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얼마 전 “나랏말싸미”라는 영화가 개봉된 이후 훈민정음의 창제에 신미대사가 주도적인 구실을 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보은군은 지난해 11월 속리산 법주사 옆 복천암에 '훈민정음 마당'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 한가운데 신미대사의 좌상을 크게 세우고 그 주변에 신미대사 가족과 당시 스님들, 그리고 세종과 정의공주 등의 동상을 작게 설치하였다. 이것은 훈민정음 창제에 신미대사가 주도적인 구실을 하였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고, 그 알림판에는 신미대사가 훈민정음 창제를 주도하였다는 설명 문구가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차재경, 아래 모두 모임)은 9월 6일 아침 10시 보은군수를 항의 방문하여 복천암 ‘훈민정음 마당’의 역사 왜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등 모든 문헌에서 한결같이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친히 만들었다고 나오기 때문에 그동안 이를 뒤집는 학계의 주장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보은군은 《조선왕조실록》에 신미대사가 한글창제의 산파역이라는 근거가 나와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신미대사는 1446년 3월 소헌왕후가 죽자 왕실에서 대대적인 불교 예식을 벌였을 때 그 예식을 주관함으로써 1443년 이미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3년 뒤에야 겨우 문헌에 나타나는 인물이다.
따라서 국어학자들이나 한글 관련 모임에서는 “신미대사가 훈민정음 창제 관련해서 산스크리트어에 관한 조력자였을 수 있지만 훈민정음 창제를 주도했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에 역사왜곡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모두모임은 “분명하지도 않은 신미대사 한글 창제설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55억이라는 예산을 들여 역사를 왜곡하는 공원을 꾸미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주입시키는 일은,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나라 땅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하루 빨리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보은군에 항의 방문하는 사람은 차재경(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 권재일(한글학회 회장), 김종택(한글학회 이사장), 최홍식(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성낙수(외솔회 회장), 리의도(한말글문화협회 회장), 정인환(한글문화연대 사무국장), 홍현보(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사무총장), 오동춘(짚신문학회 회장), 윤명진(옛기술과문화 대표), 고대봉(세종대왕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김한빛나리(한글학회 사무국장) 등이며, 이들은 이어서 복천암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