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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버린 동양회화의 절정 법륭사 금당벽화

[맛 있는 일본이야기 347]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금당은 동쪽 입구로부터 들어가게 되어 있다. 우리는 그곳(벽화)으로 가기 위해 먼저 본존 앞에서 왼쪽으로 꺾었다. 약사삼존불 앞에 왔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서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일렬로 나란히 줄지어져 있는 오래된 불상과 검은 기둥 사이의 서쪽 벽에 아미타불이 밝은 모습으로 합장한 손의 모습까지 확실히 보이는 것이었다. 동쪽 입구에서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아미타불이 이렇게 확실히 보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바라다본 벽화의 조각적인 아름다움이 선명하게 눈에 새겨지는 것 또한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벽화에 이르는 길목의 본존불과 좌우 조각에는 눈도 주지 않고 우리는 아미타불쪽으로 내달았다. 이 그림이야말로 동양회화의 절정이다. 꽤 박리된 부분이 있었지만 그 흰 박리(剝離)면조차 벽화의 신선한 생동감으로 느껴졌다. 이 벽화 앞에 서면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보태고 더할 것이 없다. 그저 바라다보고 취할 뿐이다.”

이것은 금당벽화로 유명한 나라의 고찰 법륭사 금당(대웅전)에 화재가 나기 전 금당벽화를 본 일본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와츠지데츠로(1889~1960)가 《고사순례(古寺巡禮)》에서 한 말이다. 《고사순례》는 절 순례기의 성서라고 일컬어질 만큼 일본인이라면 한번쯤 읽는 책이다. 고구려 스님 담징의 작품으로 알려진 ‘금당벽화’는 1949년 1월 26일 금당에 화재가 일어나 금당벽화의 일부가 불타고고 말았다.

 

   
▲ 불타기 전의 일본 나라 법륭사 10호 벽의 "약사정토도"

 

   
▲ 10호 금당벽화 불탄 모습 앞에서 합장하는 주지, 아사히신문(1949년)

금당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는 당시 벽화 보존을 위해 화가를 동원하여 베끼기 작업을 했는데 이때 모사 화가가 쓰고 있던 전기 이불방석이 발화점이라는 설과 형광등용 전열기기의 누전설 또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 의한 방화설이 있으나 아직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일부 손상된 벽화는 아크릴수지와 요소수지를 주입하여 경화시킨 후 1954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복원하여 법륭사 안 수장고를 지어 복원해두고 있다. 그러나 보존상의 이유로 일반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법륭사 금당 화재를 계기로 서둘러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여 1950년 8월 29일부터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