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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시인이 만난 중국의 배달겨레

<뚝배기사형제>로 우리 입맛을 알리다

연변연성전통음식유한회사 허향순회장, 최희연사장
[석화 시인이 만난 연변의 배달겨레 2]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일전 중국 중앙텔레비전방송국(CCTV)의 맛기행다큐멘터리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国)”의 연변편에서는 단아한 우리옷차림으로 여러 가지 우리민족 음식을 만들며 차근차근 그 제조법까지 가르치고 배우는 조선족 모녀가 등장하여 인기를 끌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국과 맵싸한 갓김치 같은 일상의 음식에서부터 여러 가지 떡과 요리 같은 명절음식에 이르기까지 맛깔 나는 우리 음식을 일일이 소개하며 고향의 맛을 전 중국에 널리 알리는 이 프로그램은 방송된 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연변이라는 이 변강산골에도 고속철도가 개통되어 연길에서 장춘까지 2시간, 연길에서 심양까지 4시간, 연길에서 북경까지 9시간으로 수천 리 강토가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연변을 찾아오고 연변에 와서 우리 음식을 찾게 되었다.

 

 

 

이 텔레비전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 바로 연성전통음식유한회사(延盛传统饮食有限公司) 총경리 및 연변전통음식문화연구소 법인대표 허향순 회장과 그녀의 딸 최희연 사장이다. 수십 년 동안 우리 음식과 동고동락하면서 연길시내 뒷골목의 허술한 밥집 “연성뚝배기”에서부터 현재 6,000평이나 되는 널따란 부지에 네 귀가 번쩍 들린 전통한옥으로 지은 멋스런 “연성각”에 이르기까지 허향순 회장의 우리음식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어머니의 시련 많은 창업의 역사를 이어서 새롭고 화려한 편장(역사)을 적어가는 차세대 경영인 최희연 사장의 노력은 많은 사람들의 큰 손뼉을 받고 있다.

 

“연성”의 역사는 “뚝배기사형제”로부터 시작된다. 이에 대하여 허향순 회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92년도에 남편과 함께 한국에 갔다가 한식당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끼리 운영하는 조용한 식당이었는데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콩나물국밥, 우거지 국밥이 주 차림인 밥집이었습니다. 모든 찌개를 뚝배기에 끓여서 올리는데 순간 어릴 때 큰집 큰엄마가 할아버지 진지상을 차릴 때 생각으로 가슴이 뭉클해 났습니다.

 

당시 우리 연변에는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음식집이 거의 없었고 중식위주의 혼례식이거나 연회를 차리는 큰 식당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또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연길에 와서 머리 속에 항상 맴도는 뚝배기 생각에 밤잠도 설치던 어느 날, 남편과 상론 끝에 가게를 차렸습니다.

 

주된 차림은 된장찌개, 청국장, 오뉘장(묵은 된장에 흰콩을 삶아 넣어 담근 혼합장), 콩장의 일명 ‘뚝배기사형제’였는데 뚝배기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대표적인 식기로 냄비처럼 빨리 끓지는 않지만 한번 뜨거워지면 쉽게 식지 않는 특징으로 마치 우리 민족이 웃어른께 정성으로 밥상을 차리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연성뚝배기”는 성장일로를 거듭하였다. 1996년 70평도 채 안 되는 좁은 가게에서 시작하여 2000년도에는 번화가 네거리로 자리를 옮겨 번듯한 간판도 내걸었고 2012년에는 드디어 멋스런 전통한옥으로 일떠선 “연성각”으로 완성되었다.

 

“연성”의 성공은 결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성공은 차세대 젊은 경영인 “연성전통음식유한회사 부총경리 및 연변조선족전통문화연구소 법인대표” 최희연 사장을 키워낸 것이다. 최희연 양은 장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서울대학교에서 평생교육전공 석사학위를 따냈다.

 

2014년도에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와 여느 젊은이들처럼 상해나 북경 같은 대도시로 나갈까 아니면 폼 나는 공무원이라도 될까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가 결국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받아 경영일선에 나서서 젊은 감각과 패기로 사업을 밀고 나가며 “연성”의 전통을 계승하고 또 업그레이드해 나갔다.

 

그녀의 첫 성공작은 2016년에 펼친 “연성 20주년 이벤트”였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의 영향을 받고 자라며 우리 전통음식을 단순한 먹거리보다도 우리 민족문화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던 최연희 사장은 이 행사를 그냥 하루만의 잔치가 아닌 우리 문화이벤트로 만들고 우리의 전통음식, 전통예술, 전통의상 등 우수한 조선민족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전승하는데 도움이 되는 마당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여 최연희 사장은 할머니, 어머니세대로부터 기능을 전승 받아 민족민속전통관련업종을 이어서 경영하고 있는 또래 친구들인 “황실한복” 및 “천선복음식유한회사”의 젊은 사장들과 손을 잡고 “우리 전통의 미”라는 주제로 우리 옷 패션쇼와 우리 음식 시식회를 펼쳐 먹거리 볼거리로 가득 찬 의미 있는 행사를 펼쳐내었다. 그리고 이 행사의 모든 수익금을 그 해 홍수피해를 입었던 재해지역에 전부 기부했다.

 

우리의 전통음식은 그냥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전통문화를 아우르는 하나의 요소라 생각한다는 최연희 사장은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는 저절로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문화에 관심을 갖고 지켜가는 후대들에 의해 보존되고 발전되는 겁니다. 저에게는 여기에 한몫 이바지하고 싶은 작은 꿈이 있는데 바로 ‘연성’을 조선족전통음식을 연구하고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민족기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부터 사명감을 안고 앞장서서 전통문화와 거리가 먼 요즘 세대들을 더 가깝게 끌어들여 우리 민족문화를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였다.

 

고풍스러운 한옥과 우아한 정원을 갖춘 “연성각”에서는 5월부터 10월까지의 따뜻한 계절에는 연길에서 유일하게 야외전통혼례식이 치러지고 회갑잔치, 돌잔치 등 다양한 민속행사를 체험할 수 있으며 넓은 마당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자기들의 소장품과 예술품을 사고파는 “어장”이라는 이름의 야외매장이 열리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연성”의 제2대 경영인 최희연 사장의 아이디어다.

 

오늘에 이르러 창업에 거쳐 번성에로 나가는 “연성”을 보면서 처음 취재할 때 상호에 대한 물음에 답하던 허향순 회장의 말이 떠오른다. “이 이름은 그냥 제가 연변사람, 연길사람으로서 우리 연변이 흥성하고 저의 가게와 저의 꿈도 잘 되고 꽃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떠올린 이름입니다. 무슨 거창한 뜻은 아니고 그냥 저와 저의 부모님, 가족들이 소망이 담긴 이름이라고 하겠습니다. ‘연변에 뿌리내려 성장하다’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