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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40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장군, 소생이 이번 전투에서 원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닙니다.”

정도령은 출정 직전의 이순신을 방문하였다. 그는 묵묵히 갑옷을 착용하는 이순신을 거들며 다시 강조했다.

“적선을 파괴하고 도주하게 하는 그런 승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럼 군사가 원하는 승리는 어떤 것이요?”

이순신이 물었다.

“섬멸(殲滅)!”

정도령은 짧게 응답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명량에서 일본 수군을 모조리 전멸 시켜야 한다는 요구였다. 단지 13척에 불과한 판옥선으로 정도령은 너무나도 어이없는 요구를 해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의 대답 역시 걸작이었다.

“그러지요.”

정도령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옵니다.”

이들 군신의 대화는 마치 어린아이들의 유희와도 같았다. 철없는 아이들의 말장난과도 흡사했다. 단지 13척의 배로 일본 함대를 어찌 전멸 시킬 수 있겠는가. 일본 함대의 선박 숫자는 300 척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군사가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지 않소? 감사는 내 몫이 아니요?”

 

   
 
이순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도령은 이순신의 면전에 바른 자세로 섰다.

“새 하늘을 여는 역사적 개벽(開闢)에 첫 문을 열 개 해 주는 영광을 소생에게 안겨 주시는 것이 아니 옵니까.”

“그런 것이요?”

“예.”

이순신은 잠시 그대로 정도령을 응시했다. 호기심이 가득 담긴 시선은 섬광(閃光)이 되었다. 두 개의 눈빛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정도령은 외면하지 않았다. 이순신의 눈이 묻고 있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정도령의 눈은 신비롭게 반짝였다.

“내 신분을 알려 하지 마시오. 내가 온 곳은 세속(世俗)이 아니오.”

“선인(仙人)이신가? 진정 그러한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소생은 선인(仙人)이 되고,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소생은 거품이 됩니다.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한다면 소생은 그저 범인(凡人)이 됩니다.”

이순신의 눈에 안도감이 흘렀다.

“다행이구려. 그대를 선인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도령은 이순신에게 투구를 내밀며 강조했다.

“이 사람의 전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입니다. 나머지는 장군의 몫입니다.”

이순신은 투구를 착용하였다.

“이 사람은 지난날의 이순신이 아니오. 천명을 받들고자 하는 신인(神人)이니 기필코 적들을 모조리 섬멸하리라.”

정도령이 허리를 굽히면서 발걸음을 떼고 있는 이순신에게 적의 동정을 보고하였다.

“정보에 따르면 어란포에 정박해 있는 적선의 숫자는 300척이 넘고, 그 중 대선인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은 10척이며 중형 군선인 관선(関船세키부네)이 271척, 나머지 30에서 40척 정도는 소형 군선으로 보여 집니다. 따라서 임시본영을 이곳 벽파진에서 진도로 이동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