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초상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어떤 초상화를 보아도 수염 하나하나 세밀히 그린 극사실화(極寫實畵)입니다. 어느 정도일까요? 정조 때 번암 채제공(蔡濟恭)의 초상화에는 한 나라의 영의정인데도 사팔뜨기와 살짝곰보인 것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그려 놓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초상화도 보면 검버섯이나 점 등을 전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초상화에 붙어있는 글들을 보면 한 사람의 삶의 정신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조선 사람들은 초상화에도 가식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정직하게 살고,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안 것이지요. 삶의 자취가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고, 이를 그대로 그리는 것이 초상화의 기본이라 생각한 것입니다.