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28) “사진은 기록과 진실을 담은 예술이어야 한다. 사진은 삶 속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추한 것이든, 참혹한 것이든.” 임응식. 가슴팍에 ‘求職(구직)’을 써 붙인 한 젊은이의 사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가? 그 사진을 찍은 이가 바로 임응식이다. 사진을 하는 이들에겐 잘 알려져 있을 사진계의 큰 예술가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퍽 낯설 이름이다. 권태균 작가가 사진가 임응식의 삶을 해상도 높게 보여주는 이 책, 《사진가 임응식》은 나무숲 출판사의 ‘예술가이야기’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다. ‘예술가이야기’ 시리즈는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사진 등 각 분야에서 우리 문화를 북돋운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다. 사진가 임응식은 1912년 부산에서 태어나 90살에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사진을 위해 살았던, 한국 사진계의 대들보 같은 인물이다. 와세다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만주에 갔던 맏형이 선물한 카메라를 입학 선물로 받았다. 방학을 맞아 부산 고향집에 와서 지낼 때면 산과 들을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작업실에서 현상과 인화를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때만 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컬렉션. 컬렉션 곧 수집의 사전적 의미는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골동품 따위를 모으는 일. 또는 모인 물건들’이다. 이렇게 건조하게만 정의할 수 없는 ‘컬렉션’은 그것을 모으기까지 한 발, 한 발 구도의 길을 걸어간 수집가들의 피와 땀이 응집된 보석함이다. 이 책 《컬렉션의 맛》을 쓴 지은이 김세종은 민화 수집가로 유명하다. 평창아트 대표로 국내 으뜸 민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자기나 제기 등 다른 골동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2018년 펴낸 이 책은 그가 털어놓는 자신의 수집 철학, 각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수집의 미학,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소장 민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수집 철학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우선 ‘안목의 근육’을 기르려면 가짜 작품에도 많이 속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실패 사이에서 허우적대다가 비로소 마주치게 되는 것이 명품이다. 명품을 수집하려면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사이에 수많은 가짜를 마주하며 길러진 ‘안목의 근육’이 있어야 한다. (p.91) 우연찮은 기회에 조그만 작품을 구입하였다 해도, 누가 작품을 좋지 않게 말하면 이내 작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시(詩)는 철학과 세계관을 고도로 농축한 글이다. 시를 잘 짓고 쓰는 사람을 보면, 사상이 정교하고 감각이 발달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시는 여러 겹의 사유를 덧대어 만든 언어의 결정체다. 시인 고두현과 전(前) 동양시스템즈 대표 황태인이 함께 쓴 이 책,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좋은 시와, 그에 따른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이 만날 때’라는 머리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 짓기와 경영은 영감과 직관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p.11) 시인과 경영자의 닮은 점도 많군요.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지요. 시인이 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면 경영자는 발밑의 땅을 고르고 이랑을 돋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수가 동시에 빛나지요. 책에 실린 많은 시 가운데 이근배가 쓴 《부작란-벼루에게》라는 시가 퍽 친숙하다. 추사 김정희가 1840년, 54살의 나이로 제주도 대정골에 유배되어 9년 동안 먹빛 바다를 보며 벼루가 바닥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4) 그냥 웃기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똥오줌 이야기가 아니야. 우리나라 역사 속에 나오는 똥오줌 이야기야. 왕과 왕비, 시인과 학자, 임금님과 선비가 주인공인 똥오줌 이야기란다. 역사책에 그런 게 정말 있냐고? 똥과 오줌, 다 나와 있냐고? 그래, 역사책에 다 나와 있어. 정말로 그런 이야기가 푸지게 나온다니까. 똥과 오줌이 정말 역사책에 그리 많이 나올까? 엄중, 진지, 근엄한 역사책에 ‘똥오줌’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도, 의외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소재가 된 적이 꽤 많다. 배설은 영원한 인간의 숙명이고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만큼, 똥과 오줌이 역사에 등장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설흔이 쓴 이 책, 《웃기고 냄새나는 역사 속 똥오줌 이야기》는 역사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볍게 바꿔준다. 이렇게 작고 하찮은 것도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주변의 작은 일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책에는 오줌 꿈을 사서 왕비가 된 김유신의 누이 문희, 화장실에서 김부식에게 복수한 정지상의 귀신, 신하들이 있는 가운데 몸을 돌려 오줌을 눈 조선 임금 경종, 똥거름이 장관이라고 평했던 박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배용준. 지금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한때는 온 세계, 특히 아시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류스타였다. 《겨울연가》의 성공 이래 그가 관심을 가진 모든 것은 큰 화제가 되었고, 그가 방문한 장소들은 일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인기가 엄청났다. 배용준이 2009년, 여행 수필집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낸 여행》을 냈을 때도 반응은 뜨거웠다. 책에 나온 장소들이 관광 명소가 되었고, 세계 각국에 번역 출판되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온 지 15여 년 만에 펼쳐본 이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단지 한류스타가 썼다는 이유로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라면 찬찬히 음미할 만한 대목이 많은, 단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행 수필이었다. 책은 ‘머물다’, ‘떠나다’, ‘버리다’, ‘사색하다’, ‘돌아오다’ 등 여정을 떠올리는 말들로 구성된다. 한국문화의 본산을 찾아 떠나고, 거기서 한 체험과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는 방식이다. 가령, ‘떠나다’ 편에서는 옻칠 장인의 공방을 찾아 옻칠을 배우고, 절에 가서 여러 날 머물며 절 음식을 맛보고, 차를 덖는 과정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지도자. 어떤 무리를 앞서서 이끄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이든 선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를 앞서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앞날을 대비해야 하며, 이끄는 무리의 신망을 얻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지도자다움’을 갖추기까지는 각고의 인내와 단련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기까지 사회 전체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군 장성 출신으로 동티모르 대사를 지낸 지은이 서경석이 쓴 이 책, 《그대, 내일의 리더에게》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주고, 우리 사회에서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지도자다움의 유형을 ‘현명한’, ‘강물 같은’, ‘어진’, ‘뜨거운’, ‘엄격한’으로 나눈다.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장자(將者) 지신인용엄야(智信仁勇嚴)’를 동서고금 지도자의 발자취와 연결해 재해석한 것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손자가 말한 덕목들을 겸비하고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아끼는 마음, 민족과 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헌신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사례 가운데는 서양 지도자의 사례도 많지만, 한국 역사 속 인물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격몽(擊蒙). 말 그대로 ‘몽매함을 물리친다’라는 뜻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로 이름 드높은 율곡 이이가 ‘몽매한 자들을 교육하는 중요한 비결’을 담아 펴낸 책이 바로 《격몽요결》이다. 요즘으로 치면 올바르게 살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정리한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한학 전문가인 지은이 이민수가 풀이한 이 책,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원문의 풀이도 잘 되어있지만, 다른 고전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을 많이 인용해 풍부한 해설을 덧붙였다. 500여 년 전의 자기계발서인데도 워낙 기본적인 자기관리 태도를 담고 있어서인지 크게 이질감이 없다. 이이는 격몽요결 머리글에서 ‘어쨌든 학문을 하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막히고 소견이 어둡기 마련’이라며 ‘사람은 반드시 글을 읽고 이치를 궁리해서 자기 자신이 행해야 할 길을 밝혀야 한다’라고 썼다. 바다 남쪽에 집을 정하고 살 때 학도 한두 사람이 와서 배움을 청했는데, 스승이 되지 못할 상황이라 대신 책 한 권을 쓴 것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아무런 향방 없이 헤매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책으로 자기 마음을 세우는 법, 부모 섬기는 법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혹시 이 노래를 들은 독자가 있다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봤을 것 같다. ‘어, 왜 이 인물은 안 들어가 있지?’ 한국을 빛낸 인물이어도 누군가에겐 크게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고, 누군가에겐 크게 중요한 인물일 수 있다. 지은이 조아라도 그 노래를 들으며 ‘왜 이 사람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노래에 들어가지 않은 이들을 조명하는 이 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 더하고 싶은 한국을 빛낸 위인들》을 쓰게 됐다. 과연 이 책에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도 거의 접하지 못했을 위인들이 꽤 많다. 세계 첫 비행기를 만든 정평구가 대표적이다. 벨테브레이(박연), 김만덕, 김처선, 광해군, 정도전, 만적, 김수로왕 등 제법 익숙한 인물들과 이사주당, 김명국, 엄복동, 박자청 등 생소한 인물 20명을 가려 뽑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신기한 인물은 역시 정평구다. 임진왜란 때 오늘날 비행기와 비슷한 개념의 무기인 ‘비거(날틀)’를 만들었다. 진주성을 방어하는 전투에서 비거가 보여준 활약은 놀랍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보다 무려 300여 년이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84) 금년에 낙백(시험에 떨어지니) 하니 나그네 마음 놀라워 외로운 객관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네 계룡산 짙은 구름은 푸른색 묻어 버리고 금강의 높은 물결은 차가운 소리 으르렁 저무는 하늘 비바람에 돌아갈 길 캄캄하구나 과거에 떨어지고 돌아갈 면목이 없는 선비의 비참한 심경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 책에 나오는 김득신이 쉰넷의 나이에 또다시 과거에 낙방하고 상심한 마음으로 쓴 시다. 그는 쓰린 마음을 안고 돌아가, 다시 과거 시험에 도전해 결국 쉰아홉 살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집안마다 가풍이 있듯이, 공부하는 분위기도 집집마다 다르다.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가문은 모두 공부를 중요시하는 가풍이 있었지만, 어떤 점을 중히 여기는지는 조금씩 달랐다. 최효찬이 쓴 이 책, 《세계 명문가의 공부 습관》은 뛰어난 학자와 관료를 배출한 동서양의 가문들이 어떻게 자녀 교육을 했는지 보여준다. 우리 명문가를 다룬 1부에서는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서애 류성룡, 청장관 이덕무, 백곡 김득신을 다루고, 세계 명문가를 다룬 2부에서는 찰스 다윈, 마리 퀴리, 타고르, 발렌베리, 로스차일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퇴계 이황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차별은 참 서럽다.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했다면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일들이 차별에 가로막힌다. 지금이야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없고 성별에 따른 차별도 거의 없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신분계층과 남녀에 따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차별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차별에 가로막히면, 포기한다. ‘그냥 이번 생은 그러려니’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기도 한다. 조선시대도 그랬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차별의 벽 앞에서 절망하고 꿈을 포기했다. 그러나 그때도 꿋꿋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차별 때문에 꿈을 이루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고 꿈을 간직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꿈을 이루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김은빈이 쓴 이 책, 《차별을 뛰어넘은 조선 영웅들》에 나오는 여섯 명의 위인이 그 주인공이다. 차별에 허덕이다 귀인을 만나고, 천운을 만나 꿈을 이뤘다. 절대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위기도 기회가 되고, 무심코 지나칠 일도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1480년 무렵, 한양에 반석평이라는 소년이 살았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이 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