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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백제임금, 지방 유력자들에게 준 선물

한성백제박물관, '백제왕의 선물'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황금의 나라’가 신라로 알려져 있지만 백제의 금동관모나 금동신발, 금 귀걸이, 허리띠 꾸미개 등도 우아하고 아름답기가 그만이다. 그러나 의외로 백제의 ‘금제품’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왜 그랬을까? 그 해답을 알려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화제다.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이인숙)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백제왕의 선물-사여품'이 그 전시회다. '백제왕의 선물-사여품’ 특별전시회는 백제임금이 하사한 선물인 금동관모·장식큰칼 따위의 190여 점 유물과 백제 지배방식과 사여체제에 대한 학술적인 성과물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상, 모형, 체험물 등도 이용해 전시 중이다.

   
▲ 금동관모, 전남 고흥 길두리 안동고분 출토,국립광주박물관

 

   
▲ 백제의 금동관모들

 

   
▲ 금동신발, 전남고흥 길두리 안동고분 출토 복원품

 

   
▲ 백제의 금동신발들

 

서울은 백제 초기 5백년 왕도였지만 지금까지 서울지역에서 출토된 백제유물 수십만 점 가운데 금공예품이나 위세품은 수량이 매우 적었다. 그에 견주어 지방 곳곳에서는 금동관모를 비롯하여 금동신발, 장식큰칼, 수입도자기 따위의 권력을 상징하는 유물이 많이 출토되었다. 학계의 연구성과에 따르면 이러한 유물이 출토된 무덤의 주인은 백제임금과 특수한 관계를 맺은 지방의 유력자라고 한다.

백제임금은 한성도읍기에 동진·북위·왜·신라·가야 등 주변 여러 나라에 선물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 유력자들에게도 선물을 보냈다. 이것을 위세품(威勢品)이라고 하는데 특히 지방유력자들에게 선물을 통해 중앙의 권위와 종속관계를 나타내려 하였고 지방의 유력자들은 그 선물을 통해 자신의 위신을 높이고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다.

백제임금의 선물은 일본열도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일본 나라현(奈良縣) 텐리시(天理市)의 이소노카미신궁(石上神宮)에 소장된 칠지도(七支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칠지도의 현재 모습을 복제한 칠지도뿐 아니라 원래 모습을 상상하여 복원한 칠지도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 백제 임금이 왜왕에게 내려준 칠지도(복원)

백제의 영역은 《삼국사기》와 《일본서기》기록 및 유적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한때 북쪽의 대동강유역, 동쪽의 춘천·화천지역, 남쪽의 금강유역을 기준으로 삼았다가 나중에 남해안까지 남쪽 영역을 넓혔다는 점을 전시에 반영하였다.

백제가 영역 내의 지방세력을 흡수·통제하는 과정에 백제임금이 금동관모, 금동신발, 귀걸이, 허리띠, 장식큰칼 등 백제 특유의 금공예품을 중국산 도자기와 함께 지방 유력자들에게 내려주었으며 이런 유물들이 경기 화성, 충남 천안·서산·공주, 전북 익산·고창, 전남 나주·고흥 등지에서 출토된 바 있다.

백제의 훌륭한 금공예 기술을 보여주는 위세품 가운데 금동관모는 여러 가지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어 그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무늬는 용, 육각형, 두잎·세잎무늬, 봉황, 새, 연꽃, 물결, 불꽃, 비늘 등 다양한 양식을 보이며 이러한 무늬들이 어우러져 화려함을 더한다.

 

   
▲ 백제 임금이 금동관모를 내려주는 모습의 에니메이션 영상

 

   
▲ 백제 임금이 선물을 내려주는 모습을 담은 모형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는 기원전 18년에 하남위례성(서울)에서 건국되었으며 기원후 475년에 웅진(공주)으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493년간 지금의 서울을 수도로 삼았는데 나중에 왕도 이름을 위례성에서 한성으로 바꾸었으므로 역사학계에서는 493년간의 역사를 한성도읍기 또는 한성백제시기라고 부른다.

이번 전시는 한성백제박물관이 2014년 4월 30일 연 쟁점백제사 학술회의 '백제의 왕권은 어떻게 강화되었나-한성백제의 중앙과 지방'의 토론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전시는 연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중심으로 백제의 최대영역과 지방통치방식, 중앙집권화 과정 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특히 금동신발과 금동관모에는 관람객들이 많이 몰렸다.

 

   
▲ 청자 호랑이 모양 변기(남성 휴대용)

 

   
 
   
▲ 전시장을 꼼꼼히 둘러보는 관람객들

 

전시장을 찾은 전유미 (45살, 풍납동)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면서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전시되어 있어 한성백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특별 전시실 말고도 백제박물관 답게 백제와 더 나아가 가야의 역사까지 아이들이 볼 수 있어 좋았다. 자주 아이들과 이곳에 와서 역사 공부를 한다.” 고 했다.

지금은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찬란한 역사를 가진 백제시대 왕의 하사품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를 구경하는 것도 이 추운 겨울 뜻 깊은 역사 나들이 길이 될 것이다.

 

*한성백제박물관 / 백제왕의 선물 무료, 2월 28일까지/ 문의:02-2152-5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