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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뜻 깊은 시서전 인천서 열려

인천관동갤러리서 8월 2일까지 ㅣ

[한국문화신문 = 전수희 기자] 인천차이나타운 가까이에 있는 인천관동갤러리에서는 아주 뜻 깊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른세 분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기 위한 붓글씨 전시회가 그것이다.

 이곳에서는 무명지 잘라 혈서 쓴 항일의 화신 남자현, 안사람 영혼을 일깨운 춘천의 여자 의병대장 윤희순, 총칼에 날개 꺾였어도 굽히지 않은 항일정신 박자혜, 포탄 퍼붓는 전선도 두렵지 않은 광복군 지복영 지사 등 모두 서른 세분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서전(詩書展)이 지난 7월 4일부터 오는 8월 2일까지 열리고 있다.

   
▲ 시서전 전시장 모습

 

   
▲ 시서 작품

시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이윤옥 시인이 쓰고 붓글씨는 제35회 원곡서예문화상을 수상한 청농 문관효 선생이 썼다.

 “일제국주의 침략을 당해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각자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독립운동에 뛰어든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많습니다. 김향화, 문재민 처럼 기생의 신분이거나, 고수복, 이효정 지사처럼 열악한 방적공장의 노동 현장에서 또한 부춘화, 김옥련 지사는 해녀출신으로, 그런가 하면 최용신, 차미리사와 같이 분은 교육을 통한 독립운동에 헌신하셨지요. 한편 유관순, 동풍신 열사처럼 일제의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세운동에 뛰어든분 등 그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을 알리기 위한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추적하여 <서간도에 들꽃 피다>라는 5권의 시집으로 엮어 우리에게 여성독립운동가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는 이윤옥 시인의 말이다. 시인은 이어 “개인의 생일날도 기억하고 잔치를 하는 판에 광복절을 맞아 기념식만으로 이 날을 기억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 어렵사리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 시서전을 찾은 사람들이 오희옥 생존 애국지사(가운데 책을 든 분)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오희옥 애국지사 바로 뒤 분이 권기옥 애국지사 아드님 권현 선생이다.

 

 다양한 서체를 구사하는 서예가로 유명한 청농 문관효 선생은 “건네받은 시 한편 한편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서른 세분의 특징과 성격을 글씨로 나타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광복군 출신은 좀 더 씩씩한 필체로 썼고, 열네 살 소녀의 만세운동을 나타낼 때는 어린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도 보이지 않는 독립의지를 나타내려고 애썼다”면서 33개 족자 작품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7월 24일 금요일 오후 시서전 전시장에는 아주 뜻 깊은 손님이 찾아왔다. 생존해 계시는 오희옥 애국지사와 최초의 여자비행사였던 권기옥 애국지사의 아드님이신 권현 선생의 방문이다.

 오희옥 지사는 “중국 땅에서 열 살 때 헤어진 아버지를 해방 후 스무 살이 되어서야 조국에서 뵈었다. 그 시절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았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 그리고 언니와 함께 독립운동에 합세한 삶은 피눈물 그 자체였다” 고 회상했다. 오희옥 지사의 아버지는 오광선 장군으로 이들 가족은 중국땅에서 서로 흩어져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관계로 10여 년간 서로 생사도 알지 못하다가 조국의 광복으로 상봉한 케이스다.

 오희옥 지사와 권현 선생은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마침 이날은 JTBC 방송국에서 전시회를 촬영하러 와서 관객들과 함께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종편방송 JTBC가 광복 70주년 기념 특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촬영을 나와 대담을 하고 있다.

 비단 표구 족자에 정성껏 써내려간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감상한 주여진 (43살, 주부) 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부천에서 왔습니다. 나 자신이 여성독립운동가를 잘 몰랐기에 신문 보도를 보고 별러서 와 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를 구하겠다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뛰어든 독립운동가들의 구국 항일정신을 우리는 너무 잊고 지냈다는 생각입니다.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고 했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인천관동갤러리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주택을 미술관으로 재생한 것으로 관장인 도다이쿠코 씨는 “일본의 침략으로 씻지 못할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한국인들의 독립정신을 되새기는 전시회를 열어 기쁘다. 특히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알리는 시서전에 한국인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했다. 도다이쿠코 관장은 갤러리를 한 달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이어지며 8월 14일부터는 “자료로 보는 일제 침략사 전”을 준비하고 있다.

 *관동갤러리: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31번길 38, 전화: 032-766-8660
  전시기간 7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전시기간 중에는 금,토,일만 문을 열며 사전에 예약하면 평일에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