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성우)은 교보문고(대표 허정도)와 함께 5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나라의 보물 《훈민정음》 해례본을 복간했고 이를 국민과 나누겠다고 선언했다. 교보문고가 만들고 유통하는 이번 복간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간송미술관에 보관하고 있는 국보 제70호를 정밀한 고증과 작업을 거쳐 현재 상태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 《훈민정음 해례본》 모음
이번 복간사업으로 펴낸 영인본(원본을 복제한 책)은 기존에 만들어진 복제품과는 격이 다르다. 그동안 대중에게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우리 겨레 으뜸 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현 상태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현존하는 원본의 모습에 가깝게 재현하는 현상복제 방식을 채택하였고, 한지를 써서 고서의 촉감을 살리는 것은 물론, 세부 구성요소를 그대로 복원하면서 세월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여기에 원본과 동일한 사침안정법과 자루매기라는 전통 제본으로 고서의 아름다움까지 더했다.
훈민정음 연구 권위자 김슬옹 교수 해설서도 함께 나와
특히 이번 복간은 단순한 복제의 의미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것은 오직 훈민정음 연구에만 몰두하여 많은 업적을 이루어낸, 진정한 한글 지킴이인 국어학자 김슬옹 교수(워싱톤 글로벌대 한국어과 주임교수)가 직접 집필한 한글 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 - 한글의 탄생과 역사》도 함께 나왔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배경과 해례본의 구조와 내용, 간송 전형필과 해례본 이야기, 한글의 원리 등을 다양한 자료를 곁들여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여기에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국․영문 현대역도 함께 수록하였다. 또한 처음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의 원문을 현대 활자로 재현하여 음을 단 ‘활자 재현본’과 해례본 원본과 다듬본(교정본)의 견줌도 확인할 수 있다. 해설서의 감수는 원로 국문학자인 강신항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간송이 일생동안 온힘을 다해 문화재를 지킨 것은 우리 민족에게 이처럼 훌륭한 문화와 역사가 있다는 자긍심과 자신감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정신이 온전히 집결된 한글의 뿌리가 되어준 ‘훈민정음’을 국민들께서 직접 접하실 수 있도록 펴내기로 결심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더 가까이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훈민정음 해례본》 펴냄 기자회견 모습
미국 가정에 독립선언서가 있다면 한국엔 《훈민정음》 해례본을
교보문고의 관계자는 “겨레의 뿌리가 언어에서 오듯 《훈민정음》 해례본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소중한 뿌리다. 미국의 모든 가정에 <독립선언문>이 있는 것처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간직해야 할 것이 바로 한글, 곧 《훈민정음》 해례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복간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의 후원 말고도 교보생명이 《훈민정음》 해례본과 해설서를 전국 공공 도서관에 기증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교보생명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한글 교육의 발전과 민족자본인 문화유산의 수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 기증을 결정했다고 한다. 또한 교육과 겨레를 사랑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글 교육의 발전과 민족문화 융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광복 70주년, 내년은 우리 한글의 제자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이 반포된 지 57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해준 으뜸 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우리 국민과 세계인이 모두가 곁에 놓고 보물로 간직할 수 있는 복간본으로의 펴냄은 진정 큰 손뼉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 간송의 《훈민정음 해례본》 소장은 기적
- 그동안 나라 안에서 유일하게 훈민정음 연구에 매달려 정진한 것으로 안다.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 사업에 해설서로 함께 한 데에 대한 소감은 무엇인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반포는 기적이었고 간송 전형필 선생의 《훈민정음 해례본》 소장도 기적이었다. 우리는 그 기적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줄 의무가 있다. 이번 복간 사업은 바로 이런 기적을 함께 나누고 누리고자 하는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기에 더없이 기쁘다. 특히 원본을 직접 보고 해설한 최초의 해설서이기에 더없는 영광이고 이런 연구를 지원해 주신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교보문고, 그리고 감수와 자문을 해주신 강신항 교수님, 정우영 교수님(동국대)께 깊이 감사드린다. 가장 중요한 후원자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를 알고 사랑하는 분들이다. - 해례본 해설을 하면서 어디에 중점을 두었나? “문자에 대한 해설과 해례본에 대한 해설 그리고 한국어 번역과 영문 번역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묶어 해설하는데 주력했다. 또한 엄밀한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대중적인 문체와 구성으로 내용을 제대로 드러내고자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구성 전략에 따라 훈민정음의 문자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세종과 간송의 철학을 함께 드러내도록 노력하였다. - 해설본을 집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고증이다. 문헌의 1차적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글자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해례본은 한문으로 되어 있고 한문에는 그 당시 소리의 높낮이인 사성점이 네 귀퉁이에 붙어 있는데 이것을 일일이 확인하고 고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더불어 이번 해설서에서의 성과는 58개의 사성점을 정확히 찾아내 정리한 것이다.
- 그동안 훈민정음에 대해 잘못 알려졌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첫째는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목적이다. 일부에서 한자음을 적기 위해서라든가 파스파 문자를 모방에서 만들어냈다는 설이 있는데 해례본을 보면 이 모든 것이 억측임이 잘 드러난다. 한자음 적기가 주목적이라는 얘기는 아예 해례본에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정황과 결부시켜 볼 때 부차적 목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파스파 문자는 참고는 했을지언정 한글의 과학적 철학적 원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차원이 다른 문자일 뿐임은 물론이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 반포한 가장 큰 동기와 목적은 역시 세종이 직접 쓴 정음편에 들어 있는 세종 서문에 명명백백하게 나온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으니라. 그래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내가 이것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둘째는 상주본이 간송본보다 더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최근의 일부 언론 보도가 문제다. 세종대왕이 1446년에 펴낸 초간본이 현재 두 권이 발견 된 것으로 사실 두 책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해례본 모두 66쪽 가운데 세종대왕이 직접 저술한 모두 8쪽(마지막은 빈 면) 가운데 간송본은 뒤 두 장이 온전하게 남아 있지만 상주본은 이 부분이 아예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간송본은 1940년이라는 암울한 시기에 발견되어 겨레의 희망과 자중감으로 자리잡아온 역사성이 중요하다. 물론 상주본도 나름의 역사성을 갖고 있으므로 얼른 공개되어 겨레와 인류의 품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 훈민정음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가? “내가 재직하고 있는 워싱턴글로벌대(Washington Global Uniiversity, www.wguniv.com) 한국어과에 온라인 훈민정음 해례본 강좌를 만들어 전 세계인들에게 강의를 할 예정이다. 물론 한국어로 강의하고 각국 자막으로 내보내는 것은 물론 유투브에도 훈민정음 기본 28자를 상징해 주는 28분 28강을 만들어 공개할 것이다. 그리고 워싱턴글로벌대에 훈민정음학연구소를 설립하여 전 세계 훈민정음 연구자들을 하나로 모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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