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절분제(節分祭)는 평소에 신의 가호로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된 것을 가시마신사(鹿島神社)의 신에게 감사드리고 아울러 액운을 막는 행사로 개운(開運)과 행복을 비는 축제입니다. 절분제의 신청용지는 사무소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신청 마감은 1월 28일, 제1부 오후 3시 기도요금 5천 엔, 제2부 오후 6시 기도요금은 2만 엔”
이 글은 이바라기현 가시마시(茨城県 鹿嶋市)에 있는 가시마신궁(鹿島神宮)의 알림판에 적혀 있는 글이다. 가시마신궁(鹿島神宮)은 전국에 소재한 약 600개 신사의 총본사로 필자가 찾은 1월 10일에는 하츠모우데(정초 참배)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신궁은 북적거렸다.
해마다 2월 3일은 일본의 절분(세츠분, 節分)날이다. 절분날은 신사나 절에서 액막이 기도회를 갖고 콩뿌리기(마메마키) 행사를 하는 오랜 풍습이 있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로부터 보호 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 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들어 입춘 전날 밤에 치웠다.
토우동자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85)의 츠이나(追儺)와 밀접한데 이는 곧 귀신을 물리치는 행사로 이후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로 내려오면 토우동자의 장식은 사라지고 복숭아 나뭇가지를 신성시 하면서 콩 뿌리는 행사로 변한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고대 중국과 한국에서도 귀신을 쫓는 주술적인 나무로 통했다.
오늘날 일본에서 절분날에 말하는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말은 1447년 임제종의 승려가 지은 《와운일건록(臥雲日件錄)》에 “귀외복내(鬼外福內)”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그럼 왜 많은 곡물가운데 하필 콩을 뿌리는 것일까? 그것은 예부터 곡물에 생명력이 있어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콩이라는 일본말 마메(豆) 와 악귀를 뜻하는 말인 마메(魔滅)가 같은 소리가 난다는 뜻에서 콩이 선택 된 것이다.
그러나 홋카이도나 도후쿠(東北) 지방, 남큐슈 지방에서는 땅콩을 뿌리기도 하며 또 일부 지역에서는 쌀이나 보리, 숯 따위를 뿌리기도 하는 등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다. 예전에는 집에서 콩을 볶아 썼지만 지금은 절분날이 가까워 오면 수퍼에서 다양한 크기로 예쁜 포장을 해서 판다. 마치 한국에서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수퍼나 가게에 땅콩이나 호두, 잣 같은 부럼이 등장하는 것과 같이 일본에도 절분날 콩이 불티나게 팔려간다. 절분을 알리는 행사용 선간판을 보니 슬슬 겨울도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