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화 활짝 필 때 술이 한 말이거든 꽃 두 되를 주머니에 넣어 술독 속에 매달아 두면 향내가 가득하니 꽃은 매화와 연꽃 등 향기가 있고 독이 없는 꽃을 이 법으로 하되 꽃을 많이 술 위에 뿌려야 좋으니라. 유자는 술맛이 쓸 것이니 술독에 넣지 말고 유자 껍질을 주머니에 넣어 매달고 술독을 단단히 덮어 두면 향기가 기이하니라.” 이는 전의이씨가 순 한글로 쓴 조리서 《음식방문니라》에 나오는 “화향입주(花香入酒)” 담그는 법입니다.
여성군자로 알려진 경북 영양 석계종택의 장씨부인이 지은 《음식디미방》과 견줄만한 조리서가 충남 홍성의 사운고택(士雲故宅)에 전해지는데 《음식방문니라》가 그 책입니다. 이 책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송철의 교수에 따르면 조리서로도 가치가 있지만 19세기말 국어 표기법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라고 합니다. 이 책은 흉년 때 빈민구휼에 앞장섰던 사운 조중세(士雲 趙重世 : 1847∼1898) 선생의 종가에 내려오는 조리책으로 《음식방문(飮食方文)》 이란 “음식을 만드는 법을 적은 글”이란 뜻이지요.
▲ 사운고택의 숙부인 전의이씨가 쓴 《음식방문(飮食方文)니라》
이 책에는 화향입주법 말고도 두견주법, 소국주법, 송순주법, 신묘향법 같은 술빚기와 두텁떡법, 혼돈병법, 복영도화고법, 신검채단자, 석탄병법 같은 떡 만들기 그리고 진주좌반연법, 승기약탕법, 삼합미음법, 증구법(개찜), 동화석박지법 같은 요리와 반찬 만들기 따위도 꼼꼼하게 적혀 있습니다. 특히 사운고택에 가향주로 전해 내려오던 송순주는 산업화 때 밀주단속을 하는 바람에 맥이 끊겼다고 하는데 송순주 만드는 설명에는 “솔순을 무수히 씻어 잠깐 삶아 솔향기가 없어지게 하지 말고 밥과 솔순이 얼음 같이 식은 뒤 넣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제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어 국화도 그 향기를 더해 가고 있으며 얼마 있으면 다가올 한가위 때 송편으로 쓰는 솔잎도 풍성한 철이고 보니 더욱 화양입주나 송순주 같은 전통 술이 생각납니다.
▲ 《음식방문(飮食方文)니라》가 전해오는 홍성의 "사운고택"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