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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성리학이 만든 여백의 아름다움 사방탁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021]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조선 선비들이 거처하는 사랑방에는 선비의 특징을 보여주는 가구들이 있습니다. 사방탁자(四方卓子)는 그 가운데 선비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가구입니다. 다과(茶菓), 책, 가벼운 꽃병 등을 올려놓는 네모반듯한 사방탁자는 선반이 너덧 층으로 되었으며 널빤지로 판을 짜서 가는 기둥만으로 연결하여 사방이 트이게 했지요. 사방이 터졌기 때문에 사방탁자라고 하는데 제일 아래층은 장(欌)형식으로 짜인 것도 있습니다.

간결한 구성과 쾌적한 비례 그리고 여백의 아름다움은 좁은 한옥 공간을 시원하게 보이는 효과를 주고 있는데, 이러한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에 현대적 감각에 가장 가까운 가구로 평가받지요. 또 사방탁자는 앙상한 뼈대 사이로 기품이 유유히 흘러 선비의 방을 더욱 선비의 방답게 완성해주고 있습니다.

 

   
▲ 간결한 구성과 쾌적한 비례 그리고 여백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사방탁자

이렇게 조선 선비의 사랑방에서 사방탁자가 사랑받게 된 데에는 조선시대 성리학이 큰 몫을 했지요. 청자가 발달했던 고려와 달리 조선에 오면 깨끗한 순백색의 백자가 발달합니다.  불교국가인 고려는 사후세계에 관심이 많고 환상적이며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즐겼지만 조선은 성리학의 세계로 사후세계보다는 현실적, 합리적,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지배했기에 백자가 성행했다고 하지요. 이러한 영향으로 사방탁자에도 성리학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현실적, 합리적, 실용적인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책상이나 연상을 만들 때 다리와 상판 사이에 띠장식이나 운각을 붙이면 잡스러워진다. 금구장식을 붙여도 안 되고, 주칠이나 황칠도 안 된다. 문갑에도 기화를 새기지 말라. 조촐한 것만 못하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나오는 유중림[柳重臨, 1705년(숙종 31) ~ 1771년(영조 47)]의 말이 사방탁자가 간결해진 까닭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