남을 이야기가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라며 겸양을 보이지만, 귀에 착착 감기는 강의 덕분에 책장을 덮을 때까지 몰입할 수 있다. 책의 1장에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한다. 국민 20명 중 1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왜 우리의 일터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어려울까? 『나는 휴먼』은 장애인 인권운동가 주디 휴먼의 자서전이다. 생후 18개월에 겪은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된 주디는 교육과 취업 현장에서 분리와 배제를 경험한다.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화재 위험 요인’이라며 유치원 입학이 거부되었고, 장애를 이유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며 교사 면허를 받을 수 없었다. 사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무리의 일원이 되거나, 세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주디 휴먼은 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분리와 배제’에 맞서 싸웠다.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교사 면허를 취득했고, ‘재활법 504조’ 서명을 이끌었으며, 1990년 미국장애인법을 제정하기까지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주디 휴먼의 이야기는 장애가 의료적으로 ‘고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장애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강 - 도종환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중국 역사에서 성천자(聖天子)라 추앙받는 요(堯) 임금(BC2356~2255)이 나이가 들어 기력이 약해지자 천자의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에게 아들이 있었지만,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능력이 모자랐다. 요 임금은 허유(許由)라는 어진 은자(隱者)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그를 찾아가 자신의 뒤를 이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권세와 명예에 욕심이 없었던 허유는 정중히 사양하고는 그런 말을 들은 자신의 귀가 더러워졌다고 생각해 강물에 귀를 씻었다. 그때 마침 소를 끌고 물을 먹이려고 온 소부(巢夫)는 허유가 그런 사연으로 귀를 씻었다는 말을 듣고는 더러운 귀를 씻은 물을 자신의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그보다 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물을 먹였다는 고사가 있다. 이를 ‘세이공청(洗耳恭聽)‘ 또는 ’영천세이(潁川洗耳)‘라고 한다. 귀가 더럽혀졌다고 씻은 허유나 그 귀를 씻은 물을 소에게 먹일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독서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휴가철, 푸른 여름 숲속의 청량함이 느껴지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숲 에디션부터 시원한 바다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신간 소설 '튜브'까지 새 옷을 입은 스테디셀러와 신작들이 여름 감성을 물씬 풍기며 독서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더위 피해 독서, 여름 휴가철 도서 구매 상승… 새 옷 입은 신간 속속 출간 올여름에는 70만 부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운 '불편한 편의점'의 두 번째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 2'와 '책먹는 여우' 시리즈 신작 '책먹는 여우의 여름 이야기' 등 여름 스토리로 새롭게 돌아온 인기 작품들의 후속작들이 속속 등장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는 등 주목받고 있다. 여름휴가 시즌인 7~8월은 연말,연초, 신학기 철과 함께 도서 판매가 증가하는 시기다. 대한민국 대표 서점 예스24의 최근 3년간 5~6월 대비 7~8월의 국내 도서 분야 판매율도 매년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의 (5~6월 대비 7~8월 국내 도서) 판매 증가율은 각각 15.3%, 10.9%를 기록했으며, 올해 7월과 8월(1~2주) 국내 도서 판매 역시 전월 동기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하니…” 교산(較山) 허균(許筠, 1569~1618). 우리는 보통 그를 《홍길동전》의 지은이로 기억한다. 첩이 낳은 자식인 서얼의 한을 그린 홍길동전은 지금도 삼척동자가 알 만큼 유명한 고전소설이다. 홍길동을 통해 허균은 자신의 꿈을 실현한다. 모두가 평등한 나라, 율도국을 세워서 말이다. 허균은 역모죄로 능지처참을 당한 뒤 조선왕조가 무너질 때까지 유일하게 복권되지 못한, 조선 중기의 문제적 인물이다. 혹자는 그가 내심은 권력을 탐했고, 음험했으며, 세상과 영합했다고 비난한다. 그도 그럴 것이 6차례 파직을 당하고 3차례 귀양을 가면서도 말년에는 권력을 잡아 득세했고, 문벌이 도도한 가문에서 적자로 태어난 전형적인 ‘금수저’였던 그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울분에 얼마나 공감했겠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 책 《인문주의자 허균, 개혁주의자 허균》은 항변한다. 교산 허균은 진심이었다고. 명문가의 적자로 태어난 거칠 것 없는 신분임에도 서얼 차별을 반대했고, 시대가 강요하는 사상의 획일성에 반기를 들고 부패한 정치와 제도를 개혁하려 했으며, 오로지 두려워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