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가무형유산엔 없지만, 시도무형유산에는 ‘필장(筆匠)’이 있는데 필장은 문방사우(文房四友)의 하나인 붓을 만드는 사람 또는 기술을 말합니다. 붓은 털의 품질이 가장 중요한데, 붓끝이 뾰족해야 하는 첨(尖), 가지런해야 하는 제(濟), 털 윗부분이 끈으로 잘 묶여서 둥근 원(圓), 오래 써도 힘이 있어 한 획을 긋고 난 뒤에 붓털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건(健)의 네 가지 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지요. 털의 재료로는 염소(백모)ㆍ여우ㆍ토끼ㆍ호랑이ㆍ사슴ㆍ이리ㆍ개ㆍ말ㆍ산돼지ㆍ족제비 등의 털을 쓰며, 특히 노루 앞가슴 털로 장식용 붓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를 ‘장액붓’이라고 합니다. ‘제작과정은 우선 털을 고르게 한 뒤에 적당량을 잡아 말기를 한 다음 털끝을 가지런히 다듬는 ‘물끝보기’ 과정을 거친 뒤 대나무와 맞추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 등 100여 번의 손이 가야만 하지요.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씨를 잘 쓰는 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경지에 오른 사람은 도구나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하지요. 선무당이 장구 나무란다는 말도 있고, 훌륭한 목수는 연장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일에 능한 사람은 도구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완벽한 실력을 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당나라 때 유명한 서예가로는 우세남, 저수량, 안진경, 구양순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구양순이 제일 유명하지요. 지금도 서예 학원에서 구양순과 안진경을 필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양순은 글씨를 쓸 때 붓과 종이를 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수량은 좋은 붓과 먹이 없으면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지요, 어느 날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묻습니다. ''자네는 나와 구양순 중 누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가?'' ''내 생각에는 구양순이 한 수 위인 것 같네. 그는 어떤 종이에 어떤 붓을 가지고 쓰든 마음먹은 대로 쓰는데 자네는 붓과 종이를 가려 쓰지 않는가?'' 이에 저수량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능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연장이 좋아야 합니다. 목수가 연장을 좀처럼 빌려주지 않는 것이 그런 까닭이지요. 악기 중에서 값이 가장 천차만별인 것은 현악기 종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춘천 서면에 가면 〈붓 이야기 박물관〉이 있습니다. 장인 정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박물관이지요. 붓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번 이상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연암 박지원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깁니다. "보드라운 털을 빨아서 아교를 녹여 붙여 칼날을 만들되 끝이 대추 씨처럼 뾰족하고 길이는 한 치도 못 되게 하여, 오징어 거품에 담갔다가 꺼낸다. 종횡무진 멋대로 치고 찌르되, 세모 창처럼 굽고, 작은 칼처럼 날카로우며, 긴 칼처럼 예리하고 가지창처럼 갈라졌으며, 살처럼 곧고 활처럼 팽팽해서, 이 병장기가 한번 번뜩이면 모든 귀신이 밤중에 곡할 지경이다." 그의 유명한 소설 ‘호질’에서 붓을 형상화한 글입니다. 붓은 결코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붓의 힘은 칼보다 강합니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에 노예해방을 이끈 것은 북군의 총과 칼이기도 하지만 스토우 여사의 ‘엉클 톰스 캐빈’이라는 소설의 영향이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체제공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깁니다. "붓아! 너를 잘 사용하면 천지 만물의 이치와 운명도 모두 묘사할 수 있지만, 너를 잘 쓰지 못하면 충신과 간신, 흑과 백이 모두 뒤 바뀔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