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木梳梳了竹梳梳 얼레빗으로 빗고 나서 참빗으로 빗으니
亂髮初分蝨自除 얽힌 머리털에서 이가 빠져 나오네.
安得大梳千萬尺 어쩌면 천만 길의 큰 빗을 장만하여
一歸黔首蝨無餘 만백성의 이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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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민속문화재 제212호 <덕온공주 유물> 참빗(윗줄)과 얼레빗(아랫줄), 단국대학교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 |
위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설화 문학가로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을 쓴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영소(詠梳, 얼레빗으로 빗고 나서)”라는 한시입니다. 여기서 얼레빗은 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으로 반달모양으로 생겨서 월소(月梳))라고도 하지요. 또 참빗은 빗살이 매우 촘촘한 빗으로 얼레빗으로 머리를 대강 정리한 뒤 보다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비듬ㆍ 이 따위를 빼내기 위해 썼습니다.
재미난 것은 백성들을 괴롭히는 탐관오리 들을 이(蝨)에 비유하여 읊은 것입니다. 권력에 기생하여 위로 아부하고 아래로 군림하여, 백성의 고혈을 빠는 간악한 관리를 슬관(蝨官)이라고 하지요. 이런 슬관을 참빗으로 이를 가려 뽑듯 철저히 가려 없애버려야 백성이 편히 살 수 있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신랄한 풍자시입니다. 유몽인은 문장가 또는 외교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전서(篆書)ㆍ예서ㆍ해서ㆍ초서에 모두 뛰어났지요. 억울하게 몰려 처형을 당했던 유몽인은 정조 때 시호를 받고 이조판서로 추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