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를 보면 전안례(奠雁禮)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이 때 신랑이 신부에게 나무로 깎은 새를 주는데 그 새는 오리도, 원앙도 아닌 기러기로 옛날엔 실제 산 기러기를 썼습니다. 이 의식은 기러기를 주어 행복한 부부생활을 기원하는 것으로 기러기를 받으면 신부의 시종이 치마폭에 싸가지고 방에 들어가 아랫목에 시루로 덮어 놉니다. 치마폭에 감싸는 것은 알을 잘 낳으라는 뜻이며, 시루로 덮는 것은 숨쉬기 좋게 하려는 뜻입니다.
음양오행설에 보면 남자는 양(陽), 여자는 음(陰)으로 기러기가 남에서 북으로 날아가는 것은 양-음에 맞으며, 이로서 남녀 사이 음양이 조화됨을 상징합니다.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이 일부일처제를 이루며, 심지어 상대가 죽어도 다시 배우자를 찾지 않기 때문에 정조를 상징하는 뜻도 있습니다. 기러기는 사람의 윤리 도덕과 너무도 잘 맞는다 하여 혼례식에 등장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