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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귀동냥으로라도 거문고 공부하려 했던 김성기 명인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117]

[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새 노래 몇 곡을
태연하게 연주하다
창문을 열어젖혀 눈이 마주치고선
뛰어난 재능에 탄복했네

물고기가 솟아오르고 학이 내려앉을 음악을
이제 모조리 전해주노니
예를 쏘아 맞힌 활일랑
내게 겨누려 하지 말거라”

 

   
▲ 김성기 명인, 창문 밖에서 스승의 거문고 음악을 엿듣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위 시는 조선후기의 여항시인(閭巷詩人 위항시인이라고도 하는 중인이나 서자 출신 문학인) 조수삼(趙秀三, 1762~1849)이 쓴 《추재기이(秋齋紀異)》에 나오는 한시입니다. 17세기 후반부터 활동한 유명한 가객 김성기에 대한 이야기인데 김성기는 연주에도 뛰어나고 작곡에도 큰 업적을 남긴 거문고 악사였습니다. 이 김성기는 숙종(1674~1720) 때 거문고 대가였던 왕세기(王世基)로부터 거문고를 배웠다고 하지요.

하지만 왕세기는 원래 새 음악을 만들면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고 비밀로 했습니다. 이에 음악에 목말라 했던 김성기는 도둑 공부라도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밤마다 왕세기의 집으로 가 창문에 귀를 대고 엿들은 다음 이를 모조리 암기하고 자신의 음악으로 만들어버리지요. 그런데 그를 눈치 챈 왕세기가 어느 날 밤 거문고를 타고 있다가 갑자기 문을 크게 열어 젖혔고 김성기가 놀라서 땅에 나동그라졌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을 엿듣는 것을 괘씸하게 생각했던 왕세기는 김성기의 배우고 싶어 하는 열정에 감복해 자신의 음악을 모두 가르쳐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왕세기는 “내 음악을 모조리 전해주노니 예를 쏘아 맞힌 활일랑 내게 겨누려 하지 말거라”고 하지요. 《맹자(孟子)》에서 방몽은 예에게서 활 쏘는 법을 배웠는데 다 배우고 난 방몽은 자기보다 활을 더 잘 쏘는 스승 예를 죽였다는 고사를 들면서 스승을 배반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입니다. 도둑 공부를 해서라도 최고의 악사가 되려했던 김성기 명인의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