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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가 직접 육아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018]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는 보통 아이 어머니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에 와서는 어머니 대신 아버지가 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예전엔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육아를 했다고는 상상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였던 이문건(李文健, 1494~1567)이 쓴 《양아록(養兒錄)》을 보면 그렇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양아록》은 이문건이 손자가 태어나 성장할 때까지 16년 동안 직접 기르며 쓴 일기입니다.

이문건은 부인과 며느리가 머무는 아래채에 가 손자의 발육과정을 지켜보며 그 변화 과정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가누며 앉게 되고, 첫니가 나며, 기어 다니기, 걸음마 연습, 책 읽기 흉내 내기 따위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가 손자 자라는 모습을 묘사한 기록을 보면 “12월 보름 뒤 능히 한 발짝 떼었다. 손으로 창문살을 붙들고 옆걸음질로 걸음마 연습을 한다. 점점 한 발짝씩 더 떼곤 하지만 자주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하는구나.”와 같습니다.

 

   
▲ 이문건(李文健)이 쓴 《양아록(養兒錄)》의 표지(왼쪽)와 글머리

드디어 돌을 맞이하여 돌잡이하는 모습도 등장합니다. 손자가 붓과 먹을 먼저 잡자 장차 문장가로 대성할 것이라며 흐뭇해하지요. 이 기록으로 돌잡이 풍습이 16세기 이전부터 있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드디어 6살이 되자 이문건은 아이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와 함께 자면서 돌봅니다. 귀하게 얻은 손자지만 야단치기도 하고 매질도 합니다. 이문건은 손자가 매를 맞은 뒤 울자 마음 아파하면서도 손자의 장래를 걱정하며 끊임없이 공부하기를 강요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우리는 《양아록》을 읽으면서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직접 아이 양육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