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落盡園花春已去(낙진원화춘이거) 뜰에 꽃이 다 떨어졌으니 봄은 이미 가 버렸고
幽人情抱向誰開(유인정포향수개) 은자의 마음을 누구를 향하여 열어야 하나?
天工故作深情態(천공고작심정태) 하지만 조물주는 일부러 깊은 모습을 만드니
滿樹桃紅漫浪哉(만수도홍만랑재) 나무 가득 붉은 복사꽃이 흐드러져 있구나!

이 시는 조선 중기의 문신 신용개(申用漑, 1463년 ~ 1519)의 <만홍도(晩紅桃)>란 시로 늦봄에 핀 복숭아꽃을 보고 노래한 것입니다. 뜰에 꽃이 다 떨어져 봄은 이미 가 버렸으니, 숨어 사는 사람의 회포는 누구를 향해 열어야 할까요? 다만 다행인 것은 늦봄에 조물주가 일부러 붉은 복사꽃을 흐드러지게 피게 한 것입니다. 봄이 가버렸지만 복사꽃이 바람에도 지지 않고 남아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신용개는 대제학, 대사헌을 거쳐 우의정, 좌찬성까지 지냈으며, 활쏘기 등 무예에도 뛰어나 문무를 겸비하였던 인물입니다. 범접하지 못할 인품으로 당시 선비들의 중심인물이었습니다.
일찍이 성종은 신용개의 높은 학덕을 사랑하여 어의(御衣: 임금의 옷)를 벗어 입혀준 일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저서로는 《이요정집(二樂亭集)》이 있고, 편서로 《속동문선(續東文選 )》ㆍ《속삼강행실도(續三綱行實圖)》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