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수학에만 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 속에는 수가 산재해있다. 이 책은 39가지 수의 수학적 속성뿐만 아니라 인류가 수를 받아들이고 사용한 역사에서 비롯된 인문․사회․과학 분야 등의 수학 외적인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13의 금요일 등의 표현에서 보듯 13이 불길한 숫자로 간주되게 된 것은 조화로운 수인 12 다음의 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3은 매미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긍정적인 숫자이기도 하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0, 1과 같은 작은 단위의 수부터 5,607,249라는 큰 단위의 수를, 후반부에서는 조금은 생소한 허수i나 오일러수e 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세계를 가능하게, 살아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존재의 근본 기반은 수” 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며 우리 주위의 무수한 수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기 도 - 김현숙 가을에는 한 알의 여문 알곡과 단 과육에서 천지가 고루 익혀낸 빛과 향기를 맛보게 하옵소서 여름날, 밖으로 범람하던 생각도 안으로 깊이 여울지는 맑고 고요한 강을 보게 하옵소서 그러나 한차례 바람이 불면 세상을 채우던 열매들을 다 내어주고 더 멀고 외로운 길 떠나는 행자들의 가벼운 발소리를 듣게 하옵소서 침묵으로 믿음이 되는 산과 비어있음으로 평온한 들판을 오래 기억하게 하옵소서 이틀 뒤엔 24절기 ‘처서’가 있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만큼 “處暑”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 되어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자리 잡는 때다. 불볕더위와 무더기비로 몸살을 앓던 올여름을 처분하는 계절인 것이다. 이때쯤 농촌에서는 땡볕에 고추 말리는 풍경이 수채화처럼 곱기도 하다. 또 옥수수 이삭 위를 날아다니는 빠알간 고추잠자리도 가을을 부르는 손짓으로 보이는 때다. 한가위 명절을 코앞에 둔 들녘, 노란 벼이삭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지난여름, 시련의 무더위를 용케도 견뎌내고 이제 튼실한 알곡을 선사할 시간이다. 어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새책 《동주의 시절》은 윤동주가 고향 북간도에서 쓴 스무 편의 시와 200여 장의 사진으로 구성한 사진자료집이다. 빛바랜 사진과 함께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우리는 윤동주에게 한발자국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윤동주 본인의 사진은 없지만, 북간도에서 윤동주가 보았던 풍경이나 사건, 그곳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통해 시인이 살아 숨 쉬었던 나날을 상기할 수 있다. 시인이 청춘의 나날을 보냈던 간도의 중심지인 용정 거리, 조선 이민의 이야기, 간도의 항일 함성, 만주국의 현실, 그리고 시인의 사후 사회주의혁명 시기의 유가족들의 고난과 1980년대 이후의 시인을 기리는 활동까지 담은 다양한 사진을 통해 윤동주의 삶에 새롭게 접근해 보자. “이제 ‘간도’라는 지명은 지도상에서 없어졌고, 그들은 중국 조선족이 되었지만, 우리는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 역사를 공유하는 같은 핏줄이다. 그들이 겪은 일들은 우리의 근현대사이기도 하다.”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류은규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록성에 집착하면서 지금껏 30여 년 동안 중국 조선족의 이주와 정착의 발자취를 밝혀내는 사진 자료를 수집해왔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광복 77주년을 맞아 일제침략기(1894~1910) 전국 주요 의병장 73인의 행적을 정리한 책 5권을 국립인천대학교(총장 박종태)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 총서 2호로 광문각에서 펴냈다. 이 총서는 전체 1421쪽으로 ‘제1권 경인지역 편’에서는 일본군이 러일전쟁에 활약했던 군함과 수뢰정을 동원하여 강화도와 인근 도서지방에서 활동하던 의병의 나룻배나 어선을 공격했는데, 이에 맞선 김용기 등 의병장 17인의 행적을 실었다. ‘제2권 영남지역 편’에서는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니 국왕은 온 백성을 불러 성을 등지고 한 번 싸울 것”을 강력히 상소한 노응규, 진주의병 거의 후 광무황제로부터 육군 부위에 제수되었던 정한용, 경남 안의군 서상면장 최영내가 문태서 의병장을 붙잡아 초주검에 이르게 하여 ‘구타치사죄’로 재판을 받은 사실을 밝힌 것 등 의병장 16인의 행적을 기록하였다. ‘제3권 중부지역 편’에서는 1907년 7월 광무황제로부터 비밀칙령으로 도체찰사에 제수된 이강년, 1907년 겨울 13도창의대진이 서울진공작전을 펼칠 때 몸소 2천 명의 의병을 이끌고 동대문 밖 30리까지 진출한 이인영 등 의병장 13인의 행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식민지(植民地). 우리가 수도 없이 부르고 배웠던, 우리가 불과 백여 년 전 처했던 현실인 ‘식민지’는 ‘사람을 심는 땅’이라는 뜻이다. 이 땅을 식민지로 삼은 일제는 수많은 자기네 나라 사람들을 이 땅에 심었다. 그들은 이 땅에 집을 짓고, 사업을 하고, 혼인하여 일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오래도록 이 땅에 남았다. 그 흔적을 다룬 책 정명섭의 《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는 한국에 남은 일제시대 건물, 가옥, 산업시설을 ‘노인호’라는 교수와 ‘동찬’이라는 아이가 함께 답사하며 나누는 문답으로 보여준다. 자칫 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두 사람이 주고받는 재기 넘치는 대화와 풍부한 역사적 설명이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한다. 그들은 일제의 흔적을 찾아 전국을 다닌다. 부평 삼릉마을 줄사택 유적을 걷고, 부산 기장 광산마을을 가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둘러보고, 박노수미술관과 벽수산장도 다녀간다. 이들이 다닌 열 곳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네 곳을 정리해보았다. 1. 삼릉마을 줄사택 유적 1937년 일제는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수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인천 부평에 무기공장 조병창을 세웠다. 부평은 땅이 넓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지난 8월 9일 파이낸셜뉴스에는 “부산시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위한 공교육 혁신 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기사 내용을 보면 “부산시가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인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위해 영어 공교육 혁신 등 세부전략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선다. 부산시는 9일 오전 ‘제2차 부산미래혁신회의’를 열고 글로벌 영어 상용도시의 추진전략에 대해 다양한 민관 전문가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역 학계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등 20여 명이 참여해 세계적 수준의 영어교육 환경 및 영어 소통 환경 조성방안을 논의하고 글로벌 영어상용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4대 전략으로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 등을 제시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한글학회ㆍ세종대왕기념사업회ㆍ외솔회ㆍ한글문화연대 등 73개 단체가 참여)은 성명서를 내고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라고 부산시에 요구했다. 박형준 시장, 부산에선 누구나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영어친화환경 조성할 것 사실 부산광역시 민선8기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집 꾸미기’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의 재택 경제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럼 이 열풍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는 쇠퇴하는 것일까? 작가는 아니라고 답한다. 현재 홈리빙 열풍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이제야 자기 취향을 찾는 문화가 도래한 데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고 관리한다는 것은 ‘나만의 작은 문명’을 만드는 일이자 ‘개인이 주체가 되는 문화’를 누리는 것이다. 홈리빙 문화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천했는지를 살피다 보면 그 변화와 흥망성쇠가 당대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문화 공간이 신을 위한 것이었던 중세 유럽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침대’는 일종의 접견용 가구였다. 지금처럼 내밀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가구로 사용되게 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이처럼 리빙 문화는 사람과 관계된 풍속의 사연이 고여 있고 역사의 민낯이 숨겨져 있는 인문학의 보고이다. 작가가 이 책을 ‘리빙 인문학’에 대한 소고(小考)라고 소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날, 취향에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면 마음챙김 미술관으로 가보자. 마음이 힘들 때 나를 추스르려면 나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미술치료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그림을 판단 없이 봄으로써 나의 마음을 좀 더 분명하게 알아버리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생에서의 선택과 인간관계, 인간의 자기 파괴적 특성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도슨트가 설명하는 그림을 감상하듯 그림에 숨겨져 있는 화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4장에서는 고전 물리학 등 자연과학적 인식의 전환이 미술과 삶의 규칙을 바꾸는 양상을 설명하고 있다. 인식의 전환이 마음챙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일은 곧 덜 불행해지는 연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 정답을 강요하는 삶에 지친 사람들, 이 책으로 쉬어가길 바란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 나 기 - 송낙현 쨍쨍쨍 땡볕의 여름 한낮 아내가 마당에 빨래를 널어놓고 마실 나간 사이 후드득후드득 빗방울 떨어져 화다닥 뛰어나가 재빨리 걷어 왔는데 언제 나왔는지 해가 마알갛게 웃고 있다 재미나 죽겠다는 것처럼.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청순하고 깨끗한 사랑을 담은 황순원(黃順元)의 단편소설 <소나기>. 1953년 5월 《신문학(新文學)》지에 발표되었다. 시골 소년은 개울가에서 며칠째 물장난을 하는 소녀를 보고 있다. 그러다 소녀는 하얀 조약돌을 건너편에 앉아 구경하던 소년을 향하여 “이 바보” 하며 던지고 달아난다. 소년은 그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고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이렇게 시작되는 황순원의 <소나기>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접해봤던 소설이다. 이렇게 순박한 소년과 소녀와의 만남, 소녀의 죽음, 조약돌과 분홍 스웨터로 은유 되는 소년과 소녀의 아름다운 사랑이 소묘된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에는 소설 <소나기>를 기리는 ‘황순원문학관’과 ‘소나기마을’이 조성됐다. 작품의 절정이자 전환점인 소나기는 두 사람을 끈끈하게 묶어주지만, 결국 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의식주(衣食住)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로 손꼽히는 세 가지다. 그 가운데 ‘옷 잘 입기’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때와 용도에 맞춰 옷을 잘 갖춰 입는 것은 그 사람의 교양을 보여주는 수단이자, 사회적 신분과 재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한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이 책, 《조선시대 옷장을 열다》는 다들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뜻밖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옷’이라는 소재를 통해 조선시대를 들여다본다. 조선시대 ‘옷’이라 하면 흔히 남자는 두루마기, 여자는 저고리에 치마를 떠올리게 되지만 조선의 옷 문화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양녕대군의 손자 호산군도 달라고 졸랐던 ‘쓰개’부터 성종이 사치하는 풍조를 걱정해 금지한 ‘초피 저고리’, 선조가 오랑캐의 풍습이라고 생각해 금지한 ‘귀고리’까지, 옷과 보석으로 멋을 내는 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조선 사람들의 옷장을 열었을 때 가장 눈에 띌 만한 네 가지를 추려보았다. 1. 쓰개(이엄) 쓰개(이엄)는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동물의 털과 비단, 무명 등으로 만든 방한용 모자였다. 수달이나 담비, 족제비 같은 짐승의 털가죽에 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