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월 7일)는 무서리 내리고, 마당가의 감나무 끝엔 까치밥 몇 개만 남아 호올로
외로운 때인 입동으로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겨울이 시작하는 날 눈이 온
곳들이 많았습니다. 입동은 천지만물이 양에서 음으로 변하는 시기입니다. 이제 길고,
고통스러운 겨울의 시작인 셈이지요. 겨울을 맞아 주위에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살펴
볼 때입니다. 많이 베풀수록 모두 다시 내게 돌아온다는 ‘보시의 정신’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시대의 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든 향촌의 자치규약인 ‘향약’을 보면
봄가을로 양로잔치를 베풀었는데, 특히 입동, 동지, 섣달 그믐날 밤에 나이가 드신
노인들에게는 ‘치계미(雉鷄米)’라 하여 선물을 드리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논밭 한
뙈기도 없는 가난한 집에서도 한 해에 한 번은 마을 노인들을 위해 기꺼이 금품을
내놓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