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인 “망종(芒種)”입니다. 망종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이 시기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바쁜 때로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도 있는데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또 이때쯤은 가뭄이 들기도 합니다. 논과 밭 모두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옹달샘 물마저 끊겨 먼 데까지 먹을 물을 길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엔 비가 오지 않으면 임금까지 나서서 기우제를 지내야 했지요. 조선시대에는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었기에 비가 오지 않아서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면 나라에 큰 재앙인 것인데 《조선왕조실록》에 “기우제”가 무려 3,122건이나 나올 정도입니다.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먼저 산 위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산에서 불을 놓으면 타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같이 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며, 연기를 통해 하늘에 간절함을 전한다고 합니다. 또 신을 모독하거나 화나게 하여 강압적으로 비를 오게 하기도 합니다. 부정물은 개, 돼지의 피나 똥오줌이 주로 쓰이지요. 전라도 지방에서는 마을 여인네들이 모두 산에 올라가 일제히 오줌을 누면서 비를 빌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짚으로 용의 모양을 만들어 두들기거나 끌고 다니면서 비구름을 토하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여성들이 우물에서 키에 물을 붓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듯 물이 떨어지도록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지깽이로 솥뚜껑을 두드리는가 하면 샘물을 바가지로 퍼서 솥뚜껑 위의 체에 물을 부으면서 “쳇님은 비가 오는데 하늘님은 왜 비를 내려 주지 않으시나요.” 하는 말을 반복하지요. 또 병에 물을 담은 다음 솜으로 막아 대문 앞에 병을 거꾸로 매달아 두어 물이 똑똑 떨어지도록 하는데 이를 현병(懸甁)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온 나라에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큰 걱정인데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