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7일 대설을 맞아 교토 우지(京都宇治)의 조린지(藏林寺)에서도 다이코다키 행사가 있었다. 커다란 가마솥에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푹 삶아서 참배자들이 나눠먹고 부처님전에도 공양으로 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가마솥에 모여들어 우리네 동지 팥죽을 먹듯 삶은 무를 나눠 먹는 모습이 정겹다. 바깥의 찬 공기가 삶은 무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으로 따뜻해지는 느낌을 준다. 다이코다키는 교토의 초겨울 모습을 보여주는 풍물시(風物詩)로도 소개되는데 성도회법요를 겸해 해마다 12월 7일과 8일 행해진다.
성도회법요는 석가모니가 35살 때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12월 8일 동틀 무렵 명성(明星) 출현과 함께 깨달음을 얻었다는 데서 유래하는 법회다. 원래는 생무를 8조각으로 잘라 범어(梵語)을 써서 불전에 올려 참배자들의 ‘악귀퇴치’용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 뒤 ‘악귀퇴치용’ 무를 다른 무와 함께 큰 솥에 넣고 풀 삶아 먹기 시작한 게 오늘날의 다이코다키의 유래가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나쁜 병을 몰아내고 건강하게 한다는 뜻으로 해마다 12월 7일과 8일 두 날에 걸쳐 주로 교토의 절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웃과 함께 나누는 따끈한 삶은 무 한 그릇의 의미는 삭막한 현대인에게 좋은 나눔의 행사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