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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은 안으로, 귀신을 물러가라 '절분풍습'

맛있는 일본이야기<636>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임인년 호랑이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한달이 되어 간다. 2월 4일은 입춘(立春)인데 입춘 하루전인 2월 3일을 일본에서는 절분(세츠분, 節分)날이라고 해서 오래 전부터 민간 사이에서 하나의 하나의 풍습으로 정착해 왔다. 절분은 한해에 일어날 나쁜 액운을 막고 행운과 행복을 비는 날로  일본인들은 절분날에 집 가까운 신사(神社)나 절을 찾아가서 액막이 기도회를 갖고 콩뿌리기(마메마키) 행사를 한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 (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 ‘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들어 입춘 전날 밤에 치웠다. 토우동자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85)의 귀신을 물리치는 행사 츠이나(追儺)와 밀접한데 이는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로 내려오면 토우동자의 장식은 사라지고 복숭아 나뭇가지를 신성시하면서 콩 뿌리는 행사로 변한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고대 중국과 한국에서도 귀신을 쫓는 주술적인 나무로 통했다.

 

 

일본인들은 절분날 콩뿌리기 행사를 하면서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라고 외치는데 이러한 풍습은 1447년 임제종의 승려가 지은 《와운일건록(臥雲日件錄)》의 “귀외복내(鬼外福內)”라고 한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럼 왜 많은 곡식 가운데 하필 콩을 뿌리는 것일까? 그것은 예부터 곡물에 생명력이 있어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콩이라는 일본말 마메(豆)와 악귀를 멸한다는 뜻인 마메(魔滅)가 같은 소리가 난다는 뜻에서 콩이 선택된 것이다. 말하자면 콩으로 귀신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홋카이도나 도후쿠(東北) 지방, 남큐슈 지방에서는 땅콩을 뿌리기도 하며 또 일부 지역에서는 쌀이나 보리, 숯 따위를 뿌리기도 하는 등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다. 예전에는 집에서 콩을 볶아 썼지만, 지금은 절분날이 가까워져 오면 슈퍼에서 다양한 크기로 예쁜 포장을 해서 판다. 마치 한국에서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편의점이나 가게에 땅콩이나 호두, 잣 같은 부럼이 등장하는 것처럼 일본에도 절분날 콩이 불티나게 팔려간다.

 

 

"복은 안으로 코로나는 물러가라" 끝날 것 같은 코로나가 사그러들지 않고 델타변이에 이어 오미크론까지 판치는 이때에 신령에게 빌 수만 있다면 콩을 뿌리면서 그러한 기도라도 올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