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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사진관 시리즈 《동주의 시절》 펴내

류은규 사진, 도다이쿠코 글, 도서출판 토향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새책 《동주의 시절》은 윤동주가 고향 북간도에서 쓴 스무 편의 시와 200여 장의 사진으로 구성한 사진자료집이다. 빛바랜 사진과 함께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우리는 윤동주에게 한발자국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윤동주 본인의 사진은 없지만, 북간도에서 윤동주가 보았던 풍경이나 사건, 그곳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통해 시인이 살아 숨 쉬었던 나날을 상기할 수 있다. 시인이 청춘의 나날을 보냈던 간도의 중심지인 용정 거리, 조선 이민의 이야기, 간도의 항일 함성, 만주국의 현실, 그리고 시인의 사후 사회주의혁명 시기의 유가족들의 고난과 1980년대 이후의 시인을 기리는 활동까지 담은 다양한 사진을 통해 윤동주의 삶에 새롭게 접근해 보자.

 

 

“이제 ‘간도’라는 지명은 지도상에서 없어졌고, 그들은 중국 조선족이 되었지만, 우리는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 역사를 공유하는 같은 핏줄이다. 그들이 겪은 일들은 우리의 근현대사이기도 하다.”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류은규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록성에 집착하면서 지금껏 30여 년 동안 중국 조선족의 이주와 정착의 발자취를 밝혀내는 사진 자료를 수집해왔다. 그의 인생 동반자인 일본인 작가 도다 이쿠코는 방대한 사진자료를 함께 정리하고 글을 쓰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간도사진관 시리즈’는 한국인 사진작가 류은규와 일본인 작가 도다 이쿠코 부부가 5만 장의 이르는 방대한 사진 자료를 정리하여 구성해나가는 중국 조선족의 생활사 다큐멘터리다.

 

 

【저자 소개】

 

<류은규>

서울 출신의 사진가. 1981년부터 지리산 청학동을, 1993년부터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족 인물사진을 촬영하면서 오래된 사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 연변대학교 미술대학 사진과 교수로 부임한 뒤 대련, 하얼빈, 남경 등 중국 각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조선족 관련 사진 촬영과 수집을 계속해왔다.

사진집으로 《잊혀진 흔적-독립운동가의 후손들》(1998년 포토하우스), 《잊혀진 흔적Ⅱ- 사진으로 보는 조선족 100년사》(2000년 APC KOREA), 《연변문화대혁명》(2010년 도서출판 토향), 《청학-존재하는 꿈》(2007년 WOW Image), 《100년의 기억-춘천교도소》(2010년 도서출판 토향) 등이 있다.

 

<도다 이쿠코>

일본 아이치현 출신의 작가, 번역가. 편집자. 1983년부터 서울에서 한국어연수, 한국근대사를 공부하면서 일본 신문, 잡지에 글을 기고해왔다. 1989년 하얼빈 흑룡강대학교에서 중국어 연수를 받고, 연변대학교를 찾아가 조선족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중국조선족을 살다-구 만주의 기억》(2011년 이와나미岩波서점), 《한 이불속의 두 나라》(1995년 도서출판 길벗), 《80년 전 수학여행》(2019년 도서출판 토향), 일역서로 김훈 작가의 《흑산》(2020년 쿠언) 등, 일본과 한국에서 15권의 저서와 17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10년째 한국 베스트셀러에 관한 칼럼을 집필 중이다.

 

【책 속으로】

역사를 증명하는 자료사진, 재중동포 사진사가 찍은 기념사진이나 생활에 밀착한 다큐멘터리, 그리고 내가 촬영한 작품 등 다양한 사람이 서로 다른 의도로 찍은 사진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하다보니 재중동포의 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광대한 생활사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간도사진관’이다. (p5 류은규의 '간도사진관'에서)

 

1932년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명동촌에서 용정 시내로 이사 간 윤동주와 송몽규도 사람 붐비는 시장을 거닐었으리라. 조용한 농촌에서 도시로 나온 윤동주는 시내에 있는 책방에도 자주 들렸을 것이다. (p24에서)

 

완만한 산세, 평야를 흐르는 해란강 줄기 따라 널리 퍼진 논밭, 평화로운 간도의 풍경을 시인은 얼마나 사랑했을까. 그러나 만주국의 ‘엷은 평화’는 결코 오래 가지 않았다. 1937년 7월 7일, 북경 교외 노구교에서 일본군이 중국군을 공격하면서 중일전쟁이 시작되었다. (p85에서)

 

사진 속 학생들의 발랄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어떤 시대에 살든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람은 꿈을 꿀 줄 알고, 희망과 낭만을 가질 줄 안다. 그들의 꿈이 일본제국주의에 짓밟혔을까? 그리고 해방 후 그들에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p111에서)

 

시인의 누이동생 윤혜원 씨(1923~2011)는 1947년 가을쯤, 신랑 오형범 씨와 함께 간도를 떠나 청진, 원산, 연천을 거쳐 이듬해 12월에 38선을 넘었다. 혜원 씨는 오빠가 고향 집에 남겨둔 시작(詩作) 노트를 숨긴 짐 보따리와 갓난아기를 안고 월남했다. 이동할 때마다 엄격한 짐 검사를 거치면서 목숨 걸고 지켜낸 원고였다. 오늘날 우리가 시인이 고향에서 쓴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동생 내외의 피나는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p132에서)

 

100여 년 전,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명동촌은 신앙과 교육을 구심점으로 한 아름다운 공동체 마을이었습니다. 그 당시 명동촌은 암흑을 비추는 한 줄기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

올해는 한중 수교 30년, 중일 수교 50년을 기념하는 해인데, 눈앞의 현실을 볼 때 답답한 마음이 커져만 갑니다. 정치나 외교관계로 인해 있던 것이 없어지고 없던 것이 있다고 둔갑하기 쉬운 세상에서, 우리 손에 진심을 담은 사진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p159 ‘동주의 시절’에서)

 

*이 책에 실린 윤동주 시는 북간도 말투가 반영된 원시(原詩)의 표기를 그대로 따랐다.

 

【새책 안내】 

《동주의 시절》 :  지은이 류은규 사진, 도다 이쿠코 글,  도서출판 토향, 2022년 9월 3일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