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을 오는 소리 달빛 젖은 귀뚜리 울음소리 (돌) 소리로 존재 깨닫는 가을밤 (심) 보이는 소리 들리는 저 달빛 (초) 둥근 달을 품고 서성이노라 (달) ... 25.9.6. 불한시사 합작시 어느새 올해도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들었다. 나무 위의 매미 소리 사그라지고 풀섶 귀뚜리 소리 요란하다. 다 자기가 맡은바 자기의 몫에 저마다 충실하는 것일 게다. 윤달이 들어 한가위도 한 달을 남겨 두고 있으나 내일이 벌써 백로절(白露節)이니, 밤기운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이나 거미줄에 은구슬 이슬이 맺힌다. 초로(草露)의 인생이라 했던가! 오늘은 윤달의 보름이니 어젯밤 달빛이 유난히 청량하였다. 요양원에, 병원에 있는 벗이 그리워지는 밤이었다. 계절은 지구촌 곳곳에 다른 시기,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5월인데 가로수가 누렇게 물들어 가는 가을이었다. 오래전 지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이해가 되기도 했던 이색 체험이었다. 마야인들은 13개월 28일 고정 달력을 쓴다. 요임금 때 없어진 마고력도 같은 체제 달력을 썼다고 신라시대 박제상이 저술한 《부도지(符都志)》란 책에 기록되어 있다. 백두산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청렴새(淸鳥) 희고 맑은 선풍 도골 그립네 (돌) 아침 이슬에 젖은 저 백로여 (달) 해맑은 눈망울엔 꿈이 가득 (빛) 백로는 백로로 살고 있다네 (심) ... 25.9.1. 불한시사 합작시 청렴새(淸鳥) 또는 현조(懸鳥)는 두루미과에 속하는 백로(白鷺)의 다른 이름이다. 백로가 공식 이름이지만 문헌상에서 다양한 별칭이 보인다. 품위 있는 자세에 흰 깃털의 깨끗한 이미지릍 통해 예로부터 청렴새로 지칭되기도 했다. 선비들이 닮고자 했던 이유도 그 맑고 흰 청렴성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차가운 가을 강기슭에 긴 다리로 홀로 선 우아한 자태는 선풍도골(仙風道骨, 신선의 풍채와 도인의 골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선금(仙禽) 곧 두루미에 속한다. 두루미과에 속하는 새 가운데는 백로 말고도 단정학, 재두루미, 흑두루미 그리고 왜가리 등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단정학(丹頂鶴)이 단연 아름다움의 으뜸이다. 그 까닭은 흰 몸체에 목과 꼬리부분이 검은 데다 정수리에 붉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자세가 단정해서 단정학인 줄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단정학 또는 선학(仙鶴)은 과거로부터 우리 삶에 긴밀히 연관돼 왔다. 특히 단정학은 신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을 오는 소리 가을은 남자 계절이라 했나 (돌) 뿌린 것이 있어야 거둘텐데 (달) 산과 들길에 열매 익는 소리 (심) 툭툭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 (빛) ... 25.8..23. 불한시사 합작시 시가 쓰일 만한 세월이 아니라서 그런가. 써놓고 보니 시 같지도 않고 더욱이 가을의 맛도 우러나지 않는다. 꼭 아람이 벌어지지 않고 떨어져 있는 빈 밤송이들 같다. 시란 작자의 심정을 반영한다. 우리가 당면한 이 기후 변화가 얼마나 삶을 황폐하게 할지, 이 삶의 예측못할 혼란들이 또 얼마나 우리들 마음을 흐트러 놓을지. 처서가 지나가는 이 시절에도 이 가을은 노래가 되지 않는구나.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불한티 계곡 비온 뒤 물소리 불어난 계곡 (돌) 소리 중 소리는 계곡 물소리 (심) 바위 등짝 쓰다듬는 맑은 물 (빛) 온누리 얼룩진 이 씻겨 주렴 (초) ... 25. 8. 10. 불한시사 합작시 불한티 계곡은 불한령(弗寒嶺) 기슭에 있는데, 암반 위를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사철 끊이지 않는다. 불한산방과 이웃한 용추(龍湫) 계곡과 함께 백두대간 대야산의 양대 계류를 이루고 있다. 두 계곡물이 만나는 곳에 선유동(仙遊洞) 구곡(九曲)이 시작되어 선경을 이루고 있다. 이윽고 희양산 기슭에 이르면 봉암사 백운계곡 물과 만나 후백제 견훤의 고향인 가은읍을 지난다. 문경에서 북쪽으로 통하는 옛길은 세 갈래였다. 동쪽엔 신라시대에 개척한 하늘길(鷄立嶺)이 있고, 중간에 새재 조령(鳥嶺)이 있으며, 서북쪽에 불한티(嶺)가 있다. 새재는 개나리 봇짐지고 과거보러 가던 옛길이지만, 불한티는 소장수와 보부상들이 넘던 길로 고산자의 대동여지도에도 나온다. 춥지 않은 양지바른 고개라는 뜻의 이곳에 필자가 자리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불한시사(弗寒詩社)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라석)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여름의 뒷모습 어느새 가는가 올해 여름도 (달) 가야 온다니 어쩌나 가야지 (빛) 가는 뒷모습 처량만 하더냐 (심) 입춘대길 어느덧 입추로세 (돌) ... 25.8.7.불한시사 합작시 입추가 지나니 여름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측하기 힘든 기후변화를 실감하는 폭우와 폭염, 폭풍과 지진에다 끊임없는 전쟁 뉴스를 보고 들으며 지낸 올해 여름. 그리고 국내 정치상황은 또 어떤가. 이런 불임(不姙)의 여름날을 되돌아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뭐라 표현할까. 돌아보면 "열음"이 있어야 여름이라 할 것인데, 열음(열매) 없는 여름을 뭐라해야 할까. 가고 있는 저 여름의 뒷모습이 처량할 수밖에 있겠는가. 그러나 가을이 오고 있는 이 입추 절기 즈음에, 계절의 순환이란 그저 돌고 도는 회귀가 아니라 뭔가 변화를 품고 돌아옴을 말하듯이 새로운 계절의 가을바람이 맑고 시원하게 불어오기를 빌어본다.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꿈의 연밭 찻닢을 재웠네 꽃봉오리 속 (돌) 꽃잎 덮고 자다 꽃꿈에 깼네 (빛) 은은한 꽃향에 사랑의 다향 (달) 현실보다 생생한 연화 세계 (심) ... 25.7.23. 불한시사 합작시 청나라 말쯤 소주에 살았던 심복(沈復)이 지은 자전적 소설 《부생육기(浮生六記)》가 있다. 심복은 분경(盆景, 돌, 모래 따위로 산수의 경치를 꾸미어 놓은 분재)을 꾸미고 꽃나무를 가꾸고 그림을 그리며 뜻맞는 벗들과 시를 짓고 명산대천을 둘러본 풍류객이었다. 그는 마음씨 곱고 아름다운 아내 운(芸)을 두었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서 저녁때면 연꽃 봉오리 속에 찻닢 봉지를 넣어 두었다가, 아침에 꽃이 피면 꺼내서 연꽃 향기가 스민 맑은 차를 끓여 내었다고 한다. 며칠 전 충청남도 아산의 신정호반에 꾸며진 백련밭에 꽃구경하러 갔었다. 소낙비를 피해 전통찻집 다연(茶煙)에 들렀는데, 말차를 마시며 운의 생각이 떠올라 합작 시제로 발구(發句)했다. 오래전에 《부생육기》를 읽었는데,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놀라워한 적이 있다. 그 소설은 중국의 대문호 임어당(林語堂)도 극찬한 바 있으며, 한편 아름다운 여인 운에 대해서는 당대 문화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7월의 청포도 육사의 고향 생각나는 칠월 (돌) 청포 입고 온다던 님 그리워 (빛) 알알이 주저리 아리 쓰리랑 (심) 맑고 푸른 세월 그 언제인가 (달) ... 25.7.3. 불한시사 합작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7월에는 이육사의 시 "청포도"와 함께 그의 고향이 생각난다. 그곳은 도산서원과 그리 멀지 않은 안동 예안이다. 글쓴이는 어릴 적에 나의 아버지 고향이기도 한 예안을 여러 번 찾았다. 마을 가운데에 시인의 생가인 오래된 기와집이 있었다. 그는 퇴계의 13대 후손이고 그의 집은 '참판댁'이라 불렸다. "청포도"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다시 찾았을 때는 동네 어디에도 푸른 빛의 청포도는 없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머루색 검은 포도밖에 없어 아쉬웠었다. 그러나 청포도의 싱그러움을 연상시키는 '청포(靑袍)'와 '은쟁반' 그리고 '하얀 모시 수건' 등 우리 고유의 토속적인 정감을 북돋우는 맑은 시어들을 잊을 수 없다. 세월이 흘러 글쓴이는 한중수교 이전에 북경으로 유학하러 갔다. 거기서도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이육사가 북경대학의 사회학과를 다닌 적이 있어, 나에게는 공교롭게도 아득한 선배이자 동문이다. 당시 문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느티나무 그늘 할매할배 그늘 아래서 쉬네 (달) 꼬부랑 꼬불 꼬부랑 말투로 (돌) 인생의 길은 만만치 않았지 (빛) 어디 큰 인물의 그늘은 없나 (심) ... 25.6.24. 불한시사 합작시 주변에서 오래된 느티나무 고목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서든 오래된 느티나무를 만나면 왠지 반갑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나무를 어루만져 보기도 하고 한참 동안 그 밑을 서성이는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야 전설처럼 들리겠지만 옛날의 우리 또래들에게는 마을의 큰 느티나무가 푸근한 놀이터였고 학교가 되기도 했다. 또 그 아래에서 햇볕이나 비를 피하고 의지하는 그런 큰 품속 같은 곳. 곁에서 묵묵히 우리를 지켜주던 또 다른 세상의 아늑한 품 안이기도 했다. 며칠 전에 무심코 거리를 걷다가 마을 느티나무 아래 흰옷 입은 두 노인이 열차를 기다리며 햇살을 피해서 무연히 앉아 쉬는 걸 보게 되었다. 아련한 풍경 참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저분들도 나와 비슷한 추억을 갖고,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잠시 한숨을 돌리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미 어떤 느티나무 그늘도 위안이 되지 못하는 시대를 한탄하는 것일까. 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칼 같기도 하고 활 같기도 한 (돌) 동이 민족의 푸르른 담수호 (심) 밝디밝은 광야 저 물빛 신전 (달) 칼 차고 활 메고 누비던 추억 (빛) ... 25. 6. 10. 불한시사 합작시 바이칼은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다. 길이가 무려 636km나 되며 폭 25~79km에 깊이가 최대 1,642m나 된다. 약 2천5백만 년 전 형성돼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고 깨끗한 담수호 가운데 하나다. 시베리아 상공에서 비행기로 내려다보면 긴 활이나 칼날처럼 대륙 위에 펼쳐져 있다. 볼수록 신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호수 가운데 있는 알혼섬은 고대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 몽골 샤머니즘과 깊은 연관을 두고, 우리나라 샤머니즘과도 연결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부랴트족은 우리와 너무 닮아서 이웃사촌 같았다. 저 바다 같은 호숫가에서 샤먼들의 춤과 북소리는 우리의 혼령에 스며들어 마치 구석기나 신석기시대로 되돌아가는 그런 감동이 우러난다.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그리움 바이칼 오논 리아오 숭가리 (빛) 샤먼의 고향 호수속 알혼섬 (심) 불한산에서 반기는 세르게 (돌) 물빛 하늘빛 푸른 물결소리 (달) ... 25.6.7. 불한시사 합작시 우리 민족은 바이칼에서 비롯되어, 선사시대에 몽골의 오논 강역과 북만주의 숭가리 강역을 아우르며 남만주의 리아오 강역을 중심으로 위대한 홍산문명을 일으킨 듯하다. 하늘에서 빛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라 환한 얼굴로 눈부신 땅에 삶을 개척하여 한(환한)민족 또는 배달(밝달, 밝은 들)겨레라고 불렸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까맣게 잊힌 반만년 앞서의 영욕이 치밀한 과학의 지혜를 빌어 어느덧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록 속 좁은 중국인들이 동북공정을 한다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지만, 세계의 고고학계는 눈을 떼지 않고 있다. 불한시사의 시벗들은 오래전에 두루 답사하면서 감동에 휩싸여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동안 유전자(DNA)에 스며있던 역사의 기억이 현장심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특히 시베리아 샤먼의 성지로 불리는 바이칼의 알혼섬은 코리(Khori)족 또는 브리야트족의 고향으로, 원주민은 고구려의 조상인 북부여족과 연관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