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다섯째인 “백로”입니다. 백로(白露)는 “흰이슬”이란 뜻으로 이때쯤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는 뜻이지요. 농촌에서는 백로를 풍년의 기준점으로 삼는데 한낮엔 여전히 더위가 가시지 않고, 아침저녁으론 이슬이 맺힐 만큼 서늘하여 냉·온탕을 오가는 날씨로 이때 곡식들은 부쩍 여물어갑니다. 하루 햇볕은 쌀 10만 가마를 증산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지요. 매운 고추는 더 맵게, 포도 등 단 과일이 더 달게 익는 것도 이때입니다. 밤도 예외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맑아진 하늘에 유성과 운석의 활동이 자주 눈에 띄면 낮 동안 부족한 일조량을 메워주기 위한 ‘하늘의 은혜’로 여겼습니다.
조선시대 나라에서는 ‘이 시기를 낭비하는 것은 한해를 허비하는 것’이라 해서 궁궐 대신과 관원들의 음주 가무를 금했지요. 특히 세종대왕 시절엔 모든 잔치를 금하고 이를 어기면 누구나 벼슬을 파면하기도 했습니다.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던 때는 당연했을 것입니다.
▲ 오늘은 백로, 어머니의 포도지정이 그리워(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특히 이때 옛 사람들의 편지 첫머리를 보면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고…….” 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포도가 익어 수확하는 백로에서 한가위까지를 <포도순절>이라 합니다. 또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을 때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었다고 하는데 이 “포도지 정”이란 어릴 때 어머니가 포도를 한 알, 한 알 입에 넣어 껍데기와 씨를 가려낸 다음 입으로 먹여주던 그 정을 일컫습니다. “백로” 이때는 자식들을 끔찍이 사랑하시던 어머니의 <포도지정>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