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오늘은 입추, 그 안에 이미 가을은 잉태되었다

[한국문화재발견]

[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셋째 입추(立秋).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인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고려사84()38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여서 조선시대에는 이때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 

그런데 입추는 가을이 들어서는 때지만 이후 말복이 들어 있어 더위는 아직 그대로다. 우리 조상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이다. 또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넘어가면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기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입추와 말복이 다리가 되어야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참고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입추(立錐)24절기 입추(立秋)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송곳()을 세울() 만한 여유(餘地)가 없다.” , 아주 좁고 여유가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불볕더위가 이 같은데 성 쌓는 곳에서 감독하고 일하는 많은 사람이 끙끙대고 헐떡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밤낮으로 떠오르는 일념을 잠시도 놓을 수 없다. 이러한데 어떻게 밥맛이 달고 잠자리가 편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처럼 생각한다고 해서 속이 타는 자의 가슴을 축여 주고 더위 먹은 자의 열을 식혀 주는 데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따로 한 처방을 연구해 내어 새로 약을 지어 내려보내니, 나누어 주어서 속이 타거나 더위를 먹은 증세에 1알 또는 반 알을 정화수에 타서 마시도록 하라 

위는 정조실록18(1794) 628일 치 기록으로 정조 임금이 화성을 쌓는 공사장의 감독이나 일꾼들이 더위에 지쳐 몸이 상할 것을 걱정한 나머지 더위를 씻어주는 척서단(滌暑丹) 4천 정을 지어 내려 보냈다는 내용이다. 세종실록30(1448) 72일 치 기록에는 세종임금이 옥 속에 갇힌 죄수의 건강까지도 걱정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 세종임금, "죄수에게 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물을 주어라"(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내가 전에는 더위를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몇 해 전부터 더위가 들기 시작하여, 손으로 물을 희롱하였더니 더위 기운이 저절로 풀렸다. 이로 생각하건대, 죄수가 옥에 있으면, 더위가 들기 쉬워서 혹은 생명을 잃는 수가 있으니,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더운 때를 당하거든 동이에 물을 담아 옥중에 놓고 자주 물을 갈아서, 죄수로 하여금 손을 씻게 하여, 더위가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  

입추라 하지만 아직 찌는 듯한 더위는 사람들은 물론 온갖 짐승과 식물들까지도 쩔쩔매게 한다. 그러나 정조나 세종처럼 어려운 이들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을 지녔을 때 여름을 좀 더 쉽게 날 수 있지 않을까 


   
▲ 연꽃 위의 저 잠자리는 가울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림 운곡 강장원 한국화가)

어떤 이는 어느 집 우물가에 오동잎새가 떨어지는지 궁금하다라고 한다. 너무 앞서가는 말이지 모르지만 이제 가을은 입추 안에 잉태되었음을 생각하고 하늘을 그리고 산을 한번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