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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옹기의 맥을 잇는 '제주옹기굴제'에 가다

[우리문화신문 =  정석현 기자]  “엄마랑 옹기를 만드니까 재미나요. 엄마가 물레를 돌려서 이렇게 만든 거에요. 지금 여기에 이름을 새겨 넣고 있고요. 이건 내년 옹기굴제에 찾으러 올 거에요” 엄마랑 옹기굴제에 참여하여 직접 옹기를 만들고 있는 이지아(제주 중문초 1학년) 양은 신이 난듯 야무지게 그렇게 말했다.

   
▲ 중문초등학교 1학년 이지아 양과 어머니가 신이 났다

 어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제주 무릉리에서는 제5회 제주옹기굴제 마지막 날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 말로 굴이란 가마를 뜻하는 말이며 제주옹기굴제는 지난 29일부터 어제 11월 1일까지 나흘간 옹기만들기 체험을 비롯한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여 참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 꼬마들도 신이 나서 물레를 돌린다

 이번 옹기가마잔치는 크게 굴마당, 원형마당, 기원마당, 참여마당, 놀이마당, 향토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굴마당에서는 큰불때기 체험이 있었다. 또한 원형마당에서는 제주옹기장의 시연이 있었고 기원마당에서는 굴항망제(기원제) 재현과, 참여마당에서는 곶자왈의 옹기유적답사도 있었다.

 옹기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행사로는 문화원형체험으로 집줄놓기, 짚방석만들기, 망탱이만들기, 노람지짜기, 신사라(신서란)팽이치기, 흙구슬치기 같은 놀이체험 마당을 마련하여 아이들은 물론 행사에 참여한 어른들까지 흥이 나 있었다.

   
▲ 제주옹기장인 이윤옥(질대장), 부창래(도공장) 명인이 방문객과 옹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도공장(그릇을 만드는 이) 부창래 장인, 질대장(흙을 다루는 이) 이윤옥 장인,

뿐만 아니라 토림판 만들기(대회), 토우만들기, 도판에 그리기, 솟대 색칠하기, 보말공예, 전통염색, 다육식물·향초만들기, 전통차체험 따위도 참여자들의 흥을 돋우는데 한 몫을 했다.

 또한 행사장에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제주옹기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허벅대바지, 옴팍지, 버럭지, 방춘이, 죽벌펭 같은 정겨운 이름의 옹기와 제주옹기의 역사를 이해 할 수 있는 기록 마련되어 있었다.

 기자가 찾은 마지막 날 행사에서는 전통옹기시연 행사로 질대장 이윤옥, 도공장 부창래 장인이 행사장에서 제주 옹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장인의 손은 수십 년 다뤄온 옹기장이의 세월을 말해주듯 거칠어져 있었고 얼굴엔 주름이 가득했지만 얼굴 표정만은 밝았다.

   
▲ 옹기를 만들기 위한 물레작업에 빠져 있는 체험자들

 “지금까지 제주옹기굴제는 옹기가마에 불 때는 일을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무형문화재인 옹기장이들이 찾아오는 손님들과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한 게 특징입니다. 앞으로도 옹기를 중심으로 한 신명나는 놀이판으로 다함께 즐기는 잔치로 꾸미려 합니다.” 이는 허은숙 (사)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장의 말이다. 내년의 제6회 제주옹기굴제에서도 이들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 옹기난장에는 다양한 옹기를 팔고있다

 

   
▲ 전시중인 제주 특유의 옹기들

 

   
▲ 전시중인 옹기를 외국인들도 관심있게 둘러보고 있다

 

【제5회 제주옹기굴제를 열기까지】

 제주 사람들이 누천년 써오던 그릇 옹기는 산업화의 물결로 옹기생산이 완전히 사양길에 접어든 1970년초에 고집스런 옹기장이들의 노력으로 다시 세상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릇을 만들던 도공, 그릇을 굴(가마)에서 구워내던 불대장, 구워낸 그릇을 제주 전역으로 팔러다녔던 옹기장수 등 관련 기능인들의 고증으로 기록화 작업이 이루어졌고 집에 있던 그릇들도 아낌없이 내놓았다.

이렇게 십시일반 모아진 옹기가 수백 점에 이르자 박물관 계획이 이뤘고 구체적으로 이를 실천한 것은 2008년부터이다. 첫 단계는 옛 구억분교 자리에 제주옹기배움터를 세우는 일이었는데 이는 마을 청년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방치된 학교터를 다듬고 정리하는 도맡아 했다. 특히 이 일을 주도적으로 한 사람들은 2007년 사단법인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회장 허은숙)를 만들어 “어떻게 하면 제주 옹기를 제대로 문화재로 지켜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 사라져가는 제주옹기의 맥을 찾아 뛰는 허은숙 (사)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장

이들의 노력으로 2009년 3월 제주옹기박물관이 생겨났고 여기에 제주옹기배움터도 문을 열었다. 또한 옹기장이로 불리던 장인도 2011년부터는 문화재심의를 거쳐 굴대장(가마를 축조하는 일), 질대장(흙을 찾아 다루는 일), 도공장(그릇을 만드는 일), 불대장(불을 때는 일)의 4개 분야로 문화재인정을 받게 된다. 결코 옹기는 혼자서 할 수없는 협업이 이뤄낸 예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