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맑음동두천 23.4℃
  • 맑음강릉 29.9℃
  • 맑음서울 23.6℃
  • 맑음대전 26.4℃
  • 맑음대구 29.0℃
  • 맑음울산 25.9℃
  • 맑음광주 26.5℃
  • 맑음부산 21.8℃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2.8℃
  • 맑음강화 20.3℃
  • 맑음보은 25.6℃
  • 맑음금산 25.7℃
  • 맑음강진군 23.7℃
  • 맑음경주시 28.2℃
  • 맑음거제 22.3℃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45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급보입니다.”

도도는 이맛살을 찌푸렸고 가토가 날카롭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전령이 무릎을 한쪽 꿇으며 고개를 꺾었다.

“벽파진의 조선 판옥선이 행동을 개시 했습니다.”

도도를 비롯한 구루시마와 가토, 와키자카 등의 반응이 각기 다르게 튀어 나왔다.

“조선 수군이 먼저 움직여?”
“이순신이 또 무슨 꿍꿍이를 부리는 건가?”
“하하핫, 그냥 가만히 앉아서는 당하지는 않겠다는 건가? 재미있군...이순신!”

구루시마가 총대장 도도에게 엄중한 기색으로 만류했다.

“신중해야 합니다. 이런 때 일수록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도도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주력함 판옥선은 겨우 십 여척이 전부라고 들었소. 조선 수군은 칠천량의 패배를 절대 회복할 수 없소. 조선 수군의 사기는 완전 밑바닥일 것이고, 우리는 자신감이 충만하오. 우리 함대는 저들의 수 십 배에 달할 것이요. 무엇을 망설인단 말인가!”

 

   
 

구루시마는 담담한 어조로 답하였다.

“인유불위야(人有不爲也) 이후가이유위(以後可以有爲)라 하였습니다.”

평생을 싸움터에서 사람만을 죽여 왔던 도도와 가토, 와키자카가 맹자(孟子)의 글귀를 알 리가 만무했다. 가토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게 뭔데?”
“중국의 대학자가 말씀하셨다. 사람은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자신을 비워두고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우친다는.”
“그래서?”
“우린 좀 더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소이다.”

가토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래. 너나 많이 냉정하셔. 머리에 쥐가 나도록 염불이나 외우고 계셔요. 네?”

이번에는 구루시마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와키자카도 가토를 따라 나서며 총대장 도도에게 말했다.

“부하들의 사기가 구루시마로 인해서 급강할까 두렵나이다. 구루시마에게 이제는 약아빠진 머리만 쓰고 있을 것이 아니라 즉시 행동해야 할 때임을 알려 주십시오.”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총대장 도도 다카도라와 구루시마 미치후사만이 마주하게 되었다.

“소신은 이순신의 행적을 추적하여 분석했습니다. 그 자는 절대 준비되지 않은 전투를 시작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이순신은 임진년으로부터 시작된 옥포, 사천, 당포, 한산도, 부산, 웅포 등 해전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것입니다. 무패의 이순신이 이제 움직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도도는 목전의 중년 장수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어째서 이순신에 대하여 이렇게 경계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