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완연한 봄기운이 도는 요즈음 서울 여의도는 벚꽃잔치(놀이)를 한다고 법석이다.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윤중로 주변은 흐드러진 벚꽃을 배경삼아 사진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의도뿐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벚꽃잔치가 한창이다. 마치 일본 같다.
벚꽃잔치라고 하면 일본의 하나미(花見)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나라꽃인 벚꽃을 일본말로는 사쿠라라고 하는데 이상한 것은 벚꽃잔치를 ‘사쿠라마츠리’라 하지 않고 ‘하나미’라고 부르는 점이다. 하나미(花見)를 직역하면 ‘꽃을 본다’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달맞이도 ‘츠키미(月見)’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달을 본다’라는 뜻이다. ‘꽃놀이’, ‘달맞이’와 같은 우리말과 견주면 좀 맹숭맹숭한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벚꽃잔치는 원래 우리의 오랜 습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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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잔치인 하나미[花見] 특집을 알리는 광고 |
일본인들의 꽃놀이 풍습은 나라시대(710-794)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귀족들의 꽃놀이 행사였는데 당시에는 주로 매화꽃놀이였다. 그러던 것이 헤이안시대(794-1192)로 들어서면 서서히 벚꽃으로 바뀐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의 최고가집(最古歌集)인 《만엽집(万葉集)》에 벚꽃을 읊은 노래가 40수 (매화는 100수)나오다가 헤이안시대의 작품인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에서는 이 숫자가 역전된다.
따라서 하나미(花見)라고 하면 헤이안시대부터 벚꽃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벚꽃잔치는 1천여 년도 더 된 오래된 풍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벚꽃잔치 ‘하나미’는 현대에 들어와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행사로 봄이면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로 가족이나 직장동료, 연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몰려들어 꽃반사람반의 물결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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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하나미 벤토(도시락) |
이때 먹는 것이 ‘하나미 벤토(도시락)’이다. 물론 집에서 정성껏 우리네 김밥 싸듯이 색색깔의 ‘하나미 벤토’를 싸는 주부들도 있지만 편의점 등에서 간단히 사먹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요리는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편의점에서 파는 것이든 집에서 만드는 것이든 하나미 벤토는 그냥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벚꽃처럼 화려하다. 맛있는 벤토를 싸들고 하나미를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의 매스컴은 하나미 명소를 소개하느라 정신이 없다. 요즈음 일본은 흩날리는 사쿠라꽃잎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