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시인] 송 곳 - 김상아 이 그리움을 글로 못 쓰면 바보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바람이 빠져나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아내에게는 그냥 지쳤다고만 말했습니다 TV로 공연실황이나 보며 쉬자고 했습니다 이삿짐 정리하다 송곳에 코끝을 찔렸기 때문입니다 이 슬픔을 티 내면 바보 아내에게는 비밀입니다 나보다 더 큰 그리움과 슬픔을 견디며 살아내기 때문입니다 딸아이와 나는 오래전에 헤어졌습니다 지금은 중학생쯤 되었을 겁니다 이태 전에 아내는 딸아이를 가슴에 넣었습니다 나를 무척 따르던 아이였습니다 초저녁이면 쫄병을 거느리고 나타나는 대장별이 그 아이입니다 남은 게 남는 거라는 걸 모르면 바보 두고 온 아이의 사진 몇 장, 낙서 몇 점의 애 마름도 이토록 후비는데 방안 가득한 떠난 아이의 손길은 오죽하겠습니까 아내는 몽당연필 한 자루도 버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재주가 낭추* 같던 딸들아! 심장을 찍는 이 호미질을 너희는 몰라도 된다 재능이 주머니 속에 그냥 있어도 괜찮다 노래 같은 너희 웃음소리로 아침을 열고 반짝이는 눈빛과 밤을 맞을 수만 있다면 바보라도 좋습니다 이 그리움을 글로 못 쓰더라도 * 낭추(囊錐)-낭중지추(囊中之錐)의 준말. 주머니 속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한과는 우리의 전통 과자다. 유과, 약과, 정과, 다식 등 종류가 많고 맛도 다양하다. 김규흔 명장은 한과 만들기에 평생을 바친 국가 지정 전통 한과 제조 기능 명인이자, 대한민국 한과명장 1호(약과 분야)다. 유년 시절 먹은 한과의 달콤함을 기억하기에 전통 방식으로 정직하게 한과를 만들고, 한과 대중화에 힘쓴다. 천편일률적이던 한과 모양에 변화를 주어 연꽃 모양, 마름모꼴 등 새로운 약과를 개발했으며, 한과가 세계에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한과문화박물관을 개원했다. 한가원에서는 한과 제작 과정과 제작 도구 전시는 물론, 한과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산정호수는 김일성이 별장을 마련해 경치를 즐긴 곳인 만큼 가을 풍경이 뛰어나다. 둘레길을 걸으며 붉은 단풍이 가득 담긴 호수의 정치를 느낄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는 달콤한 허브 향이 가득한 낙원이다. 국립수목원 인근 더파크아프리카뮤지엄에서는 아프리카인의 일생과 생활 문화를 관람하고, 하루 두 번 선보이는 아프리카 전통 민속춤도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한가원 031)533-812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사 랑 - 이은재 밤은 자꾸 깊어 가는데 눈보라만 휘날리고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네. 어둔 밤을 반짝반짝 밝혀 주는 별빛으로 임의 얼굴 그린다면 찾아오실까? 지금까지는 아주 멀리 떨어져서 살았지만 코로나가 떠나가면 꼭 만나야 할 사랑! 북한의 덕흥리 고분에는 ‘견우와 직녀’ 벽화가 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는 염소만 한 크기의 소를 끌고 견우성을 향하여 떠나고, 직녀성이 자미원 밖에서 견우를 배웅하는 고구려시대 천문도를 의인화한 그림이다. 이 견우와 직녀는 애타게도 칠석에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그 애타는 날 칠석에 우리 겨레는 시집가는 날 신랑 신부가 같이 입을 댈 표주박을 심고, “짝떡”이라 부르는 반달 모양의 흰 찰떡을 먹으며 마음 맞는 짝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비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겨레는 이날을 토종 ‘연인의 날’이라 하는데 여기서 재미나는 것은 칠석만 되면 유달리 내리는 비가 언제 내리냐에 따라 전혀 다른 비가 된단다. 칠석 전날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는 '세거우(洗車雨)'라고 하고, 칠석 당일에 내리면 만나서 기뻐 흘린 눈물의 비라고 하며, 다음 날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서울시는 신규 건축실무자와 일반 시민이 건축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을 책자로 펴내고,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전자책으로도 게재하였다.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은 원래 건축법을 이해하기 쉬운 도면으로 설명한 포털사이트(네이버) 지식백과로 현재까지 약 537만 건의 누적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웹사이트를 바탕으로 했다. 금번 서울시는 명지대학교 이재인 교수와 공동으로 최근 개정된 법령을 반영하고, 건축행정 실무자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새롭게 추가하여 414쪽의 책자로 발간하였다. 서울시는 책자 300부를 서울시 관련부서 및 자치구 건축부서에 배포할 계획이며, 관심 있는 시민과 전문가들을 위하여 서울시 전자책 홈페이지(http://ebook.seoul.go.kr)에 무료로 열람이 가능하도록 게재하였다. 서울시 건축사징계위원회 위원 및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서울시의 건축문화 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인 교수는 ‘이 책은 건축법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규정들의 본래 의미를 그림으로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건축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서울시의 노력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영국의 소설가이자 SF 역사가인 J. G. 발라드는 50년 전에 “모든 것은 SF로 통한다. 현대의 SF 작가들이 오늘 발명하는 것들을 당신과 나는 내일 실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이처럼 ‘시대를 앞서간 현실’인 SF를 만들어낸 작가와 미래학자, 발명가들에 대해 알아보고 SF적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기술로 실현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미지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1966년 프레더릭 폴이 소개한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시대』에서 예견된 일이며, 휴고 건스백의 1925년 작 『랠프 124C 41+: 2660년의 로맨스』에서 예견된 ‘텔레포트’는 2006년에나 대중에게 보급된 ‘영상 통화’와 다르지 않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1964년에 “2014년이면 로봇들이 그리 흔하지도,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존재는 할 것이다”라며 소비자 로봇 기술에 대해서 언급했다. 돌아보면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지금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고 대답하는 로봇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 책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미래를 그려보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昨冬雪如花 지난 겨울 꽃 같던 눈 今春花如雪 올 봄 눈 같은 꽃 雪花共非眞 눈도 꽃도 참(眞)이 아닌 것을 如何心欲裂 어찌하여 마음은 미어지려 하는가. 조선 후기 문인화가 전기(田琦)의 <매화서옥도>를 본다. 저 그림 속은 꽃은 매화일까? 눈꽃일까? 물론 화제에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라 하였으니 화원의 붓끝으로는 분명 매화를 그렸음이다. 그림에서 매화는 눈송이처럼 보일 만큼 그 순정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눈 덮인 산, 잔뜩 찌푸린 하늘, 눈송이 같은 매화, 다리를 건너오는 붉은 옷을 입은 선비가 어우러져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림이다. 전기는 매화가 활짝 핀 산속 집에 앉아 있는 선비고, 그의 절친한 벗 붉은 옷의 선비 오경석은 거문고를 메고 다리를 건너 초가집을 찾아온다. 그런데 여기 만해 한용운 선생이 옥중에서 쓴 “벚꽃을 보고(見櫻花有感)”란 한시도 있다. 겨울엔 눈이 꽃 같았고, 봄엔 꽃이 눈인 듯하단다. 눈도 꽃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닌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 눈과 꽃에 마음을 뺏기고 미어지려 한다. 만해 선생 같은 위대한 선각자도 눈과 꽃을 보고 마음이 흔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칠순이 넘은 내가 어릴 적부터 배우고 부르기 시작하여 아마도 평생에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가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애국가였으리라.” 이는 판소리 명창이며, 문화운동가인 임진택 선생이 쓴 그의 책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의 머리말 첫 부분이다. 물론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애국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학교에서, 나라의 행사장에서, 운동경기장에서 익숙하게 불렀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래다. 하지만 임진택 선생은 이 애국가에는 두 개의 감춰진 진실과 한 개의 뒤집힌 사실이 있다며, 이를 바로잡고, 새로운 애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에서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선생이 말하는 애국가 속에 숨겨진 ‘두 개의 감춰진 진실과 한 개의 뒤집힌 사실’이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춰진 진실’이란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의 친일ㆍ친나치 행각과 불가리아 민요 표절 혐의를 말하며, ‘뒤집힌 사실’이란 애국가 작사자가 독립운동가 안창호임에도 민족반역자 윤치호로 뒤바뀌어 있는 현상을 말한다. 선생은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어느 왕릉을 가건 실크로드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길이 있고 소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를 비롯한 온갖 나무들이 울울창창했다. (…) 서울 근교 엎드리면 코 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30여 개에 이르는 조선 왕릉 길은 조선 최초의 왕릉 정릉에서부터 정조의 건릉까지 600킬로미터로 이어져 있다. 조선왕조 500년과 그 뒤로 이어진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찾아 천천히 그 길을 따라서 걸어 보자.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산천을 사랑하고 알리는 진정한 홍보대사가 될 것이다.” - 본문 가운데 조선 왕릉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와 복원, 관리사업의 노력으로,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랐다. 이후 10년 동안 능제 복원, 역사ㆍ문화 환경 복원 등의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 2020년 가을 ‘조선 왕릉 순례길’이 개방되었다. 조선 왕릉 순례길은 모두 6개 길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일본 시코쿠 순례길에 버금가는 역사적, 환경적 값어치를 가졌다. 이 책은 서울 선릉부터 영월 장릉까지, 서울, 경기, 강원도의 여러 조선 왕릉을 잇는 600km 왕릉길을 소개하며 각 왕릉에 대한 설명과 그에 얽힌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이 책은 고전을 소개하는 독서 에세이다. 사람들은 마음 상태나 기분에 따라 노래를 선택하고 여행을 하기도 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저자는, 독자가 자신만의 상황에 맞는 고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별 독서 리스트를 제안한다.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는’ 『설국』, 『햄릿』,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사표 쓰기 전에 읽는 책’으로는 『달과 6펜스』, 『변신』, 『레미제라블』을 소개하고 있다. 너무도 간절히 사표를 쓰고 싶었던 한 남자는 쇠똥구리가 됨으로써 비로소 꿈을 이룬다. 그러나 더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되자 식구들에게 버려지고 자기 방에서 유폐된 채 죽어 간다. 작가는 『변신』의 간결한 소개와 함께 이 비정한 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 바로 꿈을 향해 달려가라고 유쾌하게 조언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고전 읽기를 시도하지만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한 경험들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소 무겁게 느꼈던 고전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금은 딱딱하고, 가끔은 지루하게 느껴져 슬그머니 놓아 버렸던 고전들이 있다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이 고전들을 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 싸 움 - 황 인 동 자 봐라 ! 수놈이면 뭐니 뭐니 해도 힘인기라 돈이니 명예니 해도 힘이 제일인기라 허벅지에 불끈거리는 힘 좀 봐라 뿔따구에 확 치솟는 수놈의 힘좀 봐라 소싸움은 잔머리 대결이 아니라 오래 되새김질한 질긴 힘인기라 봐라, 저 싸움 어디에 비겁함이 묻었느냐 어디에 학연지연이 있느냐 뿔따구가 확 치솟을 땐 나도 불의와 한 판 붙고 싶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소띠해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식구로 여길 만큼 소중했다. 필요한 노동력이자 운송 수단이었고, 목돈을 마련하는 비상 금고의 역할도 했다. 더구나 고기는 음식 재료였고, 뿔과 가죽은 공예품과 일상용품의 재료였다. 현대사회에서 소는 농경사회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고기와 우유, 약품과 비누 등의 재료, 가죽 신발 등으로 인간과 함께한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물러나지 않는 우직한 소싸움의 정신! 코로나19 탓으로 가뜩이나 무릎이 꺾이는 힘든 요즘, 불굴의 의지로 힘차게 전진하는 소싸움에서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을 배운다. 천년의 역사를 이어 내려온 소싸움은 경북 청도를 비롯하여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