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예전엔 여성이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라 하여 친정부모를 쉽게 만날 수 없었지요. 그래서 한가위가 지난 뒤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서 한나절 동안 회포를 풀었는데 이를 ‘반보기'라는 했습니다. 반보기는 다른 말로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고 했는데 한가위가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때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도에서 만났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이렇게 말한 것이지요.
▲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의 애틋한 만남 "반보기"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또 한마을의 여자들이 이웃 마을 여자들과 경치 좋은 곳에 모여 정을 나누며 하루를 즐기는 일도 있었는데 이때 각 마을의 소녀들도 단장하고 참여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며느릿감을 고르는 기회로 삼기도 했습니다. 속담에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 하여 가까운 친척을 만나러 가는 것이 먼저이고, 꽃구경은 나중이라고 하였으며, 한가위 앞뒤로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로 하루 동안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큰 바람이었습니다.
요즘은 민족대이동이라 하여 국민 대다수가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조상에게 입은 덕을 기리는데 이는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북향민(새터민)들은 명절이 와도 온보기는커녕 반보기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