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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제문과 혼례 때 고축까지 한글로 쓴 남파고택 박준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102]

[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단국 기원 4306년 세차 계축 8월 병신삭 10표일 경술 후손 준삼은 선조 여러 어른 신위 전에 삼가 고하나이다. 오곡이 무르익은 중추절을 맞이하여 여러 선조님의 높은 은덕이 새삼 느껴지며, 추로의 정이 간절합니다. 이에 간소한 제수를 드리오니 강림하시와 흠향 하시옵소서.” 이는 당시로는 매우 드물게 한가위 차례 때 전남 나주 남파(南坡)고택 박준삼 선생이 올린 한글 제문입니다. 그뿐만 아니지요.


   
▲ 박준삼 선생이 손자의 혼례식 때 쓴 한글 고촉문

“이 길한 날을 가려 6대 이래 종손인 경중이가 진주 후인 강대흥 씨의 장녀 정숙이와 혼례를 거행하였음을 삼가 신령님 전에 감히 고하나이다. 여러 가지로 살펴보아 우리 가정 종부로서 적합하게 생각하였슴으로 양가의 충분한 양해 아래 이 의식이 이루어젓아오니 항시 보살펴 주시사 험난한 세파를 헤엄쳐 가는데 큰 지장이 없이 영원무궁토록 앞길을 열어 주시기를 우러러 빌고 바라옵니다. 갑인 四월 一八일 불효손 준삼 아룀”

박준삼 선생은 이렇게 손자 박경중의 혼례 때 고축과 훈계는 물론 이력서도 한글로 쓰고, 나주초등학교 교가 노랫말도 한글로 지었으며 한글학회 회원이면서 최현배 선생, 정인승 선생 등과도 친밀하게 지냈습니다. 선생은 한문 백일장에서 장원을 할 만큼 한문에도 해박했고, 일본 릿교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여 영어에 능통했지만 한글 사랑은 철저했지요. 박경중 종손은 할아버지께서 축문을 모두 한글로 써주셔서 후손들이 제사를 지낼 때 참 편하다고 고백할 정도였습니다. 

 

   
▲ 박준삼 선생이 살았던 전남 나주 남파고택과 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