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길가에 검정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슨 조폭들의 행사인가? 아니면
장례식장인가? 자세히 보니 그건 결혼식장이었지요. 온통 서양식 상복이며, 조폭들이
즐겨 입는 검정양복들이니 착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정양복은 장례식장에 가도
결혼식장에 가도 역시 대부분 남자의 옷차림입니다. 검정양복이 이렇게 기쁜 날도 입고,
슬픈 날도 입는 만병통치라도 되는 옷인가요?
원래 우리 겨레는 검정을 옷색깔로 쓰지 않았습니다. 오방색으로 볼 때 검정은 북쪽을
표시하는 빛깔인데 북쪽엔 오랑캐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혼인예식에는
물론 모두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한복을 입었고, 상복은 염색되지 않은 소색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의생활이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남자들에겐 검정양복이 예복처럼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제라도 검정양복의 홍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