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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산타령은 한국의 대표적인 합창곡”

[국악속풀이 213]

[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23회째 준비한 산타령의 발표공연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만 해도 산타령은 한국의 대표적인 합창곡으로 극장가에서는 선소리패를 초청해서 소리판을 벌렸다는 이야기, 산타령의 쇠락배경은 명인 명창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나, 타 장르의 구경거리가 동시에 등장했다는 점을 들었다.

60년대 말, 선소리 <산타령>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당시에는 김태봉, 유개동, 정득만, 이창배, 김순태 등 5인이 보유자로 인정되었으나, 현재는 이창배와 정득만의 제자들인 황용주, 최창남 외에 선소리산타령보존회회원들이 전승하고 있다는 이야기, 산타령은 1800년대 중반, 사당패들이 산타령 관련악곡들을 연행하였으며 그 이후에는 예인집단이나 세속 음악인들이 전승시켰다는 점, 산타령의 곡명은 1910년~1920년대 문헌인『증보신구잡가-增補新舊雜歌』를 비롯한 여러 자료에 보이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다리밟기 놀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였으며살고지다리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서울, 경기 일원의 산타령패(牌)들이 전부 모여 축제를 열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 혼신을 다해 소리를 하는 황용주 명창

산타령은 산을 노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 만큼,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가 존재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경기지방의 경기산타령이 있고, 서도지방이나 남도지방의 산타령이 있어서 구분이 되고 있다. 특히 서도지방의 산타령은 전쟁이후, 월남한 명창들에 의해 전승되어 왔으나 그 수가 워낙 적었고 또한 대부분이 타계하여 경기명창들이 전수해 줄 정도였다. 그래서 당시에도 경기명창들에 의해 널리 불렸으며 현재에도 경기 명창들에 의해 자주 무대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까 아직 서도소리가 중요무형문화재로 독립 지정이 되기 이전인 6`~70년대까지는 경기산타령, 서도산타령이 엄격하게 구분이 되지 않아서 소리꾼들은 양쪽을 모두 배웠고 잘 부르고 있었다. 지정당시 서도명창들이 적었다는 말은 월남해 온 소리꾼들이 적었고, 또한 이 적은 명창들의 대부분이 노쇠하여 작고하기 시작하면서 서도소리의 전수활동이나 보급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서도소리, 좌창이나 입창, 시창, 민요 등 서도소리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서도소리의 전승은 매우 심각했던 것이 그간의 정황이었다.

60~70년대 경서도 소리의 보급은 경기 명창 이창배의 공로가 컸던 것이다. 그는 서울의 종로3가 소재의 <청구고전성악학원>에서 전문인, 일반인을 교육하는가 하면 공연이나 방송, 음반제작을 통해 경서도 소리를 보급하였다. 특히, 국악교육을 전문으로 하던 <국악중고등학교>나 <국악예술학교>학생들에게 경서도 소리를 지도해 준 것은 오늘의 국악교육에서 민요의 중요성이나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기지방의 산타령은 입타령이 많고, 장단이 들쑥날쑥하며 강약이나 호흡조절이 까다롭다. 또한 고음역의 선율을 통성으로 질러대는 부분들이 많아 다소 남성취향의 노래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시대가 변해 여성들의 참여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여성들이 소리패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산타령은 여러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 멋진 노래이다. 악곡 구성은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잦은산타령 등으로 구성되는데, 서도의 산타령도 동일하고 잦은산타령에 해당되는 경사거리(경발림이라고도 함)가 있다. 가사의 내용은 경기나 서도가 유사하나 목을 쓰는 창법이나 말 붙이는 자리, 그리고 장단에 있어 다른 점이 비교가 된다.  

 

   
▲ 황용주 명창과 제자들의 선소리 산타령 공연 모습

시작하는 첫 곡은 놀량이고, 놀량은 산타령 중에서 가장 비중이 있는 소리이다. 산천경개를 두루 두루 노래하기 때문에 사설의 내용이 매우 건전하고 상식이 풍부해 진다는 점이 산타령의 특징이라 하겠다.  앞산타령에 나오는 가사의 예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과천 관악산 염불암은 연주대요, 도봉 불성 삼막으로 돌아든다.
 경상도 태백산은 상주 낙동강이 둘러있고,
 전라도 지리산은 하동이라. 섬진강수로만 다 둘러있다.
 남산 북악은 천년산이요, 한수오강은 만년수라.
 강원도 금강산은 해동절승을 자랑하고,
 설악오대 맑은 경은 승지강산이 이 아니냐.
 팔도명산 오악 중에 계룡산이 명산이라.
 충청도 계룡산은 공주 금강이 둘러있고,
 부여팔경 돌아드니 부소산이 진산이라.”(중략)

독창보다는 합창으로 부르며 대형을 이루는 통일성이 강조되는 노래라는 점에서도 다른 노래와는 차별이 된다. 또한 협동을 통해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이나 질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나  2박, 3박, 4박 등의 장단형태나 3분박, 2분박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씩씩하고 활달한 창법이나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노래이다. 그래서 학교교육이나 문화원학교, 평생교육의 장, 군부대, 기업체 등등에서 크게 활용이 기대되는 종목이라 하겠다.

금번 <선소리산타령보존회>의 제23회 발표회는 성동구가 마련한 경기소리축제의 하나로 이창배의 고향인 성동구 소재의 소월 아트홀에서 열렸다. 평소 경서도 소리를 즐겨하는 애호가 여러분이나 이 분야의 전공자들에겐 양자의 소리를 비교하며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산타령>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분위기를 환하게 바꾸어 주며 또한 얼마나 신명나고 건강한 노래인가를 확인 시켜주는 무대가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