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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유품

국립고궁박물관, 8월의 왕실 유물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는 작고 화려한 아기옷이 한 벌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 옷은 연녹색의 당의(공식석상에서 입는 여성 소례복), 홑겹으로 되어 있으며 화려한 장식이 베풀어져 있습니다. 구름과 보배무늬를 넣어 짠 밝은 녹색 비단에 도드라지는 진홍색 고름을 달아 명랑한 느낌을 주는 귀여운 옷입니다.


 

이 당의의 주인은 고종황제의 고명딸인 덕혜옹주(1912~1989)입니다. 옹주는 고종이 60살 되던 해 태오나 고종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늦둥이일 뿐 아니라, 장성할 때까지 살아남은 고종의 유일한 딸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고종은 옹주를 위해 궁궐에 유치원을 세울 정도로 지극한 애정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옹주가 7살 되던 해 고종이 세상을 떠났고, 옹주는 유학이라는 미명 아래 일본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그 이후 옹주는 질병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혼인과 이혼, 딸 마사에의 실종 같은 고난을 겪게 됩니다.


 

덕혜옹주 당의 같은 여러 유품은 일본문화원 복식박물관에 기증되어 보관되었습니다. 이후 20156월 일본 쪽 소장 기관이 한국 문화재청에 기증하여 이 옷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당의의 어깨와 가슴, 등에는 왕실 여성만이 사용할 수 있는 둥근 보()를 달아 장식하였습니다.

 

보에는 황제를 상징하는 용 무늬를 금박으로 놓아 이 옷이 황실 가족을 위한 것임을 뚜렷이 보여줍니다. 황후, 공주 등 황실 가족이 아닌 상궁이나 일반 양반 여성들의 당의에는 보나 금박 같은 화려한 장식을 다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보, 특히 용보를 단 당의는 황실 여성의 지위를 나타내는 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혜옹주 의상이 담고 있는 궁중 복식의 품격은 당의에 들어 있는 다양한 무늬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당의는 여름용으로, 뒤에 놓인 옷감이 비칠 정도로 얇은 비단(항라)에 구름과 보배무늬를 가득 넣어 짜낸 것입니다. 녹색 비단 길감과 진홍색 고름, 소매 끝에 달린 흰색 거들지 위에는 아기의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글씨를 금박으로 놓았습니다.

 

남아 있는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린 아기 옹주라도 공식 행사에서는 왕실의 위엄을 담은 용보와 당의를 갖추어 입었습니다. 이 유물은 어린 아기용 왕실 예복의 드문 예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의와 함께 돌아온 유품 중에는, 당의와 짝을 이루는 홍색 스란치마도 있습니다. 황제의 딸인 옹주는 당의와 함께 화려한 금박이 놓인 스란치마를 입었습니다.

 

치마는 꽃무늬를 넣어 짠 생고사라는 비단을 썼습니다. 치맛단에 금박으로 놓인 스란띠에는, ‘백복다남 (百福多男)’이라는 문자무늬 뒤에 씨앗이 많은 연꽃과 석류 등의 식물무늬를 놓아 복을 받고 자손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습니다.

 

황실 여성들이 예복 차림을 할 때 착용하는 치마의 스란장식 무늬로는 황후가 용무늬, 왕비왕세자빈이 봉황, 공주와 옹주는 식물무늬와 문자무늬를 썼습니다.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황실 여성의 지위를 표시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무늬입니다.



 경북궁 자락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덕혜옹주의 옷들은 행복을 비손하는 뜻을  담아 예쁘게 만든 아기옷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 옷에는 기울어진 나라의 운명, 옷의 주인이 겪었던 험난한 삶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