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당 태종의 치세를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하거니와 이 당 태종이 정치에서 성공한 이면에는 황제의 잘못에 대해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한 위징(魏徵, 580∼643) 같은 꼿꼿한 신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태종이 위징의 행실에 약간의 의심을 하고서 위징에게 충신(忠臣)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투로 말을 걸었다. 이때 위징은 "폐하께서는 저를 충신이 되게 하지 마시고 양신(良臣)이 되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뜻밖의 대답을 듣고 두 말의 차이를 묻는 태종에게 위징은 '양신은 군주에게 훌륭한 위세와 명망을 가져다주어 자손만대에 이어지게 하는데 견주어, 충신은 결국 미움을 받아 주살 당하기에 십상이고, 군주에게는 혼군이라는 악명을 남겨주며 나라를 망치고 말지요."라고 하였다. 요는 충신은 왕도 문제지만 본인도 목숨을 바쳐야 충신이 된다는 뜻이며 충신이 되지 않고 양신이 되도록 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말을 해준 것이다. 목숨을 바치지 않으면 충신이 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리에 가면 의견비(義犬碑)라는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 전설로 전해오는 충견의 의로운 행동을 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 시대를 뒤흔든 양심선언! 어느 시대나, 양심을 깨우는 죽비 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도 불의에 동조하지 않고 바른말, 옳은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세상은 그런 사람을 보며 미쳤다고들 한다. 그냥 눈 질끈 감고, 입 한번 닫으면 편하게 살 수 있는데 뭐하러 고생길을 자처하냐고, 누구는 그게 틀린 줄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아느냐고 반문한다. 이들의 용기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의 객기 정도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럼 그는 과연 모두를 각성시킨 그 외침은, 부질없는 만용이었을까. 설사 그 뒤로 바뀐 게 없더라도, 그들이 이건 아니라고 외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이 책의 지은이, ‘산하’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김형민 PD는 그들이 용기를 낸 덕분에 역사가 퇴보하지 않고 여기까지라도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책 《양심을 지킨 사람들》에서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는, 양심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라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넘나드는 시대도 다양하다. 책에 소개된 15인 가운데는 이준이나 남자현, 박종철처럼 비교적 알려진 이들도 있고, 검군이나 김성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미국 역사에서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이 된 콜린 파월이 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뉴욕 빈민가 출신으로 몹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가 어느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다른 인부들과 함께 도랑을 파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삽에 몸을 기댄 채 회사가 충분한 임금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었지요. 그 옆에서 한 사람은 묵묵히 열심히 도랑을 파고 있었습니다. 몇 해가 지난 뒤 다시 그 공장을 찾았을 때 불평했던 사람은 여전히 삽에 몸을 기댄 채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지게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삽에 기댄 채 불평만 하던 사람은 원인을 모르는 질병으로 장애인이 되어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그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태도는 상황을 이깁니다. 우리가 운명을 고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안팎의 사건에 대한 반응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행복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긍정적이고 감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틀(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입니다. 우린 스스로 믿는 대로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태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오늘로 12월로 접어들었다. 올해의 마지막 달인 것이다. 바로 하루 전에 우리는 11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제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으니 바야흐로 모든 것이 마지막이다. 올해의 마지막 주말, 마지막 휴일, 마지막 금요일, 마지막 밤 등등 이런 달력의 흐름에 맞춰 자연도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던 나뭇잎들이 저마다 갈 곳이 있다는 듯 땅에 떨어져 어디론가 날아가고, 가기 싫은 나뭇잎들은 청소부의 빗자루에 쓸려가고, 이제 길거리에는 이우성도 없는 공허만이 남아있다. 정말로 이 해의 마지막이 다 이달에 몰려 있다. 이때 우리가 즐겨 부르거나 듣는 노래가 두 개가 있으니 그 하나가 배호의 노래 ‘마지막 잎새’다. 그 시절 푸르던 잎 어느덧 낙엽 지고 달빛만 싸늘히 허전한 가지 바람도 살며시 비켜가건만 그 얼마나 참았던 사무친 상처길래 흐느끼며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 우리가 영원히 기억해 줄 이 노래의 노랫말은 포항출신의 정문(본명은 정귀문) 씨가 만들었다는 사연도 이제는 새삼스럽지는 않다. 학창시절 교장선생님의 딸을 좋아했는데, 교정에서 떨어지는 플라타너스 낙엽을 보며 이런 시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모든 것의 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청춘(靑春)! 푸르디푸를 것만 같은 ‘청춘’이라는 시절. 모두가 한 번쯤 거쳐 가는 그 축복 같은 시절. 청춘을 지나며 소년은 어른이 된다. 이 젊은 날들은 모든 것이 희망차고, 따뜻하고, 순조롭기에 ‘푸른 봄’이라 불리는 걸까. 그러나 청춘을 지나온 이라면 알 것이다. 그 시기가 그렇게 푸르지만은 않다는 것을. 현실과 이상의 괴리, 스스로에 대한 회의,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실망. 청춘은 이 모든 것이 점철된 채, 인생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한껏 안고 힘겨운 발걸음을 떼는 시기다. 설흔이 쓴 이 책 《소년, 어른이 되다》에 실린 7명의 소년도 그랬다. 목차만 훑어봐도, 이 소년들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범상치 않다. 홀로 바다를 건넌 소년 최치원, 과거에 거듭 실패한 소년 이규보, 학자와 관리 사이에서 방황한 소년 이황, 아버지를 원망한 소년 이이, 죽음을 일찍 깨달은 소년 허균, 부당한 차별에 눈물을 쏟은 소년 박제가, 신경증에 시달린 소년 박지원. 이들에게 청춘은 마냥 푸른 봄날은 아니었다. 아니, 푸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 가까웠다. 어쩌면 인생을 겨울부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래전에 인적이 드문 섬 장고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걸어서 남북으로 10분 동서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작은 섬이었지요. 섬엔 분교 하나, 우물 하나, 해수욕장 하나, 갯벌 하나, 염전 하나, 교회 하나…. 모든 것이 하나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뭍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덕으로 바다는 늘 생소했고, 염전을 가까이 본다는 것도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염전은 바닷물을 그냥 퍼 올려놓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늘 일기를 보아 눈비를 걱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증발 정도에 따라서 물꼬를 관리하고 소금 결정체가 생기면 넉가래로 거둬들여야 하는 땀과의 교환법칙이 성립되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금은 모든 맛의 근원입니다. 뜨거운 햇볕과 해풍을 견디며 굵은 소금으로 익어가는 것이 향기롭지요.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날에 가장 영롱한 결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염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가 수렵 위주의 생활을 하던 때는 소금은 중요한 자원이 아니었습니다. 동물 고기에는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소금을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었지요.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윤재윤 변호사는 수필집 《잊을 수 없는 증인》에서 ‘10분이 주는 자유’에 대해 얘기합니다. 재윤 형이 예전에 인천지방법원에 근무할 때입니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로 출퇴근을 하는데, 운전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윤 형은 운전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이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씁니다. 이렇게 1시간 이내로 줄이려다 보니 앞차가 좀 느리게 갈라치면 슬그머니 짜증도 났고요. 그리고 출근시간이 1시간을 넘긴 날은 하루 출발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렇게 출퇴근 전쟁을 벌이던 어느 날 출근길에는 남동 인터체인지에서 차들이 꼼짝하지 않습니다. 앞쪽에서 충돌사고가 난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나들목(인터체인지)에 들어섰으니 차를 돌릴 수도 없고, 차를 들고 사고 지점을 넘어갈 수도 없고... 이때 재윤 형은 창문을 내리고 길가를 바라다봅니다. 글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재윤 형은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내리지 않았을까요? 그때 재윤 형의 눈에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이 들어옵니다. 코로는 싱그러운 풀냄새가 들어오고요. “여기에 이렇게 꽃이 많이 피어있었던가?” 평상시에는 1시간 목표를 위한 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갑자기 주위에서 들리는 신음소리다. 아침 영하로 내려가고 출근하는 볼따구니에 찬 바람이 몰아치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무의식적으로 토해내는 비명인 것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가지에 잔뜩 매달려 웃을 때는 아름답고 멋있는 이 가을에 감사하다가 며칠 뒤 금방 추워지니까 가을에 대해 그 아름다움을 칭찬하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것에 감사하던 마음이 어느새 쑥 들어가 버린 것이다. 참으로 간사한 것이 우리네 마음이구나. 허둥지둥 우리 마음이 바빠진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추위가 오면 걱정할 일이 많다. 늘 우리가 미리미리 대비하라는 말을 듣고 마치 준비를 다 해놓은 듯 느긋하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마음이나 생각이 허둥지둥. 정신이 바람에 날려 무인지경으로 밀려간다. 아등바등 그러다가 이젠 몸이 아등바등해진다. 방한복이 좋아져 웬만하면 옛날처럼 추위를 심하게 타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제는 손가락도 발걸음도 빨리 따뜻한 피난처로 가기 위해 온통 내 머리와 상관없이 재빨리 움직이려고 하는데, 그것이 곧 아등바등이다.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적확한 표현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사색(思索).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사색이 주는 느낌은 고요하고, 평안하다.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일은, 유유자적 한가로울 때 할 수 있는 일일 것만 같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고, 나라를 구한 위대한 사색은 치열한 고통의 바다를 한 조각배에 의지해 건너는 것과 같았다. 그 위태로운 항해 끝에 나라를 구할 계책이 나오고 백성을 살릴 방도가 나왔다. 이 책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은 ‘사색 전문가’로 활동하며 고전이나 역사 속 인물들의 위대한 사색을 소개하는 작가 김종원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으며 장군이 걸었을 사색의 길을 ‘사색한’ 책이다. 책의 부제 ‘삶을 괴롭히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5가지 힘’에서 알 수 있듯, 이순신 장군이 파도와 같은 고통의 바다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었는지, 작가 스스로 깊은 사색을 통해 찾아낸 다섯 가지 힘을 실었다. (p.16)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위대한 이순신의 삶의 바탕은 ‘기품’과 ‘관점’, ‘지성’과 ‘사색’, ‘인문’이었다. 사람은 보통 이 다섯 가지를 잃을 때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너진다. 반대로 말하면, 이 다섯 가지를 추구하는 자는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당 이회영과 범정 장형의 발자취를 따라서》 책을 보면서, 우당과 범정의 독립운동 뿐만 아니라, 범정 선생이 어떻게 단국대를 설립하게 되었는지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단국대 설립에 관해서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임시정부는 1945년 11월 29일 광복된 고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이듬해 3월 3일 국민대학 설립기성회를 발족시킵니다. 《백범일지》에 이런 말이 나오지요.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문화의 나라가 되기를 바라던 백범이었으니, 백범이 중심이 된 임시정부도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국민대학 설립기성회를 발족시킨 것이지요. 범정은 이 기성회에 독립운동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이사진에 참여합니다. 국민대학은 1946년 9월 1일 개교합니다. 그렇지만 기금 모집이 원활하지 않아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국민대학관(야간)으로 출발합니다. ‘학관’이란 광복 직후 유행했던 학제로 전문학교 수준의 학교라고 하지요. 그나마 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