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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훈(흉노)족 왕의 무덤과 행복한 유목민들

우리 민족의 발상지 알타이 산맥과 흡스콜 호수 답사기 8

[한국문화신문 = 안동립 기자] 
#8
일차 201488일 금요일(출발t=11:40:37) 

   
 
   
 
밤새 비가 약간씩 내리고 게르 안으로 들리는 바람 소리가 정겹다. 게르 천장 구멍으로 비가 들어왔다. 초저녁에 피운 난로가 불을 피울 때는 게르 안이 더운데 나무를 때니 계속 불을 피울 수 없어 새벽에 추웠다. 몽골인들은 소똥을 말려서 난방과 취사를 하는데 불이 꺼지지 않고 밤새도록 화력이 유지된다. 유목민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어젯밤 기사들과 다툰 윤 사장이 메시지만 남기고 가버렸다.(윤 사장은 머렁에서 8인승 승합차를 타고 15시간 만에 울란바트로에 도착 하였다고 함.) 조심하여 잘 가라고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하트칼 시내로 출발하였다. 시내에 도착하니 운전수들이 식당에 들어가 아침 식사를 하겠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여야 하는데 이들의 직업의식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적석총과 함께 사슴뿔 무늬가 뚜렷한 녹도문 비석  

식사가 끝나기를 느긋하게 기다려 머렁 시 북쪽 40km 도로 좌측 호숫가에 위치한 녹도문 비석이 있는 어르헐(Erkhel l.)호수로 출발하였다. 구름이 밀려나면서 날이 맑아진다. 지도상에 위치를 찍고 그 곳을 찾아가니 멀리서 녹도문 비석이 보인다. 호수 언덕 평원에 대형 적석총과 함께 사슴뿔 무늬가 뚜렷한 비석이다.  

일본인이 쓴 책을 보니 오시긴오브레(폐의 계곡) 유적이라 한다. 왕의 무덤으로 제단과 석주에 해, , 사슴, 농기구, 궁사, , 장식품 등이 암각으로 새겨져있다. 비석 뒷면에는 후대에 음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문 같은 글자가 있는데 훼손되어 내용을 알 수 없다. 이 유적은 3,500~4,000년 전에 조성된 적석묘로 발굴된 현장이 그대로 방치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탁본이라도 해보면 정확한 그림을 알 수 있지만 희미한 음각과 색상을 보는 것만으로 도 감사하다. 초원에 방치되어 훼손이 될까 걱정되며 보존이 아쉽다.  

유적지 호숫가에 오토바이 여행객이 텐트를 치고 있는데 유럽에서 중앙아시아를 지나 몽골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답사의 정점으로 왕의 무덤 앞에서 여러 토론을 하였다. 이번 역사 답사에 처음 참가한 천소영 교수는 자기의 눈에는 그냥 돌로 보이는데 답사단 눈에는 역사가 보이고 그에 따른 이야기들이 줄줄 나오니 참으로 신기한 답사단이라고 한다. 우리 답사단이 공부하는 여행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는데, 다만 앞으로는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답사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여행 소회를 밝혔다.  

아쉬움을 남기고 머렁으로 출발하였다. 호텔에 카메라를 두고 온 김남석 사장이 탄 차량과 헤어지고 나머지 차량은 머렁 재래시장(E100°0955, N49°3842, h=1,259m, t=16:09:48)을 구경하기로 하고 각자 출발하였다.  

시장 앞길은 차량으로 복잡하고 분주하였다. 차를 적당히 주차하고 호소로와 만두 등을 파는 식당에 들어가 기사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계산하려고 보니 인원이 부족하다. 동분서주 찾았는데 남회장이 탄 차량이 호텔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여 시장 구경은 접어두고 머렁 시 외곽 주유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바람 따라 떠도는 구름처럼 이리 저리 흘러간다 

주유소에 주차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우 버스가 주유하러 왔는데 머렁 시와 울란바트로 시를 다니는 정기 노선이라고 한다. 운전수가 한국말로 반갑게 인사를 하며, 한국인 친구 이야기 한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하니 차에 인원이 차야 출발을 한다고 하며, 운전수가 2명이 번갈아 운전을 하는데 약 20시간 소요 된다고 한다. 버스 안에 올라보니 빈자리가 없고 짐과 아이들까지 꽉 차있다. 비포장 길을 다니기에 에어컨을 켜지 않아 차안의 공기가 후텁지근하다. 

노선버스가 가는 길이 정비가 된 길이 아니고 4륜구동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험한 길을 버스로 간다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안는다. 말과 낙타를 버린 몽골인 들이 자동차란 문명이 들어와 이용 하지만 그들의 삶은 더 고단해 보인다.

 

   
 
잠시 기다리니 뒷 차량이 도착하여 출발하였다. 오늘부터 가는 길은 노선버스와 일반 관광객들이 지나는 길로 한가이 산맥 북쪽 계곡 산자락을 돌고 넘는 길로 대평원과 구릉이 어우러진 곳인데 비포장 길을 약 350km를 지나야 울기 호수로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나온다. 그곳까지 가야 울란바트로로 쉽게 갈 수 있다.  

여행을 마무리 하는 심정으로 편안한 자세로 느긋하게 즐기면서 1시간 쯤 가는데 포장도로(E100°5416, N49°2824, h=1,275m, t=18:14:27)가 끝나고 비포장이다. 조금 더 가니 셀랭게 강 지류에 부교가 설치된 곳이 나온다. 요 며칠 계속 비가 와서 강물이 많아졌다. 부교는 군대 시절에 만들어 본 기억이 생생한데 이곳에 설치되어 주민들이 활용하다니 감개무량하다.  

강 건너 잠시 쉬고 일행은 동남쪽 방향으로 진행한다. 초원에 내린 비로 여러 곳에서 생명이 움트고 갖가지 색 꽃이 활짝 피어 대지에 양탄자처럼 깔려있다. 몽골 여행에서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는 길이 정상적인 루트인지 아무도 모르고 운전수 들이 이 루트를 여러 번 다녀 봤다고 하는데 방향만 정하고 달리니 필자의 마음이 마냥 느긋할 수 는 없다.

 

   
 
바얀온더 산을 넘어야 내리막길 대평원이 나오는데 울창한 산림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산골을 돌아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진창으로 차량 여러 대가 빠져서 이리저리 돌고 밀고 당기고 있다. 4륜구동 차량은 무사히 넘는데 우리가 탄 차량은 후륜구동이라 여지없이 진창에 빠진다. 30여분 차량을 밀어서 큰 고개에 올랐다. 몽골 여행에서는 차량의 고장과 미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라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재미있고 즐거워진다. 

이곳의 오보는 목재로 만들어져있다. 지역마다 무엇이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지는 것 같다 

   
 

양 몇 마리와 게르 정도가 가진 것 전부인 유목민들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포장도로(E100°2251, N49°3713, h=1,495m, t=17:35:58)
고개를 넘으니 고도가 점점 낮아진다. 심하게 흔들리며 먼지를 풀풀 날라며 달리는 차안에서 먼 산을 바라본다. 몇 시간을 달려도 초원, 야생화, 말이나, 지나는 버스 모두가 신기하고 아름답다.  

광활한 대지를 그냥 버려 둔 것 같다. 가끔 지나는 작은 마을과 게르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겨우 양 몇 마리와 게르 정도가 가진 것 전부인데 이들이 초원에서 뒹굴면서 나보다 더 행복한 미소를 짓다니 한편으로 질투가 난다. 나는 누구인가. 초원을 한 점 굴레처럼 지나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은 일에도 더 행복해 져야겠다. 

구름이 내려앉고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선두 차량을 세워 해지기 전에 캠핑하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여 야영을 하기로 하였다. 30여분 달려 작고 아담한 겨울 목장을 찾아 그 앞에 야영지를 설치하였다.  

오늘이 이번 여행에 마지막 야영이다. 일상을 벗어나 세계에서 제일 험한 두메, 끝이 어디인지 모를 미로 같은 사막을 헤매고 돌아 그 끝자락에 섰다. 그동안 어렵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모든 단원이 야영을 즐기면서 담소를 나눈다. 저녁 공기가 무척 차다. 대충 정리하고 텐트에 들어와 자리에 누우니 지난 8일간 일정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친다. 동물의 똥이 사방에 있어 이리저리 치우고 텐트를 친 찬 바닥에 자리 하나 덩그러니 깔고 대지에 머리를 대고 바닥에 눕는다. 내 지친 몸뚱이는 사막의 찬 바닥에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면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구름이 흐르는 대로 사막과 초원을 자유롭게 여행하였다. 

바쁜 세상사 모두 잊고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으로 돌아가 배고프면 먹고 해지면 자리를 깔고 별이 솟아지는 초원의 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알타이 산과 한가이 산에서 불어오는 세찬 골바람 소리도 이제는 천사의 속삭임으로 들리고, 광야에 취하고 별빛에 취하여 시간이 멈춘 듯 흐르는 구름과 별이 모든 것을 사랑하고 품어내는 밤의 대지, 아름다운 정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꿈속에서도 또 보고 싶은 멋진 풍광을 영원히 기억 하고 싶다.

   
 

8일차 야영지(E101°3457, N48°5643, h=1,552m, t=22:41:45, 이동거리 29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