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임금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는 식구들의 배고픔을
보지 못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맹자’ 한 질을 돈 이백 전을 받고 팔아 양식을
구합니다. 하지만, 이덕무는 책을 팔아 양식을 샀다는 허허로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
벗 유득공을 찾아갑니다. 일곱 살 어린 나이지만 유득공은 마음속의 모든 걸 털어놓을
때 받아주는 벗이었습니다.
이덕무가 맹자를 팔아 양식을 샀다는 말을 하자 유득공은 "그래요? 그러면 나도
좌씨에게 술이나 한 잔 얻어먹으렵니다."라며 책장에서 ‘좌씨춘추(左氏春秋:공자의
’춘추‘를 노나라 좌구명이 해석한 책)’를 뽑아 아이에게 술을 사오게 했습니다. 물론
유득공은 책을 팔아 술을 사먹을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유득공은 벗의 마음을
헤아린 것입니다. 이런 벗이 있다면 정말 살만한 값어치가 있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