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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유이치가 깨어낸 재일조선인노동자 인권운동가 ‘김천해’

[맛있는 일본 이야기 389]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 왔다. 오사카와 교토를 거쳐 도쿄 등 각지를 돌아보았다. 맨 처음 시모노세키에서 내렸을 때 일본에 대한 첫 인상은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근사한 건물과 멋진 복장의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그러나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을 보면서 일본이 빈부의 차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이런 모습을 보니 일본은 강하지 않고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감이 들었다. 특히 교토는 멋진 도시였지만 거지가 많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도일 전까지 일본은 얼마나 부강한 나라일까?’라는 생각을 했으나 실제 거지가 많은 것을 보고 이것이 일본인가? 이러한 일본이 조선에 와서 그렇게 허세를 부린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동정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가난한 자들은 압박 속에 살고 있었다.”

 

이 글은 도쿄 고려박물관 관장인 히구치 유이치(樋口雄一) 씨가 쓴 김천해 - 재일조선인 사회운동가의 생애(金天海-在日朝鮮人社會運動家生涯), 2014에 나오는 이야기로 특히 위 인용 부분은 김천해의 자전적인 기록 부분이다.



김천해(본명 김학의)1898년 울산 방어진에서 태어나 23살에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는 아버지가 어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당 공부를 하면서 일제의 침략을 목도하게 되는데 16살 때 절에 들어가면 공부도 할 수 있고 어려운 형편에 입도 하나 덜뿐 아니라 조국에 뭔가를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지리산 영원사(靈源寺)에 들어가 3년을 보낸다.

 

그러나 3년 만에 하산을 결심하게 되는데 승려들이 총독부의 정책에 편승하여 불단(佛壇)천황폐하성수만세(天皇陛下聖壽萬歲)”라는 위패를 모시는가 하면 정월 초하루에는 36본산 주지들이 총독부와 손잡고 천황숭배 행사 등을 하는 것에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23살에 일본에 건너간 김천해는 192391일 발생한 관동대지진 때에 조선인 학살을 목격하게 되고 그 자신도 경찰에 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동포들과 함께 자발적인 지진피해동포위문반을 조직하여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희생자 조사를 자체적으로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김천해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학살된 대다수의 조선인은 힘없는 노동자와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충격을 받고 이때부터 조선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투신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노동운동은 일본인 노동자들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게 되고 노동운동은 사회주의 운동과도 연관을 갖게 된다. 김천해는 1922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래 28년간을 노동자들의 권익과 재일조선인의 지위에 힘을 쏟게 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17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1945년 이후 김천해는 일본공산당 최고 간부로 활동하다가 1950년에 북한으로 월북하여 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지만 평생을 김천해 연구에 몰두한 히구치 유이치 씨는 말한다.

 

일본에서 재일조선인노동운동의 역사 속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들라하면 사람들은 주저 없이 김천해를 꼽는다. 그의 일평생은 재일조선인노동자의 권익과 조선의 독립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비록 그가 일본공산당원이 되었고 그리고 1950년에 북한으로 건너갔지만 그는 월북 전 조선인 차별이 극심한 일본땅에서 조선인 집단거주 지역에 살면서 조선인을 위해 일평생을 산 유일한 사람으로 김천해의 삶을 평가하고 있다.

 

한국인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인물 김천해는 히구치 유이치 씨의 집념 어린 연구로 우리들 곁에서 조용히 깨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