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5년(2018~2022) 동안 연평균 220만여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체류했다. 이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 베트남,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일본 순이다.(법무부 출입국 통계 참조) 국경과 국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대한민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언어가 다양해졌는지는 의문이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말고도 베트남어, 태국어, 우즈베크어 등은 일상에서 접하기도 쉽지 않고 자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 나라와 문화 및 산업 분야의 교류가 확대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언어 자원의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언어 자원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관련 산업의 부가 값어치를 높이고자 2021년부터 8개 언어(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인도 힌디어, 캄보디아 크메르어, 필리핀 타갈로그어, 러시아어, 우즈베크어)를 대상으로 한국어-외국어 병렬 말뭉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약 3,000만 어절의 병렬 말뭉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2021년 사업에서 구축한 한국어-외국어 병렬 말뭉치는 연구와 기술 개발의 기초 자료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물은 햇빛, 공기와 함께 모든 목숨에게 가장 뺄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언제나 물을 찾아 삶의 터전을 잡았다. 그러면서 그런 물에다 갖가지 이름을 붙였는데, 여기서는 먹거나 쓰려고 모아 두는 물이 아니라 흘러서 제 나름으로 돌고 돌아 갈 길을 가는 물에 붙인 이름을 살펴보자. 물은 바다에 모여서 땅덩이를 지키며 온갖 목숨을 키워 뭍으로 보내 준다. 이런 물은 김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땅 위로 내려와서는 다시 돌고 돌아서 바다로 모인다. 그렇게 쉬지 않고 모습을 바꾸고 자리를 옮기며 갖가지 목숨을 살리느라 돌고 돌아 움직이는 사이, 날씨가 추워지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얼음이 되기도 한다. 그처럼 김에서 물로, 물에서 얼음으로 탈바꿈하며 돌고 도는 길에다 우리는 여러 이름을 붙여 나누어 놓았다. 김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던 물이 방울이 되어 땅 위로 내려오는 것을 ‘비’라 한다. 그리고 가파른 뫼에 내린 비가 골짜기로 모여 내려오면 그것을 ‘도랑’이라 한다. 도랑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사람의 집 곁으로 흐르기 십상이기에, 사람들은 힘을 기울여 도랑을 손질하고 가다듬는다. 그래서 그것이 물 스스로 만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서울 중구 청구로 흥인초등학교 교문 옆 담장에 붙여놓은 팻말이다. <담배 그만>이라고 하여 우리말로만 써놓았다. 여기에 영어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그저 간결하고 명쾌하게 ‘그만’이란 우리말로 강조해 놓은 것이다. 보건복지부노는 ‘노담 사피엔스’란 이름으로 금연광고를 내놨다. 노담 사피엔스는 담배에 노출되지 않은 새로운 세대(종)의 출현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2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좋은 기억력, 우수한 폐활량, 민첩한 반응력 등 담배를 피우지 않아 갖게 되는 ‘노담 능력’을 드러냈다는 보건복지부 이야기다. 하지만 이 말에는 영어 ‘No’가 들어 있다. 또 ‘사피엔스’도 영어 ‘sapiens’에서 따온 것이다. 정부가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호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어기면서 이렇게 광고를 내놓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이 기본법의 정신은 한글로 쓰라는 얘기를 넘어서 우리말로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말을 짓밟으니 한 블로거는 “나는 모태(母胎) 노담(NoDam)입니다.”라고 아예 한자와 영어 자랑을 하고 있지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김영일)와 함께 11월 3일(금) 오후 2시에 라마다서울신도림 호텔에서 ‘제97돌 한글 점자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올해 기념식 주제는 점자가 더 많은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점자로 여는 희망, 새로운 도전’으로 정했다. 기념식에서는 ▴중도시각장애인이 한글 점자를 통해 희망을 얻고 자신의 꿈을 키우고 이뤄내는 과정을 담은 주제 영상 상영, ▴한글 점자 발전 유공자 포상, ▴시각장애인과 점자에 관한 콘텐츠를 통해 점자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한 서포터스 시상 등을 진행한다. 한글 점자 발전 유공자 포상… 한글 점자 주간 행사도 진행 한글 점자 발전 유공자로는 ▴점자도서 제작과 점자 교육, 점자 홍보 등에 기여한 울산광역시점자도서관의 석정은 사무국장, ▴시각장애인용 대체자료 보급 등에 힘쓴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양정훈 대리, ▴점자명함 제작·보급, 점자 민원 안내 책자 제작 등에 기여한 제주도문화정보점자도서관 김세희 관장이 선정돼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한글 점자의 날’은 송암 박두성 선생이 6점식 점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고 김수업 선생은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지냈으며, 우리말대학원장과 국어심의위원장을 지낸 분이다. 특히 선생은 토박이말 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쉬운 말글생활을 위해 온 정성을 쏟았다. 그런 선생은 토박이말사전을 만들다가 지난 2018년 우리 곁을 떠났다. 선생이 생전에 펴낸 책 《우리말은 서럽다》는 우리가 왜 쉬운 토박이말을 써야 하는지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 신문은 지난 2014년 《우리말은 서럽다》 본문을 연재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건만 대한민국은 오히려 토박이말을 더욱 홀대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다시 선생의 《우리말은 서럽다》를 끄집어내 토박이말을 써야하는 까닭을 또렷이 해두고자 한다. <편집자 말> 사람에게 가장 몹쓸 병은 제가 스스로 업신여기는 병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했다지만, 제가 스스로 업신여기는 병보다 더 무서운 절망은 없으며, 이는 스스로 손쓸 수 없는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겨레는 지난 이즈믄(천) 년 세월에 걸쳐, 글 읽는 사람들이 앞장서 스스로 업신여기는 병에 갈수록 깊이 빠져 살았다. 그런 병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10월 4일(수) ~ 10월 9일(월)까지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제1회 내방가사 한글 서예 전시 <내방가사 아름다운 한글 서예와 만나다>, 제2회 한글 활용 디자인 공모전의 수상작과 본심작을 전시하는 <어제 ᄒᆞᆫ글, 오늘 디ᄌᆞ인과 ᄉᆞ맛다>를 연다. 제1회 내방가사 한글 서예 전시는 내방가사의 아시아 태평양 기록유산 등재를 기리고, 경북 선조 여성들의 한글 사랑 정신을 전승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내방가사 가운데 문화사적, 문학적 의미가 큰 작품을 골라 대구 경북 여성서예가의 현대적 필치로 필사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전시 작품 가운데 ‘조손별서’는 8폭(70㎝×200㎝×8)의 대작이고 족자 작품의 평균 길이도 9m에 달한다. 이번 <내방가사 아름다운 한글 서예와 만나다> 전시는 역대 내방가사 서예 전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대작 1점 8폭은 경북도청 동락관 1층, 족자형 42점은 2층에서 전시한다. <어제 ᄒᆞᆫ글, 오늘 디ᄌᆞ인과 ᄉᆞ맛다>는 제2회 한글 활용 디자인 공모전의 수상작과 본심작을 전시한다. 제1회에 이어 열린 올해 공모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는 577돌 한글날을 기념해 10월 4일(수)부터 10일(화)까지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미래를 두드리는 한글의 힘!’을 주제로 ‘2023 한글주간’을 개최한다. 올해는 디지털의 고도화, 인공지능의 시대의 거대한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원동력으로서의 한글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2023 한글주간’, 한글문화산업전시회(10. 4.~6.)와 함께 개막 ‘2023 한글주간’ 개막식은 10월 4일(수) 오전 10시, 한글주간 행사의 하나로 열리는 ‘한글문화산업전시회’ 행사장에서 진행된다. 10월 4일(수)부터 6일(금)까지 에이티(aT)센터(서울 양재동)에서 열리는 ‘한글문화산업전시회’는 한글문화와 한글 산업을 통합한 전시로서, 특히 챗지피티(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응할 산업적 기반을 활성화하는 장을 마련했다. 개막식에서는 가상현실 공간에 한글그림을 그리는 염동균 작가의 공연으로 한글 주간의 시작을 알린다. ‘한글문화산업전시회’에서는 인공지능, 챗봇, 기계번역, 교육·출판, 한글 기업 등 36개 기업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원장 서홍원)이 오는 10월 5일 목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낮 1시까지 '제29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을 연다. 이번 외국인 한글백일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단된 이후 4년 만에 열게 돼 약 1,800명의 외국인과 나라 밖 동포 등이 참가해 글솜씨를 겨룰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인 한글백일장은 577돌 한글날을 기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과 나라 밖 동포에게 한글 창제의 뜻을 널리 알리고 전 세계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취지로 해마다 한국어학당에서 열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31년 동안 100여 개 나라, 39,000여 명의 외국인과 나라 밖 동포가 참가했다. 지난 28회 국내 대회에서는 '시월(시부)'과 '구두(수필부)'를 주제로 모두 58개 나라 1,057명의 외국인과 나라 밖 동포가 참가했으며, 나라 밖 대회에서는 '꿈/길(시부)', '친구/약속(수필부)'을 주제로 미국 국방외국어대학교, 중국 산동대학교에서 대회가 열려 모두 4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장원(총장상, 1명), 금상(4명)을 비롯해 모두 61명에게 상장과 상금, 트로피혼인 이민자 등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도 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9월 22일, 나는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를 운전하면서 지나다가 평창군청에서 내건 커다란 펼침막을 보았다. 제목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사진을 찍어왔다. ‘플로깅 챌린지’? 해석이 되지 않는다. 챌린지는 도전(challenge)을 뜻하는 것 같은데 플로깅은 무슨 말인가? 사진을 확대하여 자세히 보니 현수막 오른쪽 위에 플로깅에 대한 설명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Plogging [plocka up + jogging], 운동하며 쓰레기 줍는 일석이조 운동법”라고 말이다. 그런데 궁금증은 여전하다. plocka는 또 무슨 뜻인가? 손말틀로 다음사전에서 찾아보니 pooka, plucky, plica 등의 단어는 있어도 plocka라는 단어는 없다. 프랑스어 사전과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보아도 그런 단어는 없다. 국적 불명의 신기한 단어다. 펼침막의 왼쪽 위 구석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굿-매너 문화시민운동 ” 굿-매너는 예절이라는 뜻 같은데, 아마도 <good manner>라는 영어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표기한 것 같다. 계속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펼침막의 아래에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국어 전문기관인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협력하여 ‘전시 용어 개선 사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종합하여 『박물관의 글쓰기-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요한 글쓰기에 관하여』를 펴냈다. 이 책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공동기획하고 이케이북이 출판을 맡았다. 박물관의 업무를 체계화하여 대중에게 널리 소개하고자 기획한 <박물관의 일> 시리즈의 첫 번째 결과물이기도 하다. □ ‘전시 용어 개선 사업’으로 박물관 글쓰기 체질 개선 ‘전시 용어 개선 사업’은 전문용어나 한자어가 많은 어려운 전시 용어를 쉽고 바르게 쓰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큐레이터가 작성한 원고는 국어전문가 3인, 중학생, 전문가 감수와 쟁점 논의, 최종 반영 여부 검토에 이르기까지 모두 6차에 걸친 검증과정을 거쳤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박물관의 상설전시실을 비롯한 30개 전시의 널빤지, 설명문, 도록, 영상 등 각종 정보를 새로 작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시 글을 쓰는 이와 읽는 이들이 수시로 대화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번에 펴낼 『박물관의 글쓰기』는 그 치열한 소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