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草草人間世 덧없는 인간세상
居然八十年 어느덧 나이 팔십이라.
生平何所事 평생에 한 일 무엇이뇨
要不愧皇天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한 것이네."
위는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 1627~1704) 선생이 쓴 <병중에 회포를 적다(病中書懷)>라는 한시입니다. 1704년, 선생이 78살로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에 지은 것으로서, 글쓰기를 마감한 절필시(絶筆詩)지요. 선생은 죽음이 가까워왔을 때 평생을 뒤돌아보면서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최선을 다했음”을 고백합니다. 높은 벼슬이나 재산을 탐하지 않았던 선생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 시입니다.
▲ 갈암 이현일 선생, 평생 부끄럼 없이 살고자 했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선생이 태어나기 전인 임진왜란 때 중국 두사충이란 이가 조선에 왔다가 선생의 집을 보고 “자색 기운이 1장이나 뻗혀있으니 저 집에 틀림없이 뛰어난 인물이 태어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하지요. 선생은 인현왕후 폐비의 부당함을 상소하여 7년에 걸친 유배생활을 했던 올곧은 선비였습니다. 또 퇴계학맥의 적통을 이은 대단한 인물인데 외할아버지 경당 장흥효 선생도 퇴계학맥의 적통을 이은 분이지요. 또 선생의 어머니는 도토리죽을 쑤어 가난한 이를 구해 여중군자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최초의 순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 선생입니다. 평생 하늘에 부끄럼이 없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