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일왕가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이 떠오른다. 성서인물 가운데 아브라함을 보면 175살까지 살았다고 전해지는데 일본의 일왕 역시 이에 못지않은 나이를 자랑하는 이들이 꽤 있다.
먼저 100살 이상을 살았다는 일왕을 보면 제1대 일왕인 진무(神武天皇)는 127살이요, 제5대인 코쇼우(孝昭天皇)는 114살, 제6대 코우안(孝提安訴天皇)은 137살, 제7대 코우레이(孝靈天皇)는 128살, 제8대 코우겐(孝元天皇)은 116살, 제9대 카이카(開化天皇)는 111살, 제10대 스진(崇神天皇)은 119살, 제11대 스이닌(垂仁天皇)은 139살, 제12대인 케이코우(景行天皇)는 무려 148살을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제13대인 세이무(成務天皇)는 107살, 제16대인 닌토쿠(仁德天皇)는 143살을 살다 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148살 운운은 일본 일왕의 역사가 상당수 허구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그런가하면 아예 나이를 알 수 없는 일왕도 부지기수다. 제17대 리츄우(履中天皇), 제18대 한제이(反正天皇), 제19대 인교우(允恭天皇) 등은 생몰년월을 모른다. 이처럼 일왕가의 기록이 허술한 것은 1185년 가마쿠라 막부로 부터 1868년 메이지 천황이 왕정복고로 등극하기 까지 683년간 무사정권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일왕가를 누르고 정권의 권좌에 오른 무사들에게 있어서 일왕가의 역사 따위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683년간 일왕가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던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무사정권 하에 거의 잊힌 존재였던 일왕가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된 것은 메이지 때부터다. 메이지기에 들어서서 대대적으로 일왕가의 족보가 만들어지는데 족보 정리 중 재미난 일화가 하나 있다.
제39대 일왕이 족보에서 빠진 것이었다. 이를 지적한 사람은 지방의 재야사학자로 그는 코우분(弘文天皇)이 메이지정부가 만든 족보에 누락되어 있음을 지적하였고 메이지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메이지3년 (1870)에 코우분(弘文天皇)을 족보에 넣고 제39대로 삼았던 것이다.
제122대인 메이지(明治天皇)는 61살로 생을 마감했고, 제123대인 다이쇼(大正天皇)는 48살, 제124대인 쇼와(昭和天皇)는 88살로 숨을 거두었다. 현재는 1989년부터 헤이세이(平成天皇) 치세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