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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기마인물상도기’는 주전자가 아니라 등잔이다

김정수, <신라 기마인물형토기의 용도에 관한 소고>에서 주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기마인물상도기’는 고고학계에서 주전자이며, 명기(明器, 장사 지낼 때 무덤 속에 주검과 함께 묻기 위해 만든 그릇)로 알려져 있다. 명기는 어떤 형상을 축소하여 표현한 것으로 그릇으로서의 기능이 없다. 그러나 기마인물상도기는 내부가 비어 있는 용기적 기능을 갖추었다.

 

이 용기적 기능 때문에 명기이면서 제사 때 주전자로 사용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러한 주장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가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서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는 말을 탄 사람을 형상화한 장식적인 조각 작품처럼 보이지만 X선 촬영을 통해 인물 뒤에 있는 깔때기 모양의 구멍 안에 물이나 술을 넣고 다시 말 가슴에 있는 대롱을 통해 물을 따를 수 있는 주전자로 만든 것이라고 확인하였다.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명기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명기는 실제 동물이나 사람을 순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조그마하게 재현하여 껴묻었던 것으로 용기적 기능이 없다. 기마인물상도기가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태우고 가는 의미의 명기라면 용기적 기능이 불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명기는 죽은 자를 위해 무덤에만 부장한 것이다.

 

그러나 폐기물매립장으로 추정되는 임당동 저습지유적에서 원형의 구조가 기마인물형도기와 동일한 기마형토기가 출토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천관사 건물터에서도 기마인물형토기가 출토되었다. 이 두 유물은 생활 유적지에서 출토하였으므로 기마인물형도기가 명기가 아니라 생활에서 사용한 도기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주장한 이는 바로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정수로 야외고고학지에 실린 <신라 기마인물형토기의 용도에 관한 소고>에서 주장한 것이다. 먼저 김정수는 기마인물상도기가 주전자로 사용되었다는 주장은 다음과 같은 기능적 구조로 인해 의심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먼저 손잡이가 될 만한 꼬리가 있지만 물을 채운 상태에서는 그 무게로 인해 한 손으로 잡고 따르기 힘들다는 점과 꾸밈이 복잡하고 장식이 많아 주전자로 사용하기 매우 거추장스럽고 장식의 일부가 쉽게 훼손될 가능성이 크며, 뚜껑이 없어서 액체를 보관할 경우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사람이나 말 다리의 높이를 빼면 실제 전체 높이에 견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 매우 적다. 그뿐만 아니라 주출관이 몸통에서 길게 뻗어 나와 있고 부리의 끝 측면 각도가 지면과 거의 수평을 이루는 날카로운 절단면을 보여준다. 따라서 액체를 따를 때 조절하기 힘들고 끝이 예리하여 심리적으로도 불안감을 주는 디자인이다.

 

 

반면에 기마인물상 부리 측면의 각도는 주전자의 부리보다 고대 기름등잔의 부리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폐쇄형 등잔의 심지구 단면은 지면과 거의 수평이거나 지면으로 약간 기울어진 각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부리 측면의 각도가 등잔 부리와 주전자 부리를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 용도를 등잔으로 확정 지을 수 있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김정수는 기마인물상도기의 용도가 주전자가 아니라 등잔이라는 추정을 모사품 실험과 사용 흔적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용도 실험결과는 다음과 같다.

 

기마인물상도기의 용도는 주전자가 아니라 등잔이라는 실험 실시

 

주입구에 물을 넣으면 곧바로 주출구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물론 등잔에 물을 가득 부어 넣으면 공기방울이 생겨 물을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통 주전자의 용량은 1,000cc가 넘지만 기마인물상도기의 내부 용적은 240cc에 불과하다. 또 음료를 따를 때 액체가 부리와 몸통을 타고 내려오고, 다 따라내기 위해서는 완전히 엎어주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손으로 잡고 따를 수 있는 손잡이가 아니라 다른 손으로 도기 아래쪽을 받치면 장식에 닿아 손에 자국이 생긴다. 가는 부리 아래에 남아 있는 고리로 보아 원래 늘어지는 앞장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컵에 물을 부을 때 불편하고 불필요한 장식이다. 액체를 따르기 위해 들어 올렸을 때 커다란 네모 받침대 또한 매우 거추장스럽고 어색하다. 또한 주자(주전자)로 사용하기에는 깨끗이 씻을 수 없어 매우 비위생적인 구조이다. 게다가 헹굴 때 바닥을 조금만 건들어도 그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다.

 

 

 

이러한 주전자 실험을 통해 그 용도를 주전자로 보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전자로서 불합리하던 구조들이 등잔실험을 해 보면 모두 편리한 등잔의 기능적 구조가 된다. 곧 물을 넣기 시작하자 주출구로 동시에 물이 뿜어 나오는 비합리적인 구조이지만 등잔일 때는 기름을 자동적으로 심지구쪽으로 밀어주는 합리적인 구조가 된다.

 

주입구에 물을 넣으면 공기방울이 생겨서 물을 채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몸통에 물이 얼마나 채워졌는지도 알 수 없지만, 등잔으로서는 기름이 천천히 몸통으로 들어가 넘치지 않게 지속적으로 기름이 관에 공급되는 구조로 보면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날카로운 대롱 끝은 심지가 머금은 기름이 부리를 타고 내리지 않도록 막아주고 불꽃을 잘 받쳐준다. 또 등잔은 손잡이가 있어도 되지만 없어도 그만이고 커다란 네모 받침대는 불을 켠 상태에서 건드려도 흔들리지 않게 잡아 주는 안전하고 견고하고 안전한 디자인이다. 등잔은 씻을 필요가 없어서 주유구와 심지구의 구멍이 좁고 몸통 전체가 막혀있어도 된다. 오히려 이러한 구조는 불을 안전하게 관리하여 화재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등잔실험을 한 뒤 모사품 표면에 생긴 등잔 사용 흔적과 동일한 현상을 실제 기마인물형토기 유물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다. 기마인물형토기가 등잔이라는 주장은 구워 만든 흔적과 구분되는 등잔 사용 흔적이 남아 있는 같은 시기의 등잔 유물을 통해 더 힘을 얻게 된다. 천관사터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토기의 말 목에 부착된 대롱 끝에 목질이 붙어 있는 것도 그 용도가 주전자가 아니라 오히려 등잔이었음을 웅변해 준다.

 

주전자의 주출구로 본다면 이 목질은 수수께끼가 된다. 그러나 그 용도를 등잔으로 보면 이것은 바로 심지구 안에 꼽아 두었던 목질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좁은 대롱관 심지구 형태는 실험을 통해 면실심지가 적당하지 않았고 오히려 빳빳한 나무재질인 한지와 관솔심지가 적격이었다. 그러므로 기마인물형토기는 말의 형태에 중점을 둔 명기나 제사 때 제기로 사용된 주전자가 아니라 기마인물로 꾸민 등잔으로 보아야 한다.

 

기마인물형토기는 기름 충전구 구멍이 작은 폐쇄형이라 웬만한 움직임에도 기름이 넘치지 않는다. 가는 관이 몸에서 뻗어 나와 있어 불꽃과 기름 저장소가 분리된다. 사각형판은 흔들림 없이 안정감 있게 등잔을 받쳐주는 구조이다. 한마디로 불꽃을 관리할 수 있는 화재통제 능력이 극대화되어 있다. 이는 당시 밤의 모임과 활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이기도 하다고 김정수는 말한다.

 

 

고대 가야와 신라인들은 빛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지속해서 다양한 형태의 등잔들을 껴묻은 것은 아닐까? 그 시대 무덤에서 주전자는 거의 출토되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등잔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종류의 이형토기들이 출토되고 있다. 둘 다 실생활에서 늘 사용하던 물건이지만 등잔을 껴묻었다는 것은 이에 대한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금령총 출토의 기마인물상도기 한 쌍에 현저한 등잔 사용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 유물은 살아있을 때 사용하던 등잔이다. 어두움을 빛으로 밝혀주던 손때 묻은 등잔을 무덤에 밝힘으로써 망자의 영혼이 절대자 앞에서 안전하게 보호되어 빛 안에서 부활하기를 소망하며 껴묻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