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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거리

영화 '택시운전사' 통해 광주민주항쟁 대학살을 다시 묻는다

영화 '택시운전사' 관람평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택시운전사>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라 보러갔다고 하기보다, 광주항쟁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싶어 보러갔다고 하는 편이 솔직한 심정이다. 기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고 하면 오래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보았던 드레스 차림의 어여쁜 신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갓 결혼한 어여쁜 신부는 신군부의  무자비한 총에 맞아 처참히 피를 흘리며 숨져갔다.  왜? 무슨 죄로? 이 영화를 보면서 줄곧 이 질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518 광주민주화운동(五一八光州民主化運動) 또는 광주민중항쟁(光州民衆抗爭)” 이라고 부르지만 한동안 우리는 이를 광주사태로 불렀다. 아니 불렀다기 보다 그렇게 강요당하는 세월을 보내야했다. 어이없게도 그것이 강요된  명칭이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1980518일부터 527일까지 광주시민과 전라남도민이 중심이 되어, 조속한 민주정부 수립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시민을 지키라고 만든 대한민국 군인들은 총부리를 선량한 광주 시민들에게 들이댔다. 총구에서 무차별적으로 발사되는 총알을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시민들이 온몸으로 맞아가며 쓰러져갔다. 아마도 당시 현장에서 이 처참한 상황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라면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 내용을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도 표현 못한 것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언론이 통제되고 왜곡된 상황에서, 택시운전사(송강호 역)와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독일 제1공영방송 ARD 기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로 달려가는 데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철저한 외부 통제 상황에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취재에 관객들은 아낌없는 손뼉을 보냈다.  특히 광주의 참상을 카메라에 담아 서울로 빠져 나오는 극적인 순간에 수많은 택시운전사들이 군부의 저지선을 막기 위해 차와 함께 장렬한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에서는 숙연한 분위기를 보였다.


 


어찌 택시운전사 뿐만이 광주를 이야기할 수 있으랴.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 역사에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리고 간 시민들의 거룩한 항쟁’의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택시운전사관객 천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은  그날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지극히 정상적인 이성의 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천만 명에 이른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본다. 1980518,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 단초를 한편의 영화로 더듬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작은 관심의 시작이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평범하다면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눈을 통해 본, 광주의 모습은 그동안 왜곡으로 세뇌된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과 귀를 통해 진실을 깨달아가는 하나의 여정으로 다가와 반갑기 조차하다.


 


영화의 여타 배경들은 그날의 광주의 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양념일뿐 진짜 핵심은 선량한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극악무도한 신군부의 죄악상”을 알리는 것임을 눈치빠른 관객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자신을 평범한 시민이라고 밝힌  관객 정유천(67살, 강남구 삼성동) 씨는 "흔히 과거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 용서는 하되 잊지말자고들 한다. 그러나 19805월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시민살상에 대한 일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 참혹한 시민 살상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발포명령을 하고 총부리를 겨눈 사람들을 밝혀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래서 단순한 흥행 영화로 끝나서는 안되는 영화다." 라고 했다.   


기자 역시 착잡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오면서 신군부의 무자비한 광주시민학살 때  숨져간 분들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